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외교부 서민정 아태국장을 포함한 3인이 사전 아무런 약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시 서구 양동 양금덕 할머니 댁에 찾는 무례를 범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5세)와 이춘식(103세) 할아버지와 사전 약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부 서민정 국장 일행이 광주 자택을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방문했다고 비판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 일행이 광주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댁을 사전 약속 없이 찾아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4월 13일 외교부 기자실을 찾은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왼쪽)과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오른쪽)이 기자들에게 ‘제3자 변제안’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 일행이 광주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댁을 사전 약속 없이 찾아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4월 13일 외교부 기자실을 찾은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왼쪽)과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오른쪽)이 기자들에게 ‘제3자 변제안’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 담당 실무자는 12일 생존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에게 “서민정 아태국장과 심규선 이사장이 할머님 직접 뵙고, 이번주 한일 정상회담 내용과 다음주 있을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자 한다”며 14일 면담을 요청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5일자 ‘입장’문을 통해 “이춘식 할아버지는 103세, 양금덕 할머니는 95세 고령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일에 대리인이나 지원단체, 가족이 배석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며 “사전 통지도 없이 대낮에 불쑥 고령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무슨 행패인가? 이렇게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방문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그 책임을 한국이 대신 떠안기로 한 제3자 변제 해법을 확정한 상태에서, 외교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회유해 받아들이고 사인하도록 회유하는 것 말고는 없다”면서 “피해자들은 이미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재확인했다.

이들은 “외교부의 이번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조차 저버린 몰상식한 행위”라며 “외교부는 무례하고 치졸한 짓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양금덕 할머니도 “정작 소통이 필요할 때는 대화를 단절하더니, 정부가 이미 밥상을 다 엎어 놓은 상태에서 도장 받아가는 일 말고 나눌 얘기가 있겠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이 양금덕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남기고 간 쪽지. [사진 제공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이 양금덕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남기고 간 쪽지. [사진 제공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서민정 국장 일행은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지만 모두 만나지 못하고 양금덕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과 이춘식 할아버지 자택 앞에 홍삼 선물과 쪽지를 놓아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정 국장은 쪽지에 “최근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자택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조속히 쾌차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리며, 허락해 주신다면 조만간 다시 찾아 뵙고 궁금하신 점들을 설명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정부는 앞으로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충실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판결받은 배상금을 우리 기업들의 출연금을 모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제시한 뒤, 15명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들어가 생존 피해자 3명과 유족 2가족을 제외한 10명의 '수령 동의서'를 받아 배상금(판결금)을 지급했다. 

임수석 대변인은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이러한 노력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법률 대리인과 지원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12일 소송대리인에게 보낸 문자에 “이번주 한일 정상회담 내용과 다음주 있을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자 한다”고 적시한데 대해서는 “이번 G7 정상회의나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게 정부의 해법 발표에 대해서 직접 찾아뵙고 먼저 설명드리려 했던 것이고, 가장 큰 목적은 그분들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얘기를 듣고 병문안을 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소송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외교부가 피해 당사자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 없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상식적 도덕적 문제가 없느냐는’는 질문에는 병문안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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