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제안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제안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윤석열 정부의 ‘판결금’은 피해자의 목덜미를 쥐고 가해자 일본 앞에 피해자들을 무릎 꿇리는 굴욕적 해법이라면, 오늘부터 시작하는 ‘시민모금’은 피해자를 가해자 앞에 무릎 꿇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600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최하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겨레하나 등 50여 개 단체와 국회의원 등이 제안단체로 참여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제안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역사정의 시민모금)을 제안했다.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데 맞서 ‘역사정의 시민모금’을 추진하자는 것. 시민모금은 8월 10일까지 10억원을 목표로 진행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제안서를 함께 낭독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제안서를 함께 낭독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정부는 지난 3월 6일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뒤 15명의 피해자와 유족들 중 11명에게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을 지급했고,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2) 할머니와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99) 등 4명이 일본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국언 이사장은 “‘역사정의 시민모금’은 가해자 일본정부 및 일본기업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없이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고,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을 함께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지지발언에서 “역사정의 시민모금이 갖는 의미는 세 가지”라며 “윤석열 정부의 한일합의 내지는 ‘제3자변제’ 방식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천명하는 것”, “시민들이 모금한 기금을 통해서 ‘제3자변제’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변제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포함한 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일본기업과 일본국의 책임, 사죄와 배상, 명예회복을 위하여 계속 싸워나가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함께 할 방법 없는지 고민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국민 모두가 함께 연대하고 내가 피해자요, 우리 모두가 정의로운 공동의 채권자요, 정의로운 역사의 실현자가 되는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아마 세계 시민들도 함께 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을 통해, 더 이상 늦기전에 할머님, 할아버님들의 용기있는 투쟁을 응원하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도록 하자”면서 “제3자 변제안을 강행하는 윤석열정권과 일제 전범기업 그리고 일본 정부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배상 없이는 결코 문제해결이 될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시민모금 약정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시민모금 약정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시민모금 약정서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시민모금 약정서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제공 - 한일역사정의 평화행동]

이연희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윤희숙 진보당 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지지연대 발언을 했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문병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외협력부위원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이 릴레이 참여를 했다.

시민모금은 일단 8월 10일까지 10억을 목표로 진행되며 계좌는 ‘농협 301-0331-2604-51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다. 해외 페이팔은 ‘paypal.me/v1945815’이다.

 

[제안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역사정의를 지키는 투쟁, 피해자들과 손잡고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외로운 싸움으로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1929년생)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습니다.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좋은 학교도 보내 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회유와 강요로 미쓰비시로 끌려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작 14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입니다.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시작한 지로부터는 32년째….
양금덕 할머니는 “그동안 흘린 눈물로 배 한 척을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죽기 전에 일본으로부터 사죄 한마디 듣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1924년생)는 1943년 이와테현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됐습니다. 일본에 가면 기술도 배울 수 있고 좋은 대우를 해 줄 것처럼 했지만, 죽도록 일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2003년 일본 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어언 20년째….
함께 소송에 나섰던 동료들은 이미 다 사망했습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국민들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판결 5년째에 이르도록 피해자들은 배상은커녕, 아직 사죄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 역사정의운동 탄압

뻔뻔스럽기는 일본 정부, 일본 기업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지금 일본은 과거 침략자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추켜세우더니, “100년 전 일로 더 이상 일본에 무릎 꿇으라 할 수 없다”며 일본의 호위무사를 자처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취급하더니, 급기야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엉뚱하게도 피해국 한국이 대신하는 소위 ‘제3자변제안’을 발표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며 헌법을 형해화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으면서까지 가해국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 행태는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을 뿐 아니라 세계사의 조롱거리로 두고두고 남을 것입니다. 반헌법적, 반인권적, 반민주적 굴종 외교의 극치이자, 제2의 ‘국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권은 법률 용어에도 없는 ‘판결금’을 내밀며, 당사자들에게 수령을 집요하게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윤석열 정부에 맞서 끝까지 ‘제3자변제’를 거부하고 계신 분은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를 포함해 4인입니다. 오랜시간을 버티며 힘겹게 싸워오신 이들에게, 개인의 소신으로 계속 ‘판결금’을 거부하고 버티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광복 78년에 이르도록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죄 한 마디 받지 못한 고령의 피해자들은 지금까지의 시간과 또 다른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피해자들은 각종 병마에 신음 중이고, 오랜 싸움에 지쳐 있습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 - 양금덕 할머니

“정부가 일본 눈치나 보고 일본과 짝짜꿍이나 하고 있다” - 이춘식 할아버지

이제 당사자의 외로운 투쟁으로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정의가 무너지고 헌정질서가 훼손되는 처참한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우리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보다 평화로운 한반도, 주권국가 대한민국에서 당당히 살아갈 권리가 있는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회유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 함께 나섭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인권과 역사정의를 함께 지키고,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맞서 일본이 사죄배상하는 그날까지 함께 싸웁시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투쟁을 응원하고, 역사정의를 지키는 시민모금에 함께 해 주십시오!

* * *

♥모금 계좌 : 농협 301-0331-2604-51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해외 페이팔 : paypal.me/v19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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