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문에서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미국 정부는 북핵문제 시급성 인식하고 북핵문제 선결과제로 다뤄나갈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을 방문해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과 만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방미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대북 인도적 분야 후속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한미 대북정책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바 있는 노규덕 본부장은 29일 미국을 방문, 성김 특별대표를 비롯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에드가 케이건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 등을 만났고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노규덕 본부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전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며 “한미는 그간 한미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인도적 분야에 대한 협의 진행해왔다”고 확인하고 이번 협의에서도 대북 인도적 분야의 후속 협의와 북한에 대한 다양한 관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말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언제든 추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한미는 빈틈없는 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김 특별대표도 30일 국무부 청사에서 노규덕 본부장과 협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한 관점은 물론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한으로부터 회신이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감염병, 보건, 방역, 식수 및 위생 등을 한미가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북한의 상황이라든지, 인도적 수요, 북한의 호응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판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의는 아직 초보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3일 서울에서의 한미 대북수석대표 협의에서 “한미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남북 대화와 관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으며 계속해서 남북 인도적 협력 사업을 지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 고위당국자는 “인도적 협력은 인도적 협력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것과 대화를 연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이 대화로 나오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희망사항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문제는 북측의 반응이 없다는 것.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문을 열어두고 있고, 분명히 우리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다”면서도 북한의 반응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제안은 그대로”라고 재확인했다.

미국이 양해했다는 남북 대화와 인도적 협력 분야도 특별한 진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0일 한미합동군사훈련 여파로 남북 통신연락선 운용이 중단된 이후 훈련이 종료된 뒤에도 북측은 통신선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민간단체들이 10만톤 식량지원 등에 앞장서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북측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위당국자, “북한 영변 핵활동을 재개는 다분히 전략적 의도”

한편,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례 이사회 보고서를 통해 영변 핵단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면서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다는 새로운 정황들은 심각한 골칫거리”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핵활동 동향에 대해서는 한미가 모든 정보 자산을 동원해서 계속적으로 감시해왔다”며 “집중적으로 감시해왔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AEA에 나타난 북핵 활동을 보면 북한 핵능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그 시급성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다 공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특히 “북한이 영변에서 핵활동을 재개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영변을 지난번에 협상의 대상으로 제시한 바 있고, 여전히 영변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통해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각인시키고 향후 전개될 북미·남북 대화에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해석한 셈이다.

고위당국자는 또한 “아프간 사태로 인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우선순위가 있는 시급한 과제다라고 바이든 행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에 대해서 대화로 나올 수 있도록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며 “미국은 일단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되면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측 노력에 힘을 실었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저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을 이해한다는 것. 그러나 북측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고위당국자는 “한미 간 북한에 조기에 관여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내고 있다”며 “한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환경 하에서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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