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형 / 고기교회 집사
‘2023 DMZ 국제평화 대행진’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하여 강화 교동도 망향대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13살 중학생부터 초로의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걸었다. 때로는 폭우를 만났고 폭염에 힘들었지만, 열흘간의 대장정을 끝내는 소감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2023 DMZ 국제평화대행진단‘
이 글은 교회에 다니는 한 사람이 ’2023년 DMZ 국제평화 대행진‘ 10박 11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아름다운 조국 강산과 행진단 속에서 본 좋은 것들에 감화 감동되어 쓰는 간증 기록 비슷한 것이다. 맞춤법과 문법을 무시하고 쓰는 내용이다. 혹자는 교회 광고 내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읽는 사람의 자유다.
교회
나는 신앙인이다. 사람들이 천당 밑에 분당(10년 넘게 살아봤는데 사람 사는 데가 다 고만고만하다)이라고 하는 곳과 경계를 이루는 용인시 고기리 유원지 초입의 작은 교회를 나가고 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다 비슷하다. (주일) 예배 참석, 교회 내에 이런저런 일 함께하기, 수요일 저녁 성경 공부하기, 토요일 행사, 울력, 모여서 놀기 등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 교회에 다녀보니 제정신인 목사와 괜찮은 교우들로 채워진 교회공동체 같아서 다니는 맛이 난다. 경상도 음식 치면 멀 건(맑은) 국물인 추어탕인데 먹을수록 담백한 맛이랄까 뭐 그런 맛 나는 교회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은 박정희 유신독재하에 유년을,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 청소년을 보냈다. 1987년 6.10항쟁과 노동자들의 항쟁으로 우리 사회의 해빙기 때에 청년이었다.
이 시기 용기 없고 머뭇거림이 많은 청년으로 구름 낀 우울을 경험했으며 부들부들 떨며 1년 선배의 손을 잡고 대구시내 중앙로 아스팔트 위에서 6.10 항쟁의 물결에 몇 번 몸을 실었던 것이 다였다.
군대 복무, 학교 졸업, 취업, 사회생활 시작. 엄혹한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선후배들에게 항상 빚진 마음이었고 그분들에 대한 마음속 존경과 경외심은 그저 밥 한 그릇, 막걸리 한 잔 대접하는 것으로 퉁치며 보냈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08년에 우연히 교회 깃발을 든 사람들을 만났다. 보슬비 속에 ‘광우병 소고기 반대’,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신기했다. 경이롭기까지 했다. (예수쟁이들이 데모한다고. 웃기고 반갑고)
향린교회, 들꽃 향린교회, 강남향린교회, 섬돌 향린교회, 새민족교회….
참 이런 교회는 훌륭한 교회라 지금도 생각한다. 시대가 원하는 것에 합당하게 교회 본분을 다하는 교회, 소금 역할을 하는 교회. 그리고 고기리에 있는 교회가 나에게 왔다.
미금, 동천역에서 수 km, 서울에서 10km 정도, 분당과 수원, 서울시민들의 휴식처 고기리 유원지 입구에 교인 120여 명 정도 대문도 없는 곳이다. 교회에 들어서면 커다란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가 대충 머리 위로 지나간다. 커다란 다리와 같다.
정면에 빨간색 지붕, 교회 표가 딱 나는 건물이 보이는 데 그건 옛 본당이고 그 좌측에 멋있는 건물이 본 예배당이다. 이 교회 교우들이 엄청나게 자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코로나19 시기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벽돌을 나르고 철재 빔을 자르고 나르고 돌을 나르고 교회 건물 지을 때 모두 참여를 하였다.
밥을 하는 사람, 간식 만들어 주는 사람, 청소 빗자루 흔드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심부름하는 사람, 누가 나와서 힘쓰고 잘하더라고 카톡방에 글과 인증샷 올리는 사람 등 절대로 강요는 없었다. 순수하게 믿음으로(?) 한 것들이다. 일하다가 힘들어 도망가는 소식까지 올렸을 정도다. 대단한 뚝심, 성실성의 소유자들!
교회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여름 예배 시간이 참 좋다. 일요일 아침 눈뜨면 시원한 교회 가고 싶어 두근두근한다.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단풍나무 아래 의자가 있고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다. 밤토실 도서관. 만화책이 많고 만만찮은 좋은 책들로 채워져 있다.
용인시 지역사회의 모임 장소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예배 후에 책보고 잠도 자고 어른들도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자기 수준에 맞는 아이들과 대거리를 하면서 논다. 참 보기 좋다. 숨어 한숨 낮잠 자기 좋은 곳이다.
도서관과 옛 예배당 사이 통과하면 드디어 밥집이다. 교회 식당, 식사 준비와 식사하는 곳(성가대 연습도 하는 곳)이다. 뒤쪽으로 데크가 붙어있고 봄, 여름, 가을 야외 비슷한 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기분 괜찮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공동 식사(점심)는 당번을 정해서 하고 교회 청소는 구역별로 나누어 돌아간다. 점심밥이 참 맛있다. 한정된 식재료비가 지급되는데 신심(신앙)들이 매우 깊어서 몇만 원 더 얹어서 자꾸 뭘 만든다. 반찬이 여러 개 되고 열과 성을 다하고 기도해서 제법 밥이 맛있다.
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옆 논의 벼포기들이 보인다. 논 바로 옆에는 목사님 사무실 건물이 있다. 개구리 소리, 벌레 소리 들으면서 집무실에서 목사님 글 읽는 모습과 소리 간간이 보고 들을 수 있다.
아래 논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습지가 나온다. 정말 멋있는 목이 긴 하얀 새가 날아올 때도 있고, 개구리, 소금 장구벌레, 도롱뇽. 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교회 공간 위쪽에 산을 깎아 큰 건물을 짓는다고 산 위에 땅을 판 상태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습지는 사라진다. 감사원에서 문제 있다 판정은 했는데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겨울 외에 교회의 모든 공간은 야외 행사도 꽤 있다. 부활절 행사 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여름 교회 행사로 마당에서 야영을 한다, 음악회, 백일장도 한다. 교우들이 모든 것을 직접하고 만들고 설치한다.
그리고 일요일 예배 시간 30분 전 정확히 11시 예배당 쇠 종소리가 고기리 동네와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을 휘돌며 분당, 용인, 수원 시내를 향해 울려 퍼진다.
여기까지가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도 함부로 꺾을 수 없는 고기교회 교우들의 생태 공간을 이야기했다. 무슨 파라다이스 같은 교회냐 하겠지만 이런 곳이 고기리에 있다.
이곳 신앙생활은 만만찮다. 예배 시간 순서를 맡은 교우는 말끔하게 의관을 정제하고 집중을 한다. 한 치의 오차와 실수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간간이 교우들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목사님의 아재 개그에 웃음 만발하기도 한다. 설교 말씀 울림이 있다. 우리가 다 실천을 못 할 뿐이다.
장로들을 포함한 교회의 리더들은 종을 치고 몸과 마음으로 그 자리의 본을 보여주신다. 늘 고맙고 내 영혼의 고향이기에 몸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여기 교회에서 공동체(조직)를 이루었을 때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DMZ 순례길
2022년 한 교우가 DMZ 국제평화 대행진을 전 일정을 소화하고 다녀왔다. 교회에 소문이 나고 참여 소감은 교회에 보고가 되었다. 교회에서 전 일정 참가비를 지원하고 대행진 기간에 교우들 15명이 1일 참여 행진을 했다.
교회 내 평화통일위원회 선교부서가 꾸려진 2023년, DMZ 평화 대행진을 사전에 고기교회 스타일로 물 흐르듯 준비를 했다.
휴가를 낸 교우 1인이 2022년 행진 경험을 토대로 10박 11일 전 일정을 신청하고 휴가를 낸 회사 다니는 교우들이 1박 2일, 2박 3일씩 나누어 6명이 대행진을 하며 바통 터치로 이어나갔다.
미 제2사단이 주둔했고 여전히 땅을 차지하고 있는 동두천과 파주 코스에 교회 1일 참여자들이 합류하였다. 1일 참여자들 3명이 용인 고기리 교회에서 출발할 때 당일 아침 담임목사께서 평화의 기도를 드렸다.
대행진에 참여한 고기교회 교우들은 교회에서 일상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바위처럼 흔들림 없고 고집스러운 변방교회의 목회가 빛나는 느낌을 받았다.
3회차를 맞은 DMZ 평화 대행진 양구 구간에서 총 단장(조헌정 목사)의 인도로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주일 예배를 10분 정도 드렸다. 행진 지원단, 자원봉사 요리학원 선생님들까지 와서 20여 명이 참여한 예배였다. 그리스도인에게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이 평화의 길에 신(하나님)께서 뜻이 있어 그리스도인들의 발걸음을 떼게 하시는구나. 네 가진 신앙, 재물, 지식, 달란트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커피 1잔을 내려 대행진 단원의 목을 축여주고 운전으로 차량 봉사를 하고 천막을 쳐주고 한 끼 식사를 만들어 주고 후원금을 보내주고 SNS로 소식을 전해주고 행진단을 위해 응원의 기도를 하고 분단된 이 땅의 현실에 대해 더 묵상하며 DMZ길 걷게 하고 순례길의 고통과 아름다운 조국 강산을 느끼게 하고 행진단 속에서의 연대와 협동을 이루게 하고 동지애와 우정 신뢰를 나누게 하고 이 행진이 끝나고 참여한 행진단원들과 연대의 장을 넓혀나가고...
DMZ 대행진이 평화학교, 평화교회, 몸과 마음의 휴가지가 될 수 있게 하는구나.
부분 일정으로 참가한 교우들이 집으로 돌아가 SNS(텔레그램 방)을 통해 행진단 소식을 교회에 전했다.
고성에서 강화까지 10박 11일의 대행진 속에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었다.
도착 첫날 저녁에 명파해변으로 응원을 온 젊은 기장 목회자들 강원 초도 제일교회 이상중, 민돈후 목사, 시원한 차와 휴식을 준 영화 동주 촬영지 감리교 오봉교회 장석근 목사, 진부령 고개 정상에서 내리는 빗속에 컵라면& 뜨거운 물을 주신 감리교 선돌교회, 진부령 고개 너머 식당, 꽃을 든 사장님_결국은 남자였다. 양구 구간 박성률, 박순웅, 김형찬 목회자들의 지역 농민회와 함께한 응원 방문, 양구 신동철 선생님_변함없이 다신 뵌 농민. 춘천 김주묵 평화소녀상 대표, 찌는 날씨 에어컨을 빵빵하게 돌리고 예배당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다 환대해준 예장 웅담교회. 마지막 강화도 일정을 빛나게 해준 감리교 목회자들 조언정 목사 외 식당[강화혜정맘:통일&평화의 맛집/ 조언정목사 운영]. 해산령 전망대 쉼터 김종수 사장님의 한국 전통 무인 쉼터 가게, 내 육신과 대지의 어머니 농촌에서 한우들과 행진단에 함께하신 전기환 선생님.
아멘~ 교회 문이 열리니 하늘에서 컵라면, 온수, 화장실, 시원한 그늘이 쏟아졌다. 할렐루야 만인을 위한 휴식 공간, 교회 문을 여니 오병이어의 기적이 내리는구나. 이들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축복있으라.
이 아름다운 네트워크가 작은 시작이 되어 창대한 이룸, 정의, 평화, 생명의 완성이 가능할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신앙인, 종교인의 긴 호흡으로 당대에 안 되면 다음 대에, 다음 대에 안 되면 그 다음 대로 그리스도인의 행진을 이어나간다면 평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10박 11일 대행진 일정을 끝낸 다음 날 교회에서 진행된 예배에서 보고가 있었다. 부분 일정을 끝낸 교우가 PPT 자료를 준비하여 대행진 보고를 하였고 담임목사께 대행진단 메달, 구호가 적힌 조끼,손팻말등을 전달하였다.
대행진 참여 고기교회 진영이 일정 부분 자연스럽게 짜여졌다. 교우들 전체를 대표해 메달과 한반도기를 받고 흔들며 소년처럼 좋아하는 안홍택 목사님, 교우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 변방교회 목회 생활 40년이 그렇게 찬란한 빛을 발했다.
2023년 DMZ 국제평화 대행진에 통 큰 후원에 더해 “교우 여러분 훌륭합니다. 이 시작을 기점으로 내년에는 우리 교회가 가서 맛있는 밥도 좀 하고 운전도 하고 차량 정비도 하고 커피도 내리고 천막도 치고 짐도 옮기도 후원도 하고 각자의 달란트로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잔치로 만들어 봅시다” 목사님 제안을 하시고 교우들이 힘찬 박수로 동의의 결의를 하였다.
‘DMZ 국제평화 대행진’에 교회가 참여한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모든 일은 자기가 딛고 선 땅에서 시작되는 첫걸음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2023년 DMZ 국제평화 대행진에 고기교회 교우로서 행진단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고 즐거웠다. 신앙의 깊은 울림과 아름다운 조국 강산, 지성미와 건강미가 빛나는 훌륭한 행진단원들과 함께한 즐겁고 행복한 평화 통일 순례길이었다.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
오라 그리스도인들이여! 가자 DMZ 평화 대행진 속으로!
관련기사
- 작은 소망
- 처음부터 끝까지 ‘미어터진’ DMZ 대행진
- 이젠 평화를 살자
- 함께 걸은 사람들, 너와 나 그리고 우리(2)
- 함께 걸은 사람들, 너와 나 그리고 우리(1)
- 대전에서도 ‘윤석열 퇴진’ 외치며 천주교 시국기도회 열려...
- 전쟁 없이 살고 싶은 ‘반국가 세력들(?)’, 종전과 평화를 노래하다
- 김포 애기봉에서 평화의 종소리를 울리다
- 군사도시 동두천과 파주에서 평화와 통일을 외치다
- 굽이치는 한탄강, 통일의 물결로 춤추다
- 철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땅
- 해산령에서 평화를 외치다
- 도솔산 안개속에서도 걷는다
- 장마, 이제 시작이다
-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하나다!
- 분단선 앞에서 외친다
- 다시 시작하는 통일의 첫 걸음
- ‘고성에서 강화까지 DMZ 400Km, 분단의 선을 지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