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1. 1984년 1차 해외실습 시
1. 평양→모스크바행의 진위 문제
1-1. 김현희는 8.15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과정에 대해, “(중간기착지인) 이르크츠크 공항에 착륙하여 그곳에서 저희들 3명은 입국카드를 작성하였는데, (입국심사관에게) 제출한 후 저의 여권에 입국도장을 받고, 그 즉시 이르크츠크 공항을 출발하여 12시간 정도 여행하여 모스크바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시차관계로 현지시간 오후 5시 경이 되었는데 1시간 정도 입국검열을 마치고 … .”라고 진술함. (수사기록1824~1825쪽-8회자필진술서)
▷ 중간 경유지인 이르크츠크에서는 입국하지도 않았는데 이르크츠크 공항에서 “입국카드를 작성, 제출하여 입국도장을 받았다”는 것이나, 입국도장을 받은 이후 “그 즉시 이르크츠크 공항을 이륙하여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뒤, 또다시 입국검열을 마쳤다”는 것은 두 번이나 소련 입국절차를 받게 되는 셈이 되어 이는 비현실적임.
▷ ABC시간표에 따르면, 실제 이르크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비행시간은 4시간 정도이고 더 이상의 중간 경유지도 없는데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함.
▷ 그런데 특이하게도 도착시간은 ABC시간표와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김현희는 실제의 여정을 진술한 것이 아니라, 도착시간은 현지시간으로 기재되어 있는 ABC시간표에 의존하고, 이르크츠크→모스크바 간 비행시간은 시차를 역으로 잘못 계산하여 빚어진 오류인 것으로 보아짐.
▷ 실제 김현희는 진술서에서 여행노정을 계획할 때마다 ABC시간표에 대해 자주 언급함.
1-2. 김현희는 모스크바의 관광지로서 진술서마다 ‘왕궁’과 ‘크레믈린 광장’을 반복하여 언급함. (수사기록761쪽-3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3797-2회검찰신문조서)
▷ 김현희의 ‘크레믈린 광장’과 ‘왕궁’은 ‘붉은 광장’과 ‘크렘린 궁’을 말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붉은 광장’, ‘크렘린 궁’이란 고유명사로 부를 뿐, ‘크렘린 광장’, ‘왕궁’이라 부르지 않음.
2. 모스크바→부다페스트 비행시간과 부다페스트 초대소의 상황 문제
2-1. 김현희는 8.18 13:00경 소련항공기로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16:00경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고 진술함.
▷ 앞서 ‘87공작여정’에서 살펴본 바, 13:00경 출발이라면 (시차 2시간, 비행시간 2시간35분 감안) 14:00 이전(13:35경, 현지시간) 도착이어야 함.
2-2. 김현희는 부다페스트 체류 시에 김현희와 김승일이 4박5일 동안 머문 곳이 북한초대소로 사용하고 있는 부다페스트 주재 정지도원의 집이었다고 진술함. (수사기록1829쪽-8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3797-2회검찰신문조서)
▷ 정지도원의 집은 2층 구조로 된 주택의 2층으로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다, 침실 2개의 약 15평 규모에 불과했는데, 이곳에 정지도원의 가족에 더하여 두 김이 함께 기거하였고, 또 초대소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데에 대해 의문이 남음. (수사기록1870쪽-6회신문조서, 수사기록1946, 1947쪽 도면)
3. 오스트리아 입국과정에서의 비현실성.
3-1. 김현희는 8.22 부다페스트 발 비엔나 행 열차로 오스트리아에 입국할 때, 열차 내의 여권 검열은 헝가리 당국의 출국검열 외에, 오스트리아 당국의 입국검열은 없었다고 진술함. (수사기록1831쪽-8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1874쪽-6회신문조서)
▷ 극히 예외적인 몇 나라를 제외하곤 국경통과 시 여권 검열은 필수인데, 아무런 검열이 없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 현재 EU가맹국 상호간의 여행에서도 여권은 필수임.
▷ 더구나 당시 북한인이 오스트리아에 입국하기 위해선 반드시 비자가 필요했는데 김현희의 진술 어디에서도 비자에 대한 언급이 없음.
▷ (참고) 여권 없이 입출국할 수 있는 예외국은 이탈리아 내의 인구 2만의 산악국가 산마리노와, 프랑스-스페인 국경지대의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인구 1만의 국가 안도라 정도임.
4. 오스트리아에서의 위조여권 사용 진위 문제
4-1. 김현희는 평양을 출발하기 이전에 자신이 서유럽과 홍콩, 마카오에서 사용할 위조일본여권에 ‘1984.8.25자 도쿄 나리타공항 출국과 방콕공항 입국, 1984.8.26자 방콕공항 출국’을 나타내는 3개의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진술함. (수사기록1686쪽-7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3793쪽-2회검찰신문조서, 김현희 소지 하치야 마유미 명의 여권)
▷ 담당지도원이 미리 여권을 보여준 이유는 3개의 위조 출입국도장의 내용을 요해하라는 의도였음.
▷ 위 출입국 도장 3개는 김승일 소지 하치야 신이치 명의 위조일본여권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됨.
▷ 그런데 김현희와 김승일은 8.22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하여 아스토리아 호텔에 투숙할 때 수속과정에서 호텔 측에 이 위조일본여권을 제시했다고 함. (수사기록1833쪽-8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1878쪽-6회신문조서)
▷ 또 두 사람은 다음날인 8.23에 오스트리아 항공사에서 8.28자 덴마크 코펜하겐 행 항공권을 구입할 때도 이 위조일본여권을 사용했음. (수사기록1834쪽-8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1879쪽-6회신문조서, 종합보고서320쪽)
▷ 1984.8.25과 1984.8.26자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는 여권으로 1984.8.22과 1984.8.23에 호텔 수속과 항공권 구입에 사용했다는 것은 굳이 비밀공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쉬이 믿을 수 없는 일임.
▷ 김현희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음.
5. 자신이 둘러본 관광지 명칭에 대한 의문
5-1. 김현희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관광한 곳으로 ‘잉어녀상’을 반복하여 언급함. (수사기록762쪽-3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1884쪽-6회신문조서,
▷ 코펜하겐 항구의 유명한 인어상人魚像은 안데르센 동화 속의 인어공주를 형상화한 것으로, ‘인어상’이라 일컫는데 어찌된 일인지 김현희는 ‘잉어녀상’ 또는 ‘인어녀상’이라고 함.
▷ 심문과정에서 ‘잉어녀상’을 그대로 받아 적은 수사관의 자질이 의심되나, 수사관은 단지 김현희의 자필진술서를 옮겨 적은 것으로 보아짐.
5-2. 김현희는 자신이 방문한 프랑크푸르트의 관광지로 ‘호수’와 ‘베토벤 생가’(또는 옛집, 고향집)를 반복적으로 언급함. (수사기록1838쪽-8회자필진술서, 수사기록1888쪽-6회신문조서, 수사기록3800쪽-2회검찰신문조서)
▷ 그런데 프랑크푸르트엔 호수가 없으며, 베토벤 생가 및 박물관은 베토벤의 출생지인 ‘본’과 활동지인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있음. 단지 프랑크푸르트엔 ‘괴테하우스’ 및 ‘괴테박물관’이 있을 뿐임.
▷ 김현희가 ‘괴테하우스’를 ‘베토벤 생가’로 착각했다 하기엔, 음악가와 문학가 차이만큼 방문한 현장에 대한 인상이 뚜렷할 것인데다, 반복적인 진술은 결코 착각이 될 수 없으므로 실제 김현희가 그곳을 관광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
5-3. 김현희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알라스카 산’까지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에 올라가 구경했다고 진술함. (수사기록771쪽-3회자필진술서)
▷ 스위스에 ‘알라스카 산’은 존재하지 않음. ‘알프스 산’을 오기한 듯하지만 실제 ‘알프스 산’도 존재하지 않으며, 통칭하여 ‘알프스 산맥’이 존재함.
5-4. 김현희는 ‘빠리’, ‘나뽈레옹’이란 북한식 표기를 일부 사용했을 뿐, 대부분에 걸쳐 ‘파리’, ‘나폴레옹’이란 남한식 표기를 사용함. (수사기록1839쪽-8회자필진술서)
▷ 심지어 남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폴레온’, ‘에필탑’ 등 소속불명의 용어들이 혼란스럽게 사용됨. (수사기록763쪽-3회자필진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