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26일째인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부인 김은옥 씨가 14일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부인)은옥씨와 (아들)우성이의 고생스러움이 항상 걱정입니다. 춘궁처럼 집을 맴돌 냉기가 봄기운을 무색케 할 것이 염려됩니다. 연리 작업실에 있는 사진들을 인연 닿는 대로 팔아서라도 돈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국가보안법과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조사중인 이시우 사진작가가 봄은 왔지만 봄을 느낄 수 없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 30일 자신의 홈페이지(www.siwoo.pe.kr) 자유게시판에 검거 전에 올린 글이다. 자신의 사진 작품을 제 몸처럼 아껴 단 한 작품도 팔지 않았던 이 작가가 가족을 염려해 올린 눈물겨운 사연이다.

▲ 김은옥 씨의 1인 시위에 담당 이 모 검사도 알은 채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그러나 이 작가의 염려와는 달리 부인 김은옥 씨는 "토요일도, 어제도 너무 뿌듯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주위의 따뜻한 성원과 집에 찾아온 뜻밖의 손님까지, 그에겐 모두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단식 25일째를 맞는, 평화사진작가 이시우를 즉각 석방하라."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한 김 씨는 온몸을 뒤덮은 홍보판에 직접 써온 호소를 담았다.

김 씨의 1인 시위는 오전 7시 30분부터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되고 점심시간이 지나는 오후 1시 30분에 마무리되며, 1차 공판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안면이 있는 기자를 만나자 김 씨는 '반가운 손님' 이야기부터 꺼내놓았다.

"남편이 수배 중일 때 우울하게 회사를 갔다오면 집은 춥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있었는데 가스렌지 후드 통에 '짹짹' 소리가 나 베란다로 나가보니 새가 한쌍 날아들었다"며 "이젠 새끼까지 낳아서 아예 안 나가는데 아마도 이 작가가 감옥에 있으면서 우리가 너무 걱정돼 새를 대신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돼 말도 걸어보고 혼자 웃기도 한다"고.

김 씨가 어려움 속에서도 뿌뜻한 마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바로 주변의 성원과 격려 때문.

지난주 수요일(9일)에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 대책위'가 성황리에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김 씨는 토요일(12일) 평화박물관에서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열리고 있는 사진전에서 남편과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 탄원서도 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 초등학교 4학년 서보슬 양의 '탄원서'. [사진-통일뉴스] 
"시골에 코딱지만한 교회지만 부모형제 보다 더 도와줘서 밥도 해주고 돈도 걷어주고 기도해주고..." 일요일(13)엔 김 씨가 다니는 강화 일벗교회에서 목사부터 신도들까지 탄원서를 받았는데 초등학교 4학년 서보슬 양은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시우 선생님은 우리교회 다니시는 김은옥 아줌마의 남편입니다. 그런데 그 착한 아저씨가 감옥에 갔다고 합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사람을 잡아갑니까?"라고 썼다.

김 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남편의 건강. 지난달 19일 검거와 동시에 묵비권을 행사하며 단식에 돌입한 이시우 작가는 지난 6일 전신쇠약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 단식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감잎차와 효소를 복용하며 장기 단식에 들어간 상태이다.

김 씨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던 9일, 검찰 조사 도중 팔다리에 마비가 와서 119가 와서 주물러 줬다"며 "검찰청 소환 조사시 수갑과 포승줄을 묶어서 다닌다는데 상식적으로 단식 20일이 넘어 벽을 잡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호송도중 도주할 우려가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서울구치소에서 온돌방으로 옮겨줘 추위라도 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

이 작가는 구치소 측으로부터 집필 허락을 받아 부인 김 씨에게 책을 넣어줄 것을 부탁해 매일 3-4권씩의 책을 넣어줄 예정이다. 이 작가는 부인에게도 옥중 편지를 써보내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우성이가 어버이날이라고 엄마 아빠께 쓴 편지를 8일날 받아놓고 읽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제 저녁에 우연히 뜯어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우성이도 지금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26일째 힘겨운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시우 작가를 생각하면 가만 있을 수가 없다는 부인 김은옥 씨. 그의 작은 몸짓이 커다른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시우 작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오늘(14일) 오후 7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릴 예정이며, 17일 국가보안법폐지연대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서도 이 작가의 사례가 논의된다. 또한 이시우 작가의 사진전도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김 씨는 오는 19-20일 부산 해운대 유스호스텔에서 열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총회를 찾아가 이 작가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며, 간단한 사진전도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부산, 울산, 진주, 거제 등 인근지역 문화활동가들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눈물 바람이 마르지 않을 구속자의 부인 김 씨는 이제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우성군을 강화도 지인들에게 맡겨두고 서울에서 남편의 석방을 위해 1인 시위를 자청해 나섰고 토론장과 집회장을 누비고 다닐 단단한 의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이시우 작가 석방 탄원서>

이시우(본명;이승구)작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아픔인 분단의 문제를 사진적 화두로 삼고 평화와 통일을 모색했던 진지한 사진가입니다. 그를 가두고 억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디 이시우씨를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려 보내시어 분단의 상처를 모듬고 평화로운 길에 이시우씨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7. 5. 12
사진가 노순택


사진가 이시우(이승구)씨는 한국사회에서 탁월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그의 작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서박람회에도 출품된바 있습니다. 같은 사진가로 그의 창작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대로 보장되어야 하며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허용되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조속한 석방을 촉구합니다.

사진가 이상엽


이시우 사진가의 상징적 이미지는 작가의 고유한 표현의 자유이다. 올바르지 못한 억압과 탄압을 속히 중지하고, 사진가의 권리를 보호, 조속한 석방을 촉구합니다.

사진가 이성은


이 시대는 기록의 시대이다.

그러나, 항상 주위의 아름다움 만을 사진적으로 즐겨야만 하는 것인가? 이시우의 작업은 이 시대의 우리가 간과시한 아픔과 되 돌아보고 알아야할 소중한 기록인 것이다. 그것은 사진예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며 근본인 것이다.

타자의 눈으로 볼 때 그의 행동을 우리사회의 불안과 분열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는것은 국가보안법 같은 외눈박이 사고의 일환이자 이 시대의 아픔이다.

나는 그를 정확히 보기 바란다. 그리고 광의적 의견을 구하고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고, 사진의 진정한 가치와 기록성, 역사의 중요한 가치를 국가공권력(현재성)으로 판단치말고, 멀리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그는 역사의 중요한 기록자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이다. 그의 조속한 석방을 바랍니다.

사진가 성남훈

<출처 - 이시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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