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 조선일보 폐간 시민실천단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2023 DMZ 국제평화 대행진’에 참가했다. 작년에도 신청했으나 초반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소리 없이 사라져야 하는 비운을 겪었기에 이번 행진이 더욱 새롭다.
단 한 명도 허투루 참가하진 않았겠지만, 누구 못지않은 각오로 임한다. 더구나 4조 조장이라는 묵직한 직책까지 맡게 되었으니 더욱더 영광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70년 동안 이 땅의 평화를 짓누르는 분단 현실을 직접 느끼며 걷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은 아직도 이 땅에는 전쟁 상태가 종결되지 않았음을 말할 뿐이다.
아니 지금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 위험한 상황을 끝장내려는 노력에 딴지를 거는 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이번 행진하는 동안에는 전쟁 세력 특히,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하는 반민족 세력을 생각하며 의견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쟁 세력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교묘하게 편집하여 호들갑을 떤다. 정작 이 땅이 그런 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 기막힌 현실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오히려 자체 핵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운동조차 이런 관점으로 교묘히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사악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훼방을 놓고 있는 각 분야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대하여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이 [조선일보[라는 데는 쉽게 공감하면서 [조선일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그자들이 끈질기게 주입한 패배주의의 결과는 아닐지 생각하며 각오를 다진다.
작년에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며 마산에서 서울을 걸어간 적이 있다. 기간은 길고 거리는 더 멀었다. 당시 행진 내내 믿기 어려웠던 점은 경상도에서 출발하여 충청도, 경기도를 거쳐 서울까지 걸어가는 동안 평화라는 말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그 흔한 가게 이름에도 평화라는 낱말은 별로 쓰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불감증의 수준이 심각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행진에서는 첫날부터 평화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출렁였다. 언제라도 전쟁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불행히도 너무나 쉽게 전쟁 상대가 될 수 있는 북과 맞닿아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리라.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 앞잡이가 [조선일보]임을 잘 알고 있다.
정작 평화를 말하며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흉물스러운 시설물이 여기저기 막아서고 있다. 길을 따라 걸을 뿐인데도 경고 방송이 나오는 것도 어느덧 일상이 된다. 그들이 지키려 한다는 평화를 걷는 우리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나서는 군인조차 보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걸음은 전쟁을 말하는 자들의 입을 틀어막고자 하는 거룩한 행위다. 행진의 피곤함 속에서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연습했다. 지도하는 이들에게 염치없이 눈이 감기기는 했지만, 아직도 노랫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아이의 눈망울 보면서 어찌 전쟁을 말할 수 있나’
참으로 가슴 뜨거운 사람들과 평화를 느끼고 말하며 전쟁의 언저리를 먼 길을 걸었다.
이제 대행진은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평화를 위해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평화를 일상으로 숨 쉬며 살아야 할 차례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폐간되어 내년에는 이런 구호를 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국 통일 선봉! 패기 있게 간다! 조선 폐간! 대행진 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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