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 정명진 기자 (tongil@tongilnews.com)


 

▶20일 오전 '평통사'와 '범민련' 등 사회단체회원 20여명이 RSOI-FE연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장갑차를 몸으로 막아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한미 연합상륙연습 차 작전수행중인 장갑차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맨몸으로 막아나섰다. 이들은 한미 연합증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FE)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연습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연습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30일 오전 8시 50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와 '범민련 남측본부'등 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한미 연합상륙연습이 진행중인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한 가운데로 달려나가 기자회견 현수막을 펼쳤다.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오전 8시 25분부터 이상희 합참의장을 비롯한 한국군, 미군 고위장성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체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4000야드 떨어진 해상에서는 상륙함으로부터 나온 수륙양용상륙장갑차 40여대도 흰색 연막탄을 뿜으며 해변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해변 중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통사 김종일 협동사무처장은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고조시키는 훈련이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마저 무시하고 국방부와 미군당국이 진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RSOI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플랭카드를 든 사회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포위'된 장갑차.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9시경 상륙연습을 진행중인 장갑차들이 해변으로 밀려오자 이들은 ‘동족 앞에서 전쟁연습 중단하라’, ‘국립공원내 전쟁연습 웬말인가’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곧장 미 해병대 소속 장갑차 앞을 가로막았다.

나머지 장갑차에서는 예정된 작전대로 수십명의 군인들이 총을 메고 뛰쳐나와 전방으로 진격했으나, 활동가들이 막아 나선 장갑차에 탑승한 미군들은 이들의 시위로 정상적으로 훈련을 수행하지 못했다.

활동가들은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RSOI-FE연습 중단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계속해서 미해병대 장갑차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군관계자들이 뛰어나와 이들을 제지하러 나섰으나 충돌은 없었다.

연합상륙작전을 취재하러온 20여명의 취재진들은 당초 훈련장인 해변으로의 진입이 군당국에 의해 막혀 있었으나 활동가의 시위가 진행되자 일제히 해변으로 뛰쳐나갔다. 이에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만리포해수욕장은 활동가와 취재진, 군관계자, 장갑차 등이 뒤섞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만리포해수욕장은 활동가와 취재진, 군관계자, 장갑차 등이 뒤섞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오전 9시 30분경 상륙작전의 전략적 무기인 LCAC-73(Landing Craft Air Cushion, 공기부양상륙정) 두 대가 상륙을 위해 해변으로 진입해왔으나, 이 곳에도 활동가들이 몰려가 현수막과 피켓시위를 했다.

특히 미군은 LCAC-73에 실린 탱크를 하선하고자 했으나 활동가들이 탱크 앞을 가로막아나서 탱크가 해변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한국군과 미군 장성들은 활동가 20여명에 의해 상륙연습의 차질이 빚어지자, 시종일간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LCAC-73 입구를 막아선 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를 지었다.

 

▶공기부양 상륙정 LCAC-73 앞에서 피켓시위중인 평통사 활동가.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들은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 훈련은 평택을 대북 군사거점으로 삼아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을 단숨에 점령하는 전격전을 염두에 둔 것이기에 우리는 결코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반도에 증원된 미군 병력과 무기를 당장 철거시킬 것을 한미당국에 요구하며, 대북 공격적인 작전계획과 이에 따른 한미연합훈련의 폐기를 위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칠 즈음 만리포지구대에서 경찰 3명이 출동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며 활동가들은 오전 9시 50분경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뒤늦게 서울로 향하는 이들의 차량을 경찰차 4대로 앞뒤를 막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등 고립시키기도 했으나 12시경 고립을 풀어 활동가들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수륙양용장갑차로 뒤덮힌 만리포해수욕장.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한편, 활동가의 시위가 미치지 못한 구역에서는 훈련이 계속 진행됐다. 오전 10시 30분경 상륙한 수륙양용장갑차가 32번 국도를 통해 태안읍 방향으로 진출하는 등 이날 상륙연습은 지상연습으로 이어졌다.

이날 연습에는 함정 26척과 한국군.미군 1100여명, 수륙양용상륙장갑차 40여대, LCAC-73 등이 동원됐다.

[이모 저모]

 

▶훈련중인 미군 병사.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기자회견 도중 장갑차가 상륙하자 뛰어가는 참가자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현수막을 펼쳐든 채 시위중인 활동가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훈련중인 미군과 피켓시위.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장갑차에 구호를 부착하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멀리 떨어져서 연습과 시위를 지켜보고 있는 군인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평통사 등 기자회견문 (전문)

"북한 점령 노린 한미연합 상륙훈련을 강력히 규탄 한다"

오늘, 한미연합 상륙훈련이 이곳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진행된다.

25일부터 진행된 RSOI/FE 연습의 중단은 남과 북의 단합과 신뢰구축,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7천만 겨레의 한결같은 요구이다.
우리는 북한의 중단 요구는 물론이고 통일부와 NSC의 연기요청 마저 외면한 채, 불법적인 대북 선제공격연습을 강행함으로써 남북회담을 파탄으로 내몰고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한미 군사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특히 오늘 훈련은 평택을 대북 군사거점으로 삼아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을 단숨에 점령하는 전격전을 염두에 둔 것이기에 우리는 결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이 핵 항모를 위시한 육해공 부대의 병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가상 적인 북한의 주요 화력과 진지를 무력화 시킨 후, 북한 종심 침투 및 상륙돌격 작전을 지상 작전 부대와 연결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지상 작전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춘 이곳 만리포에서 상륙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이 훈련은 언제든지 실전단계로 넘어갈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가시고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7천만 겨레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불법적인 대북 점령을 노리는 한미연합훈련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7천만 겨레의 요구를 받들어 온 몸을 던져 오늘의 상륙훈련을 반드시 저지하고 말 것이다.

한편 우리는 지난 3월 8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해군 제3함대 기지의 핵 항모 접안시설”을 언급한 직후 미국의 핵 항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한반도 해역에 들어와 이번 연합연습에 참가하고 있음을 주시한다.
우리는 대북 전쟁연습에 핵 항모의 동원과 이의 언론 공개를 통해 미국이 노리는 바가 한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제3함대 기지를 자국 핵 항모의 기항지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얄팍한 술책에서 나온 것이라 판단한다.
이에 우리는 에이브러햄 링컨 핵 항모를 비롯해 한반도에 증원된 미군 병력과 무기를 당장 철거시킬 것을 한미당국에 요구하며, 대북 공격적인 작전계획과 이에 따른 한미연합훈련의 폐기를 위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06년 3월 30일
범민련 남측본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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