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 탄광. 한국인 강제노역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사진출처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 탄광. 한국인 강제노역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사진출처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세계유산위원회(UNESCO)는 201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하시마) 탄광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이 일제시기 한국인 강제노역과 징용을 알리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s)을 표했다.

당초 중국 푸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돼 12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통해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은 2015년 7월 강제노역 시설 7개소를 포함한 ‘메이지(明治) 근대산업시설 23개소’를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 및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2년 마다 제출하는 이행경과보고서를 두 차례(2017, 2019) 제출하면서도 “시설의 전체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 전략 마련을 권고”한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제 42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2018.6)에 이어 이번 44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도 ‘결정문’에 이같은 사항을 지적받고 이행을 촉구받은 것.

또한 일본은 지난해 6월 도쿄 소재 산업유산 정보센터(Industrial Heritage Information Centre)를 개관해 일반에 공개했지만 역시 전시 내용에는 강제 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 및 자료들만 전시되어 있고 강제 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도 전무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의 지정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의 지정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에 따라 유네스코(UNESCO)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 3명이 도쿄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시찰해(6.7~9)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번 제44차 결정문안에는 이 보고서의 내용이 반영됐다.

공동조사단 보고서는 △1940년대 한국인 등 강제 노역 사실 이해 조치 불충분, △희생자 추모 조치 부재, △국제 모범 사례 참고 미흡, △대화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1910년까지의 해석 전략에 대해서는 평가하나, 1910년 이후 등 전체 역사 해석 전략 불충분”으로 결론내렸다. “강제 노역 등 어두운 역사에 대한 고려 및 희생자 추모 목적의 센터 기능 부재”라는 결론이다.

이를 반영해 제44차 결정문 6항에 “조사단 보고서의 결론을 충분히 참고할 것을 요청(requests)”했으며, 구체적으로 5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각 시설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석전략” 둘째,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 셋째, “인포메이션센터 설립과 같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 넷째, “유산의 OUV가 적용되는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 모두에 대한 해석전략과 디지털 해석자료 마련에 있어 국제모범사례 (참조)” 다섯째, “관련 당사자 간 대화 지속” 등이다.

제44차 결정문은 “당사국에 업데이트된 보존현황보고서 및 상기 이행사항을 2022.12.1.까지 제출하여 2023년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청(further requests)”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에게 “외교부는 아주 강력한 유네스코의 결정문안 나왔기 때문에 일본의 도교정보센터 개선 구체조치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고 주시하겠다”면서 “일본이 이번 결정을 조속, 충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5년 등재 당시 일본 대표 발언이 결정문 본문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결정문 내용 자체가 공동조사단의 객관적 심사결과를 인용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과거 결정문안과 구별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계유산 지정 취소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 자체의 본질적 특성이 완전히 훼손되는 경우에 한에서만 취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이행하지 않으면 2년마다 권고, 더 강력한 압박이 주어질 것”이라며 “이번 강력한 권고안이 나와 일본이 성실히 이행조치를 앞으로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적시한 ‘국제 모범 사례’에 해당되는 독일의 경우 일본과 달리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 역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고 피해자들 사진을 전시하는가 하면, 그들을 기리는 기념시설을 마련해 두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 ‘당사자들과의 대화 지속’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조사단 보고에는 “동 유산 관련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관련 당사국의 전문가들은 대화에 불포함”시켰다고 적시하고 “6.30 일본측은 한.일 양국간 면담(meetings) 목록을 제출한 바, 면담 구체 내용은 제출하지 않았으나, 대화가 실제로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한일 양국 대화 등 일부 대화가 있었으나, 향후 대화가 중요하며, 대화 지속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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