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내부논의를 도·감청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 야권이 한 목소리로 윤석열정부와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개탄했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고 미국과 한국은 동맹관계”이고 “동맹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상호존중”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객관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성토했다.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침해이자 외교반칙”임에도 “윤석열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면서 “즉각 미국정부한테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에게 한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기 바란다”고 다그쳤다.
나아가 “미국정부도 혈맹국으로서 도리를 지켜, 도청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과 정부에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용산 대통령실은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납득하기 힘든 줄사퇴도 미국의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도청 정황을 이번 보도 전에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용산과 워싱턴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이달 말에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이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이런 식으로 해선 어떻게 국익을 확보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국회 운영위와 외통위, 정보위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김병주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안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도감청됐다”고 추정하면서 “거기에는 창문은 도감청 필름을 붙여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건물은 벽은 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벽을 하려면 다시 대공사를 해야 되지 않는가”면서 “대통령실 졸속 이전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그런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고”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실 담벽과 연해서 미군기지가 있지 않은가. 미군기지는 치외법권 지역”이고, “100m 가까이 미군기지가 있는 경우는 도감청하기에 너무나 쉬운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래서 작년에 대통령실 용산으로 졸속 이전할 때 제가 그때부터 도감청의 확률이 높으니까 대비하라고 계속 문제 제기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10일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도감청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미 언론이 밝혔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불법도감청은 대한민국에 대한 심대한 주권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라며, “마땅히 우리 정부는 즉각 미국정부를 향해 이와 관련한 사실 규명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정부의 어정쩡한 반응에 대해서는 “주권침해 상황에 항의 한 마디 못하는 비굴한 태도”라며 “안보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전략을 짜겠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동맹이 열번 중요하면 그를 위한 신뢰구축은 백번 중요한 일이고, 동맹국들간의 주권수호는 천번 중요한 것이 외교관계의 기본”이라며 “한미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 마디도 못한채 어물쩡 넘기려 한다면, 주권국가 대통령 자격상실”이라고 꼬집었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 우방국을 도·감청해 얻은 기밀문건을 폭로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압박에 직면한 한국 측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내부 논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블랙핑크 공연 파동’으로 최근 낙마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문희 비서관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해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 경우 정부는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아니게 될지 걱정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 관련 입장 변경 발표가 겹치게 되면 국민은 이 두개 사안간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폴란드에 포탄을 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9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도를 잘 알고 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고,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대답했다.
관련기사
- CIA,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뉴욕타임즈]
- 합참 “한-NATO 군사대화, 우크라이나와 무관”
- 북 외무성, “‘북-러 무기거래설’은 미국의 자작낭설”
- 나토 사무총장 방한, 29일 박진 외교장관과 면담
- 이도훈 “우크라이나 재건·복구 과정에 적극 참여”
- 외교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검토되지 않고 있다”
- ‘한국 도·감청’ 미 정부, “동맹국 고위급과 접촉 중”
- 야, “도청 당한 것보다 대통령실 태도에 더 분노”
- 시민사회, “핵심은 ‘문건 위조’가 아닌 ‘미국의 도·감청’”
- 민주당 국방·외교·정보위원들, “김태효 해임하라”
-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금지’ 방침 바꾸나?
- 러 외교부,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은 반러 적대행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