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감번호 61번, 국가보안법과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그가 갇힌 서울구치소 앞에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14일 오후 7시 20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서울구치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2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시우 작가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평화작가 이시우 석방대책위’와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씨 석방 촉구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60여명이 손에손에 촛불을 밝혀들고 시작된 촛불 문화제에서 문정현 신부는 “이번 평화활동가 사진작가의 구속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서 견딜 수가 없다. 아마 단식과 묵비권은 저와 똑 같은 심정이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죽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이시우 작가가 구속된 것은 ‘너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건경과를 설명하기 위해 나선 김애영 민예총 강화지부장은 “이시우 작가는 걸어다니는 명상가라는 느낌을 평소에 받았다”며 “21세기에 이런 사람이 있나, 제가 아는 선비의 느낌이 바로 이시우씨였다”고 평했다.
김애영 지부장은 “어머니인 대지를 함부로 걸을 수 없어 조심조심 걸어다닌다는 인디언처럼 이시우 씨는 바로 그런 마음으로 강화와 DMZ(비무장지대)와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며 “우리나라의 산천대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걸은 이런 평화로운 사람이 어떻게 이런 폭력적인 국가보안법의 사슬에 두 다리가 묶였는지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 평화롭게 이시우 씨가 강화를 걸을 수 있게 되길 뜨겁게 바라마지 않는다”고 소망했다.

한 교수는 “국보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국보법은 평화박물관에 분리수거를 잘 해서 보내야 한다”며 “경부고속도로가 4차선이고 짜장면이 맛있다는 것도 국가기밀인데, 평화박물관에서 국가기밀을 누가 누가 잘 폭로하는지 전시할테니 사진작가들이 각자 최고의 기밀 사항을 찍어 출품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시우 작가의 부인 김은옥 씨는 “남편의 직업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나는 사진작가이고 예술가라고 생각했는데 통일뉴스 전문기자이자 평화운동가였다”며 “남편은 제가 보기에도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새벽 서너시에 작업실을 걸어다니고 아들에게 침대에서 대화를 많이 해주던 일들도 떠올렸다.

특히 김 씨는 국내 언론에 대해 “김승연과 같은 남대문 유치장에 수감돼 단식하고 있는데도 얘기 한 마디도 없었다”며 “너무나 서운하다”는 유감을 표하고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도록 교대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 우성 군을 강화도 지인들에게 맡기고 서울에 주거를 정하고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김용한 위원장은 “보도자료 마다 주한 미군기지 숫자가 달랐는데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놀라운 자료들이 있더라. 기지 숫자뿐만 아니라 기지 위치, 건물 숫자, 면적, 미군 숫자, 군속과 민간인 숫자까지 전세계 40여 나라의 미군기지가 나온 자료들을 제재 없이 다운 받을 수 있었다”며 “이 자료를 번역 출판하기로 결의하고 녹색연합과 전국 105개의 미군기지를 다 돌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찍고 자료집을 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에 가 도쿄 도의원의 안내로 미군기지 철조망 안으로 사진기를 넣어 사진을 찍고 기지 건너편 3층 건물에 설치된 망원경에 100엔을 집어넣으면 맘대로 사진을 찍도록 돼 있었고, 오끼나와의 훨씬 넓은 미군기지 역시 관광객들이 100엔만 넣으면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기노완시(市 ) 이하 요이찌 시장은 미군기지 군데군데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는가 하면 오끼나와 현청은 오끼나와현 공무원 30명 정도가 해마다 미군범죄나 미군이 뭐하고 어떻게 기동하는지, 위치, 면적 등을 자료집으로 펴내고 저 같은 외국 활동가들에게 기념품을 준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재선된 요이찌 시장은 심지어 기노완시 시청 옥상에 미군헬기들이 내려다볼 수 있도록 뛰어다니며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영어 글씨로 ‘Don’t fly over our city, This is our land'라고 써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도 군사기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사람을 차별하면서 이시우 작가를 구속했다”고 비판했다.

‘광양에서’를 합창하며 한 시간여의 촛불 문화제를 마무리한 60여명의 참가자들은 서울구치소 철문 앞으로 이동해 갇힌 이시우 작가를 격려하는 구호와 함성을 목청껏 외친 뒤 철문 사이로 촛불을 놓아두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
‘평화활동가.사진작가 이시우 선생을 즉각 석방하라’ 등의 문구를 붓글씨로 직접 써온 문정현 신부는 “평화작가 이시우를 자유롭게 걷게 하라”는 이날 구치소 앞에서의 촛불 집회의 함성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촛불 문화제에는 발언자 외에도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 임방규.권낙기 통일광장 공동대표, 권오창 실천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통일원로들과 변연식 천주교인권위 위원장, 오혜란 평통사 평화군축팀장 등이 참석했다.

반도를 넘어 발품을 팔며 유엔사 해체 걷기명상을 일본까지 이어갔던 이시우 작가가 이제 감옥 안에서 목숨을 건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을 벌임으로써 수많은 촛불이 구치소 앞으로 모여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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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