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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안개 - 기형도 1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3.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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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평
이진석
2019.03.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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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야채사(野菜史) - 김경미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꽃 수북 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3.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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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평
이진석
2019.03.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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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남주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2.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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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학살 2 -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2.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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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평
이진석
2019.02.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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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시 - 옥따비오 빠스 뒤집어 엎어라.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라(비명을 질러봐, 더러운 년들아), 두들겨 패라, 입에 단물을 마구 들이 부어라. 풍선처럼 부풀려서 터뜨려버려라, 피와 골수를 마셔버려라, 말라 비틀어지게 해, 거세해버려라, 짓밟아버려, 멋진 수탉처럼, 목을 비틀어버려, 요리사처럼 털을 꺼내버려, 투우처럼, 수소처럼, 질질 끌고 가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2.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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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삶- 릴케그대는 삶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그때면 삶은 축제처럼 될 것이다.어린이가 길을 가며바람결 하나하나에서많은 꽃들을 선사받듯나날을 지나가게 버려두라.그 꽃을 모아 아껴둔다는 것은그 어린이의 생각에는 떠오르지 않는다.그 어린이는 즐겨 머무르려는꽃을 머리카락에서 가만히 뽑아사랑스러운 젊은 해들을 향해또 다시 손을 벌리고 있다.한 모임에 갔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9.02.06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