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만리포 한미연합상률훈련 반대기자회견(시위)' 관련 첫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피고인인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이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지난해 3월 만리포에서 'RSOI-FE(연합전시증원연습 및 독수리훈련)' 일환으로 진행된 '한미연합상륙훈련  반대 기자회견'에 대한 공판이 시작돼, 이 군사연습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미연합상륙훈련'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유영재 사무처장을 비롯해 이들 단체 회원 8명을 기소한 바 있다.

19일 오후 3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108호 법정(형사1단독, 법관 이재석)에서 '만리포 한미한미연합상륙훈련 반대기자회견(시위) 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첫 공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쟁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공무의 위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만리포에서 진행된 한미연합상륙훈련이 과연 적법한 공무집행이냐'라는 것이다.

이번 공판에서 조영선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훈련이 정당한 공무집행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만리포 훈련은 헌법 5조의 침략전쟁부인 원칙, 6.15남북공동선언 등을 비롯해, 주한미군의 임무를 소극적 방어에 주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고 변론했다.

즉, '위법한 공무집행을 방어하는 것은 정당방어'라는 논리다. 1992년도 법원 판례에도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피고인도 이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이규재 의장은 이날 "한미합동상륙훈련장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일방적인 선제핵공격에 몰두해 있는 부시정권의 대북전쟁의지에 단호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최소한의 민족적 저항이었다"며 "나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혐의가 씌어져 있다"고 진술했다.

특히, "당시 작전상황을 설명하던 지휘관의 입을 통해서 '평양공격'이 공언되기도 했다"며 "평화적 권리에 위배되는 작전계획 5027에 의한 상륙훈련을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본사 취재에 의해 '본 연습은 작계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유영재 사무처장도 2002년 한미 군사위원회 전략기획지침에서 수정.최신화 할 작전계획 5027의 작전 목적을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등으로 명시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명백히 헌법상 평화통일원칙,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배"라고 주장했다.

'공무의 적법성'에 대해 검찰측은 "이번 훈련은 적법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입장"이라고만 밝히고 "추후보완하겠다"며 즉각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적법성과 관련해서 검찰측이 왜 적법한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ROSI/FE 및 한미연합상륙훈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가 다음 공판에서 제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해외에서 들어온 미군도 공무원이냐"

▲ 이날 공판에서는 한미연합상륙훈련이 적법한 공무집행인지가 쟁점이 됐다.[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날 공판에서 '해외주둔 미군이 대한민국 공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도 쟁점이 됐다.

유 처장은 "검찰은 (우리가) 군인을 붙잡았다고 했는데, 우리는 한국군을 붙잡은 적은 없다. 해외에서 들어온 미군을 붙잡았을 뿐"이라며 "해외에서 들어온 미군도 공무원이냐"고 따져 물었다.

공소장에는 "다중의 위력을 보여 해병대 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한미연합상륙훈련 수행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적고 있으며, 방해를 당한 대상은 '군인'이라고만 명시해 '한국군'인지, '미국군'인지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인 평통사 오혜란 미군문제팀장도 "오키나와, 괌 등지에서 온 장병들이 공무수행의 주체인지 명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조사해야 한다"며 "공소장에 그런 부분에 대한 표현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장도 이러한 피고인의 지적을 받아들여 검찰에게 "법리적으로 해병대 사령부 장병에 대한 공무방해인지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다.

집시법 위반과 관련해, 피고인들은 "기자회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 측은 "이 정도 수준이면 집회시위에 이르겠다고 판단해서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 처장은 "현장에서 경찰이 끝내달라고 요청해서 40여분간 기자회견을 하고 빠져나왔다"고 진술했으며, 조 변호사도 "경찰 관계자의 협조하에 진행됐으며, 사후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해병대 장교가 고발한 것"이라며 "기자회견에 해당하며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신고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지만 집회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피고인 측은 '집회'가 아닌 '경찰의 협조하에 진행된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날 피고인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 중 현장 사진 및 동영상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검찰측의 참고인 진술 및 서류에 대해서는 '부동의' 입장을 밝혀 이후 증거자료조사가 이어질 계획이다.

이날 공판은 50여분 만에 끝났으며, 다음 공판은 3월 16일 오후 3시로 잡혔다. 마침 올해 RSOI-FE가 3월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다음 공판이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이번 연습은 F-117 스텔스 전폭기 등 최첨단 정밀무기체계가 동원되는 등 연습의 강도가 더 강화돼, 논란은 지난해 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유 처장은 공판을 마친 뒤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의 문제점을 여론화하기 위해 토론회와 헌법소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군사연습과 관련된 법정 싸움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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