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는 글로벌 냉전 이후 지속적인 군사적 위기상황과 외교적 교착 상태를 반복해왔다. 특히 북미관계는 핵문제를 중심으로 협상과 갈등이 교차하는 복합적 양상을 보여주었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이벤트는 그 자체로 지역 안보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왔다.

지난 11월 3일 대한민국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내년 2026년 3월 한미 연합훈련 이후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제시함에 따라, 그 개연성과 대화의 필요충분조건을 평가하는 것이 시의적절한 과제로 등장했다.

본 칼럼은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를 위한 북한의 외교 전략, 미국의 대북 접근법 변화, 한반도 안보환경의 구조적 재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재명 정부의 대응전략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개연성을 평가하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북한의 외교 전략과 협상 패턴과 6개 필요충분조건들

북한의 외교 전략은 공세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에 기반하며, 요약하면 북한 외교를 체제 생존과 정권 안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김정은 체제는 핵무장을 단순한 군사력이 아닌 정권 생존의 보험으로 간주하며, 협상에서도 핵 무력 강화를 ‘절대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과거 북미대화의 패턴은 위기 조성→대화 제안→제한적 합의→이행 실패 또는 파기라는 순환 구조를 반복해왔다.

북미대화의 반복적 패턴을 요약하면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회담 등은 모두 초기에는 협상 진전을 보였으나, 이행 과정에서 상호 불신과 전략적 계산의 차이로 인해 파기되었다. 이는 북한이 협상을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아래 <도표 1>에서 보여주듯이 이러한 패턴은 북한이 단계적 양보를 통한 보상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의 정치 일정이나 국제 정세 변화를 기민하게 활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표 1> 북미대화의 반복적 패턴

시기

주요 사건

북한의 전략

결과

1994

제네바 합의

핵 동결 대가로 경수로 제공 요구

합의 후 파기

2005

9.19 공동성명

핵 포기 약속→경제·안보 보장 요구

이행 실패

2018

싱가포르정상회담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 요구

구체적 합의 없음

2019

하노이 회담 결렬

영변 핵시설 폐기↔제재 전면 해제 요구

협상 결렬 후 대화 중단

 

현 상황과의 연결하여 (1)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대북 제재 완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2)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대화의 출발점으로 요구하고 있어, 입장 차이가 구조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따라서 북미 대화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한미 연합훈련 종료만으로 대화가 성사될 개연성은 낮다는 분석은 매우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필자는 북한이 북미대화에 나설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 변화를 구조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북한은 대화 자체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며, 북한이 북미대화에 나설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될 때만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필자가 주장하는 북미대화의 6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요약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북미대화의 3가지 필요조건(필수적 전제)은 (1)북한의 주장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이다. 북한은 이를 ‘침략적 적대행위’로 간주하며, 훈련 중에는 대화를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북한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명확한 신호이다. 미국이 ‘정권 교체’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행동으로 보여주고, 군사적 위협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3)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 또는 제한적인 인도적 지원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숨통이 트여야 협상에 나설 여지가 생길 것이다.

한편, 북미대화의 충분조건(실질적 유인)은 3가지로 요약한다. (1)트럼프 대통령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하여 그의 직접적 메시지 또는 친서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서 교환을 통해 ‘정상 간 신뢰’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은 바 있다. (2)국제적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이다. 북러 밀착, 북중관계 강화 등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했을 때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3)북한내부의 정치적 안정과 군사적 자신감이 있을 때이다. 북한이 무기개발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6년을 기점으로 북한은 전략무기 체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구조적 변화

최근 한반도 안보환경은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북러관계의 밀착, 북한의 고도화된 핵전략 등으로 인해 구조적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의 군사·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며,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제공하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 대북제재 유지, 미국의 비핵화 원칙은 여전히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는 북한의 위협 인식을 극대화하며, 대화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을 충족시키는지를 평가하려면, 지역 안보 지형의 재편,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북한의 군사전략 변화,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접근법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며, 동맹 강화와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 대만해협 긴장 고조 등으로 지역 패권을 추구하며,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북러관계의 밀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북아로 지정학적 긴장을 확장하며, 북한과의 에너지·군사 협력을 통해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북한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제공하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략핵과 전술핵 병렬 배치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화의 조건으로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넷째, 다음 장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전략 변화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핵화 중심의 경직된 접근에서 벗어나, 위기관리 중심의 현실적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현실 인정 발언, 스몰 딜(small deal) 중심의 단계적 접근, 러시아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 정상 간 친분 외교의 지속 등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미국 본토 위협 제거 관점에서 접근하며, 주한미군 주둔 및 연합훈련 방식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 2>는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 충족여부를 평가하였다.

<도표 2> 북미 정상회담 조건 충족 여부

조건

현재 충족 여부

평가

한미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

강화 추세

대화 유인 저해

제재 완화 또는 인도적 지원

유지 중

협상 동기 부족

체제 안전 보장

일부 신호 존재

트럼프의 친서 외교 가능성

외교적 지렛대 확보

북중러 협력 강화

협상력 상승 요인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변화 조짐

조건부 대화 가능성

 

현재 한반도 안보환경은 북한에게 전략적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할 충분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 대북제재 유지, 미국의 비핵화 우선 원칙은 여전히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외교 스타일과 북중러 삼각 협력의 강화는 전술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이는 향후 안보환경의 추가 변화에 따라 북미회담의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북 접근법 변화에 대한 분석과 평가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의 대북 정책은 1기와 비교해 전략적 방향성과 현실 인식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섯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 중심에서 위기관리 중심으로의 전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강력한 제재와 외교적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2기 들어서는 비핵화라는 이상적 목표보다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따른 위협을 관리하는 현실적 접근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국무·국방 지명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제재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언급한 점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특히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비핵화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내부적 재평가를 시사하고 있다.

둘째, 북한의 핵보유국 현실에 대한 언급

국방장관 지명자가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은 미국 정부가 그간 회피해온 북한의 핵능력 현실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대해 미국이 전략적 고려를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향후 협상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스몰 딜 및 단계적 접근 확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 2) 당시의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방식에서 벗어나, 제한적 제재 완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교환하는 스몰 딜(small deal) 방식의 협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협상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와 일정 부분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접근이 될 것이다.

넷째, 러시아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북러 간 밀착을 견제하는 동시에, 러시아를 미북 대화의 중재자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다자간 외교의 틀 속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섯째, 북미정상 간 친분 외교의 지속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하향식(top-down) 접근 을 유지하는 것으로, 실무 협상보다는 정상 간 직접 소통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 유리할 수 있으나,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합의 도출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대북 정책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요구 조건들과 일정 부분 교차점을 형성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제약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미동맹의 조율 문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북중러 협력 강화 등은 정책 실행에 있어 지속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2기의 대북 전략은 유연성과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한 진화된 형태이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전략과 다자적 협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생존 계산과 새 가지 핵심 축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사고는 정권 생존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중심으로 세 가지 핵심 축을 따라 전개되고 있다. 이는 외부 개입에 대한 공포, 내부 이념 오염에 대한 경계, 그리고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대응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3가지 축을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외부 개입에 대한 공포: ‘카다피 시나리오’의 회피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장 정책은 단순한 군사력 확보를 넘어, 정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이후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정권이 붕괴된 사례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에 기반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핵무기를 정권 유지의 ‘보험’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어떠한 협상에서도 북한체제의 보장 없는 핵 포기를 절대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북한체제 안정성과 직결된 전략적 사안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북한내부의 이념 오염에 대한 경계: ‘한류 차단’과 사회 통제 강화

북한은 외부 정보, 특히 남한의 대중문화가 자국 내 이념적 기반을 침식시킬 수 있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이념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사회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제정은 외부 콘텐츠 유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주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동시에 주민들에 대한 감시 체계가 더욱 정교화되고 있으며, 이는 체제의 이념적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시도 이자, 내부 불만과 저항의 싹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대응: 외교적 지렛대 확보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국제 제재로 인한 외교적 고립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러 삼각 협력 강화를 통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친선 차원을 넘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산된 행보로 판단된다. 이러한 외교적 지렛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협상력을 유지하고,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은 외부 위협과 내부 불안, 그리고 국제적 고립이라는 삼중의 도전에 대응하는 복합적 생존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기적 전술을 넘어, 체제 유지와 장기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전략적 계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도표 3>에서 보듯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계산은 체제 생존, 협상력 극대화, 그리고 국제 질서 속 북한의 위상 확보라는 다층적 목표를 향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아래에 그 핵심 축과 대응 시나리오를 구조적으로 분석하였다.

<도표 3> 김정은의 대응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전략적 선택지

시나리오

조건

김정은의 대응

전술적 대화 재개

트럼프의 친서 외교, 한미훈련 축소

제한적 대화 수용, 제재 완화 유도

전략적 고립 지속

제재 유지, 군사적 압박 강화

무력시위 강화, 핵실험 가능성

중·러 중심 외교 전환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 협력 확대

북미 대화 거부, 대중·대러 밀착

내부 불안 대응 강화

경제난 심화, 정보 유입 증가

사회 통제 강화, 내부 숙청 가능성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은 북한체제의 생존에 도움이 될 때만 선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더라도, 북한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핵보유국 지위 인정, 대북제재 완화, 군사적 위협 제거—가 충족되지 않으면 대화는 전술적 수준에 머물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책제언: 북미 정상회담의 개연성과 이재명 정부의 대응전략

북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이벤트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환경의 구조적 조건과 전략적 계산이 교차하는 복합적 결과물이다. 현재의 안보환경은 북한에게 일정한 전략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협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았다. 국정원이 제시한 ‘내년 3월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정황 기반의 탐색적 분석에 불과하며, 대화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현 개연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북미/남북 정상회담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한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적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지속적 이행은 북한의 대화를 유도하는 핵심적 전제 조건이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과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자제 등은 북한에게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군사적 제스처를 넘어, 신뢰 구축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한미 간 대북 접근법의 전략적 조율은 미국의 유연한 협상 전략을 견인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중심의 경직된 입장에서 벗어나 위기관리 중심의 현실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을 하는 조율자로서의 외교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미 간 고위급 전략대화를 정례화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및 제재 완화에 대한 공동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북중러 외교 환경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대응 전략 마련은 북한의 외교적 선택지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북한은 북중러 삼각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균형된 실용 외교를 추진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다자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협상 유인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적으로 국민적 합의 도출과 국제적 연대 구축은 대북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여야 간 대북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유엔, EU, 아세안 등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의 실현은 북한의 전략적 판단, 미국의 정책 변화, 안보환경의 구조적 재편, 그리고 한국 정부의 능동적이고 균형된 실용 외교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만 현실적 가능성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선택은 그 가능성을 열어가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단기적 협상 성과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한국 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제19-22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 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 HUFS Award(해외부분) 수상 (2025). 36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6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 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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