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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시작이 좋은 2019년 새해 첫 산행<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0구간
여현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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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7  16: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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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수 / 종주대 대원

 

일시 2019년 1월 27일(일)
구간 화방재 – 수리봉 – 만항재 – 함백산 – 중함백 – 은대봉 - 두문동재
거리 11.98 km
시간 6시간 20분 (휴식시간 포함)
인원 19명
 

 

 
▲ 하산길 고사목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새해 첫 산행이다. 한파로 고생했던 39구간 산행과 송년회. 그로부터 거의 두 달이 지났다. 타지에서 도와드리던 일도 잠시 미루고 산행을 준비한다. 그동안 고생했던 발(트레킹화 같은 얇은 옷 입고 백두대간의 옹골진 땅을 버텨주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겨울산행을 위해 새로이 중등산화를 맞췄다. 든든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대원님들을 뵙는다. 대원님들과 22살의 1년을 함께했다. 작년 봄에 시작됐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다. 함께 산을 타며 어린 나이에 사랑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번 산행에는 ’평양시민’ 김련희 대원도 참가했다. 그리하여 대인원 19명이 결성됐다.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산행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많은 인원이 함께 산을 탄다.

   
▲ 함백산 일대.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은 특별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강원도의 함백산 일대를 걷는다. 강원도 영월. 나의 어머니의 고향이다. 영월의 시골집에 어머니를 따라 자주 왔었고 이곳에서 어릴 적 추억을 참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그 시골집은 사라지고 없다. 시골집이 사라진 뒤로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 지금 그 옆을 지나가고 있네... 어머니의 고향이자 추억만으로 아련해지는 영월을 걷는다는 건 나에게 정말 기쁜 일이다.

또한 함백산 등산길. 이 길은 나의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다. 젊은 시절 엄마는 산행을 좋아하셨다고 한다.(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엄마 때문일까?) 오늘 걷는 이 길은 지금의 나와 나이가 비슷했던 젊은 날의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다. 엄마가 남겨놓은 과거의 발걸음에 나의 발걸음을 얹어본다.

   
▲ 이번 산행에 참가한 '평양시민' 김련희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둘째, ‘평양시민’ 김련희 대원과 함께 백두대간을 걷는 순간이다. 북한에서 오신 분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6.15산악회 김재선 총대장님을 따라 이번 산행을 함께하게 되셨다고 한다.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살아온 삶은 참으로 다를 테지만. 한 민족이니까. 단지 특이한 말투가 더 매력적이었을 뿐.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산을 걸었다. 어쩌면 통일의 순간을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마음 한켠에 간직한 채로.

   
▲ 바위 중턱에서 멀리 바라보는 이지련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쉬운 산행이 될 예정이었다. 이지련 단장님의 정돈된 산행정보가 이번 코스의 난도를 예상해주고 있었다. 거리도 적당하고 길도 그리 험하지 않단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도를 들고 있어도 직접 걸어봐야 아는 법. 걸어봐야 알겠지. 일단 걸어보자.

완전한 겨울이다. 휑한 느낌이 강하다. 나무들이 눈이불을 덮지 못해 더 그런 것 같다. 초반은 역시 오르막이다. 꽤 급하다. 항상 씩씩하게 산을 탔던 민성이도 걷기 싫다고 칭얼댄다. 계속 가야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차로 갈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다는 만항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만항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다는 만항재다. 어쨌든 차가 올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도착하니 차가 빽빽 사람도 많다. 이렇게 사람 많은 구간은 처음이다.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편다. 이번 점심은 간소한 편이다. 그 중 별미가 있었으니 꼬막과 갓김치다. 갑오징어와 피조개를 비롯한 최고의 별미를 대원들을 위해 가져와주시는 강남순 대원이 이번엔 한참 제철인 꼬막을 싸오셨다. 얼마 전 삼촌에게 배웠던 꼬막 까는 법을 이용해 아주 알차게 꼬막을 까먹었다.

   
▲ 만항재에서 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그리고 이계환 대원이 싸오신 여수돌산갓김치. 사실 오늘 갓김치가 정말 먹고 싶었다. 어제 명상을 같이 하는 형의 초대를 받아 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닭가슴살과 연어조각을 구워 갓김치에 싸먹었다. 그런데 갓김치가 너무 맛있었는지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얼마나 아쉽던지. 그 아쉬움을 오늘 갓김치로 위로한다. 알이 꽉 찬 꼬막이 입에서 돌고 알싸한 갓김치가 입에서 아삭거리며 만항재의 점심을 기쁘게 해주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점심을 다 먹고 출발하려는 길이었다. 저 멀리서 총무님이 다급하게 대장님을 부르며 달려오신다. 점심 먹는 동안 짐을 차에 두고 왔는데 차가 떠나 가버린 것이다. 총무님이 기사님! 기사님! 부르며 차를 세우려 노력했지만 단호박처럼 가버리셨다고 한다. 참 곤란하다. 짐을 차에 두고 온 채로 남은 산행을 계속해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틱은 두고 오면 안됐다. 뭐 나야 스틱 없이 네 발로 산을 탈 때도 있으니 익숙하지만, 항상 스틱을 갖고 다니시던 총무님과 장소영 대원이 걱정됐다. 다행히 대장님과 박명한 대원이 스틱을 빌려주셔서 무사히 남은 구간을 걸을 수 있었다.

   
▲ 함백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함백산 정상에서 활짝 웃는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투덜대던 민성이도 밥 먹으니 힘이 나나보다. 만항재를 벗어나 함백산 정상으로 향한다.

함백산 정상의 칼바람은 무서웠다. 바람 이놈이 나무에 가려 기세를 감추고 있다가 막힌 곳 없이 뻥 뚫린 정상에 도착하니 칼이 되어 달려든다.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불어댄다. 재빨리 무장을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나란히 줄서있는 풍력발전기, 태백선수촌, 하이원스키장, 전투기가 지나가고 남겨놓은 하늘의 흔적이 모여 함백산 정상의 경관을 완성했다. 속이 트이는 아름다운 경관이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다음구간으로 전진한다.

   
▲ 하산길 심주이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심조심 눈길, 하산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정상을 찍었으니 내리막길을 걷자. 나는 내리막을 걸을 때 겁이 많다. 미끄러질까 혹 발을 헛디딜까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그래서 속도도 느리다. 특히 이번은 눈길이다. 바위의 탈을 쓴 얼음이 곳곳에 매복해있다. 앞에 가던 한 대원이 어느 곳을 밟고 미끄러지는 모습을 본다. 왜 여기서 미끄러지셨지, 호기심에 똑같은 곳에 발을 디뎌본다. 더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졌다. 괜한 호기심도 있는 법이다. 박명한 대원이 빌려주신 아이젠을 착용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내리막을 내려올 수 있었다.

   
▲ '누구세요?'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김태현(우측) 대원과 이민우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산 정상 헬기장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오랜만에 산행한 조한덕-민성 부자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은대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로 평지가 계속됐다. 쉬운 길 맞는 것 같긴 한데 오늘따라 끝이 안 보인다. 점점 지쳐간다. 이민우 대원과 발을 맞춰 걸으며 힘을 낸다. 축구를 하셔서 그런지 젊은 나보다 훨씬 잘 걸으시는 이민우 대원. 이번 산행에 큰 힘이 되어주셨다.

은대봉에 도착했다. 넓은 평지에 ‘은대봉’이라 적혀있는 작은 비석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쉴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다. 구절초 꽃차를 마시며 대원들을 기다린다. 대원들이 하나 둘 은대봉에 도착하는 모습이 저물어가는 햇빛에 포개져 보기 좋다.

   
▲ 은대봉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우리 다음으로 가장 먼저 도착한 민성이. 조금 쉬더니 바로 내려가겠다고 혼자 떠날 채비를 한다. 산행을 시작할 때 많이 힘들어하던 민성이었다. 아마 자기 자신도 모르는 연기를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앞장서 가려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다. 민성이를 혼자 보내기 아쉬워 나도 같이 따라간다. 지도를 보니 두문동재까지 1.3km. 실핏줄만큼 남았다.

민성이와 대화하며 내려오는 길은 즐거웠다. 고3을 앞둔 형이 있는데 형과 많이 친하다는 이야기와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길에 소복히 쌓여있는 눈에 그림 그리는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내려왔다. 아쉽게 은대봉에서 찍은 단체사진에는 우리의 모습이 담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민성이랑 내려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걷다보니 저 멀리 두문동재가 보인다. 새해 첫 백두대간 산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 심주이 총무가 선물해주신 '소백산 하늘길' 그림.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심주이 총무가 선물해주신 '소백산 하늘길' 그림이다. 지난해 10월 말 36구간 때 걸었던 산행길이다. 그림을 보며 산길 위에 존재했던 나와 대원들을 생각한다. 앞으로도 얼마나 멋진 풍광이 우리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또 어떤 풍경이 총무님의 그림으로 재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시작이 좋다. 이번에도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최선을 다해 걸었다. 새해 첫 산행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의미 있었던 이번 산행을 기점으로 앞으로도 힘차게, 올 한해 아무 문제없이 무사히 백두대간 완주를 위해 달려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화이팅!

   
▲ 날머리 두문동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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