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광경. [사진출처-세계유산위원회]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됐던 조선인들의 한이 서린 일본 내 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5일 오후 3시(한국시각 오후 10시),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 규슈.야마구치 지역 근대산업혁명시설 23곳에 대해 '등재' 결정을 내렸다. 조선인 수만명이 강제노동했던 나가사키 소재 '군함도'와 '미쯔비시 조선소' 등 7곳에 대해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권고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일본이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일본 대표는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하였으며(forced to work),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약속했다.

한국 대표인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강제노역' 인정, △'정보센터' 설치 등 일본 발표를 평가하면서, "일본 정부가 오늘 이 권위있는 기구 앞에서 발표한 조치들을 성실하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컨센서스 결정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 양자 간 합의를 세계유산위원회가 표결 없이 추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측 발표문을 세계유산위원회 '토의 요록(summary record)'에 포함시키고, 등재결정문에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는 주석(footnote)를 추가하여, 일본측 발표문이 한.일 양자 차원의 합의를 넘어 세계유산위원회 공식 결정문의 불가분의 일부가 되도록 하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2017년 12월 1일까지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에 경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2018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보고서를 검토하게 된다.

지난달 21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이후 순조로운 타결이 기대됐으나, 막판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4일로 잡혔던 심사 일정이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 '강제노동'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 문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 대표의 발언 수위 등을 둘러싼 기싸움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노역하였다는 것을 사실상 최초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외교부는 "최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과 관련한 긍정적 움직임에 더하여 금번 문제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된 것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선순환적 관계 발전을 도모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세계유산위원회는 4일 공주 송산리 고분, 부여 능산리 고분 등 8곳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12번째다. 1995년 석불암.불국사, 2004년 북한 내 고구려 고분군 등에 이어 삼국시대 유적이 모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