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혁명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들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일괄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언론인 출신으로 현대사에 조예가 깊은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3.1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역사인, 2019.1.)을 출간했다.

▲ 정운현, 『3.1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역사인, 2019.1. [자료사진 - 통일뉴스]

기미독립선언서와 서명자 33인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인생행로에 대한 정리된 책은 없었던 것. 저자가 서문에 쓴 것처럼 “그간 33인에 대한 연구나 기록이 상당할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해보니 실상은 달랐다”는 것이다.

천도교 교령인 의암 손병희를 비롯해 천도교 15인, 기독교 16인, 불교 2인 등 종교인으로 구성된 민족대표 33인은 그간 찬양과 비난의 양극단적 평가를 받아왔다. 민족적 거사의 주역으로 찬양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그들의 불철저한 의식과 일부의 친일행각 등으로 폄훼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항간에는 33인 가운데 대다수가 친일로 변절했다는 주장도 나돌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며 최린, 정춘수, 박희도 3인이 친일로 변절했을 뿐이라고 명기했다. 결국 이들 3인과 월북한 김창준 등 4인은 국가 서훈대상에서 제외됐다.

저자는 “33인이 3.1혁명을 이끈 공로는 결코 폄훼될 수 없다”며 “33인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선언서는 한낱 불온유인물에 불과했을 것이며, 전 민족적 거사에 불을 붙이진 못했을 것”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에 대한 친일논란이나 저평가는 만주지역 항일무장투쟁에 비해 비폭력 노선을 견지했다거나 파고다공원 군중과 합세하지 않고 태화관에서 별도로 모여 선언서를 낭독한 뒤 자진해 일경에 체포된 경위 등 ‘근거있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33인의 민족대표들이 재판정에서 답한 내용들은 온건하기 짝이 없다. 독립을 청원하면 일본이 들어줄 것으로 알았다는 류가 대세를 이룬 것.

물론, 일제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임기웅변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한용운의 경우처럼 당당하고 대찬 모습을 보인 민족대표들도 있다. ‘피고는 앞으로도 조선 독립운동을 할 것이나’라는 법관의 질문에 한용운은 “그렇다. 언제든지 그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몸이 없어진다면 정신만이라도 영세토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맞받았다.

저자는 “집필을 끝내면서 든 소감은 3.1혁명은 필시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사 전까지 비밀이 노설되지 않은 점이 제일 경이로웠다”고 적고, ‘3.1운동’을 ‘3.1혁명’으로 고쳐부르는 ‘정명운동’을 지지했다.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적절한 시점에 합당한 저자가 33인 민족대표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이 책을 찬찬이 일독하노라면 그 시대의 인물들이 되살아날 것이고 우리 시대의 숙제들을 던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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