조선시대에는 ‘호환마마’를 가장 두려워했다고 한다.알다시피, 마마는 천연두를, 호환은 그야말로 호랑이나 표범에게 잡아먹히거나 상해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세종 때에는 호랑이 사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척호부대를 둘 정도로 호환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그렇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맹수이기에 호랑이는 매력적인 사회적 상징이 될 수 있었다.사무라이가 활약했던 일본에서
송학도(松鶴圖)가 정확히 언제부터 그려졌는지, 연원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하지만 송학도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특히 궁중회화인 [십장생도]에는 소나무와 학과 아침 해가 핵심적인 요소로 들어가 있다.송학도는 선비화가, 전문화가, 민화를 창작했던 화공에 의해 수없이 그려졌다.
수복(壽福)은 우리 백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자이다.하지만 우리나라 백성들만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백성들도 좋아한 문자이다.수복에는 유학과 한자문화권에 있는 동아시아 나라들의 공통된 가치가 담겨있다.조선은 학문의 나라이자 문자의 나라였다.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사회적 능력의 척도였다. 그래서 추상적 가치였던 학문을 사회적으로 드러내면서 동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1881년 신식 무기의 제조법과 조련법을 배우기 위하여 중국으로 떠났던 영선사(領選使) 일행의 제도사(製圖士)로 조석진(趙錫晋)과 더불어 톈진(天津)에서 1년 동안 견문을 넓히고 돌아왔다.이 때 알게 된 조석진과는 평생을 친구로 사귀면서 당시 화단의 쌍벽을 이루었다.1902년 어진도사(御
우리그림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물에는 상징이 붙어있다. 작은 사물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았다는 말이다.그런데 궁중회화의 정수인 [십장생도]에는 상징을 알 수 없는 요소가 하나 있다.그것은 바로 대나무이다. [십장생도]는 조선시대가 추구한 이상세계를 표현한 그림이다.소나무는 뭇 생명을, 영지는 비옥한 땅을, 구름은 좋
모란을 흔히 화왕(花王), 꽃 중에 꽃이라고 한다.아주 크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선비들이 좋아했다는 매화, 도화보다 10배 이상 크고, 제법 큰 꽃인 국화보다도 서너 배가 크다. 또한 화려한 통꽃이자 겹꽃이면서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꽃은 식물의 생식기로 번식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이다.생식기는 화려한 색깔과 향기와 꿀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씨앗을
이도영은 조선 말기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화가이다. 격변하는 시대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것이다. 안중식, 조석진과 같은 대가(大家)에게서 전통화법을 배웠고 특히 [기명절지도]를 잘 그렸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삽화가, 만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는 각종 그릇과 꽃, 열매 따위를 소재로 한 표현한 그림이다.굳이 비교
혜원 신윤복(1758~미상)은 유명한 조선 후기의 화원이다.사람들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로 삼원삼재를 꼽았다. 삼원(三園)은 전문화원인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을 일컫는 것이다. 선비화가인 삼재(三齋)는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을 부르는 말이다.아버지 신한평은 왕의 어진을 그리고 벼슬을 했으며 자비대령화원을 지낸 당대 최고의
조선이 개국하기 전, 고려의 시대상은 어지러웠다.불교의 폐단이 있었지만 백성들의 종교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없애는 일은 불가능했다. 단지 사찰에 부여하던 각종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으로 불교를 억압했고 사찰이나 귀족들에게 소속되어 농노(農奴)의 처지에 있던 농민들 해방시켜 땅을 주고 평민으로 만들었다.정도전을 비롯한 유학자들은 고려의 병폐 중에 크게
현대 사람들은 무겁고 탁한 그림을 좋아한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식인일수록 무거운 그림을 좋아하고 백성들은 밝고 화사한 그림을 좋아한다.현대의 지식인들이 무겁고 어두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순전히 서양철학의 영향 때문이다. 알다시피, 서양의 미학은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부흥시킨 르네상스와 기독교문화에 따른다. 그리스시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숱한 아름다움
추사 김정희는 부채의 중심에 엷은 먹으로 난초를 그리고, 오른쪽 부분에서 왼쪽으로 향해 거칠면서 진하게 지초를 그려 넣었다. 묵란(墨蘭)은 추사가 즐겨 그리던 소재이다. 난은 주로 이파리를 중심으로 그리는데 여기서는 꽃만 그렸다. 또한 마치 꽃이 바람에 날리듯 표현한 것은 향기가 바람에 널리 퍼지는 효과를 만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지초는 세 개를 그렸다.
18세기에 활약한 화원인 단원 김홍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하지만 동년배기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궁중화원이 되었고 김홍도와 쌍벽을 이룰 만큼 실력을 겸비한 이인문(李寅文, 1745~1824년 이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19세기에 활약한 유명한 정치인이자 문인인 신위(申緯, 1769~1847)는 이인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선대의 임금을 모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는 조선 초기의 이상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안평대군의 개인적인 꿈이라지만, 중국 동진 때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무릉도원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무릉도원에 나오는 핵심 이야기는 전쟁과 살육, 약탈이 없는 곳, 과거의 전통과 예법을 지키는 것, 자급자족하며 평등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곳
단원 김홍도는 도교와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수도승이나 신선 따위를 그린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당시 불교와 도교는 이단으로 취급받았다. 그럼에도 중인신분이었던 일개 화원이 버젓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조의 개혁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사실 도교와 불교는 주자성리학의 우주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율곡 이이가 금강산으로 출가하여
나에게 그림을 배우는 중학교 꼬맹이 둘과 국립중앙박물관을 갔다.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래도 방학 특강으로 준비한 나들이를 포기할 순 없었다. 시원한 전철로 이동해, 시원한 박물관에서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호사가 어디 있을까하는 생각도 있고. 박물관에는 예상대로 아이들과 부모들로 넘쳐났다.하
[책가도冊架圖]는 인문학으로 만드는 이상세계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여기서 인문학이란 공동체를 향한 인류의 지성을 뜻한다. 조선시대라는 한정된 시공간에 견주어 말한다면, 주자성리학의 학문적 이상이 완성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책가도]는 그림의 연원이 확실하다.18세기 중국에서는 희귀한 책과 각종 보물을 넣은 장식장이 발전했고, 이것을 그린 [다보
우리그림에서 매화와 복숭아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매화는 이른 초봄에 피고 복숭아꽃은 4월 중순 이후에 핀다. 모두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난다.복숭아꽃과 매화는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 꽃과 나무의 모양만 가지고는 도무지 복숭아를 그렸는지 매화를 그렸는지 알 길이 없다.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묵화에서 매화는 꽃과 가지를, 복숭아는 꽃보다는
최영 장군은 고려 말의 장군이다.최영의 아버지 최원직은 사헌부 간관(司憲府諫官)을 지낸 문신이다. 문신 가문임에도 최영은 병서와 무술을 익혀 무장의 길을 걷는다.최영 장군이 활약할 때는 원명 교체기여서 정세가 어지러웠다.위로는 홍건족 잔당 침입하고 아래로는 왜구들이 날뛰었다. 또한 요동정벌을 두고 이성계와 대립하기도 했다는데...이후 정도전과 위화도 회군을
옛 중국의 그림에는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작품이 있다. 이를 [사녀도 仕女圖]라고 한다.[사녀도]는 말 그대로 벼슬, 공직을 가진 여성이란 뜻인데 궁녀를 일컫는다.궁녀는 직위를 가진 공인이면서 동시에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이다.[사녀도]의 형식은 일반 공신이나 어진과 같은 초상화나 풍속화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녀도]는 한 명의 여성을 단독으
조선시대 왕을 대표하는 상징은 누가 뭐래도 용(龍)이다.왕이 거처하는 궁궐의 곳곳에는 용모양의 조각이나 그림이 장식되어 있다.왕이 앉는 커다란 의자에는 용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를 용상(龍床)이라 불렀다. 또한 왕의 얼굴을 용안, 왕이 흘리는 눈물은 용루라고 불렀으며 용의 모습을 화려한 금실로 수놓은 왕의 시무복은 곤룡포, 용포라고 했다.용은 상상의 동물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