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태 / 출판기획자 겸 역사교양서 저술가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6월, 20여일간에 걸쳐 멕시코와 쿠바 일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일행은 모두 네 명. 70대 초반의 전직 교수, 60대 초반의 현직 내과의 원장, 50대 후반의 인터넷 신문 대표, 그리고 50대 후반의 출판기획자인 필자다.

이번 여행에 대한 각자의 목적이 있었겠지만 나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앞서 변화하기 전의 쿠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또한 멕시코 고대문명 유적과 ‘멕시코 혁명’ 후예들의 모습도 직접 보고 싶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게 멕시코와 쿠바 여행에서 보고 만나고 느낀 것을 소박하게 쓸 생각이다. 이 연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게재된다. / 필자 주

 

▲ 2014년 10월 26일에 소칼로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국민궐기대회(나무위키백과)

멕시코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

멕시코는 지금 교육개혁 문제, 마약과의 전쟁, 아요트시나파 학생 실종사건, 정치 경제인의 부패 스캔들 등으로 심각한 치안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생 실종사건은 정말이지 멕시코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여행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멕시코 사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살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4년 9월 26일, 멕시코 게레로 주 아요트시나파 시에 있는 ‘라울 이시드로 부르고스’ 농촌사범학교 소속 학생들이 같은 주 이괄라 시에서 교사 임용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지역경찰과 복면을 한 괴한이 쏜 총탄에 6명이 숨지고 43명이 납치, 실종,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지역 경찰과 연관된 게레로 주의 조직 폭력배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는 연방 경찰을 이괄라에 보내 지방 경찰의 무장을 해제시켰으며 강력한 사건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10월 4일 정체불명의 구덩이 6개와 시신 28구가 발견되었으나 10월 15일 DNA 검사결과 실종 학생들과 무관하다고 발표되었다. 멕시코 전역에서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와 집회가 열렸다. 사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늑장만 부리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경찰과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점차 ‘사회 정의와 안전을 되찾자’는 운동으로 발전해 나갔다. 인권과 정의, 안전한 치안과 민생 문제 전반에 대한 운동으로 발전해간 것이다.

10월 27일, 이괄라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코쿨라에서 시신들이 새로 발견되었다. 다른 학생실종과 관련된 조직 범죄단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시신을 찾아냈던 것. 10월 30일, 실종학생 사건과 관련이 있는 조폭 조직원 4명을 구속했다. 정부는 실종자들의 사진을 각 일간지에 게재하였으며,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이 사건을 ‘국가 범죄’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게레로의 새 주지사 마르티네스는 학생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했지만 그 근거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로 여겨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여전히 말뿐이고 적극적인 사건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실종 학생들의 부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때까지 대통령이 하는 말이나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11월 7일, 마침내 멕시코 검찰은 실종된 학생들은 갱단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과 함께 불법으로 시위 진압에 개입한 지역 갱단의 조직원으로부터 “학생들을 코쿨라로 끌고 가 살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워 강물에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경찰이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사건을 덮으려는 데 급급하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11월 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법적으로는 실종된 것이지만 사실상 피살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이 마약과 납치범죄 등의 이면에 존재하는 범행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멕시코 국민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 학생들에게는 연대와 지지를, 정부에는 좀 더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압력을 보낸 것이다.

2015년 1월, 멕시코 검찰은 유전자 감식 결과 발견된 시신들 중에서 실종된 학생인 모라의 DNA가 검출되었다면서 학생들이 모두 살해되어 불에 태워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수사 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검찰이 사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보다 빨리 무마해서 덮으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국제연합(UN)에 정의가 실현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멕시코 정부에 더욱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였다.

검찰의 수사발표를 믿지 못하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 바로 검찰 자신이 아닐까? 이런 일이 멕시코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나라라고 다르겠는가.

▲ 아요트시나파 사범대학생 실종사건 현상금 포스터(나무위키백과)

 

▲ 멕시코 국립대학교의 항의 집회. [사진-임영태]

멕시코인에게는 현재진행형의 사건

학생실종 사건 발생 뒤 멕시코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집회와 동맹휴학 등이 조직되었다. 2014년 10월부터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주요 도시와 주에서는 실종 학생들의 귀환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후 시위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되었으며, 멕시코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까지 동조하며 행동하였다. 이 사건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도록 만들었다.

11월에 들어서면서 지지부진한 수사 상황에 항의하면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찰총장 헤수스 무리요 카람이란 자는 기자회견에서 “그만하자, 지쳤다”라고 말해 국민을 격분시켰다. 어디 이런 인간이 멕시코에만 있겠는가? 우리도 종종 접하는 일 아닌가?

▲ 실종학생 사건 기자회견에서 “야 메 칸세”(Ya me canse)라고 말하고 질문을 끊어 비난을 사고 있는 검찰총장 헤수스의 풍자 그림이 트위트(Elpiratacojo)에 올랐다. [사진-임영태]

 

▲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헤스수 총장. [사진-임영태]

11월 8일과 9일 사이에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때 정부중앙청사 입구가 파손되었는데, 프락치들의 공작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력기관이 하는 일이란 게 모두 이 모양이다. 우리의 국정원 도청 의혹사건이 생각나게 만든다. 11월 10일에는 아카풀코 국제공항이 시위대에 의해 4시간 동안 점거되는 등 멕시코 상황이 빠졌다. 이 사건을 둘러싼 집회와 시위 등의 여파로 멕시코 혁명 기념일 휴일예약 140만 건이 아카풀코(게레로 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태평양 쪽에 위치한 멕시코의 전통적인 관광 도시)에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으며, 크리스마스 예약까지 모두 취소되면서 그 일대의 관광산업이 휘청거렸다.

11월 20일에는 멕시코시티 소깔로 광장 등 전국에서 실종 학생들의 귀환과 안전한 멕시코 건설을 염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2의 멕시코 혁명’이라는 말이 흘러나왔을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했다. 소깔로 광장에서는 니에토 대통령의 인형을 불태우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였고, 푸에르토 아에레오 지역에서는 멕시코시티 국제공항(AICM) 점거를 시도하였다.

11월 20일 소깔로 광장 집회 이후에도 산발적인 시위와 집회가 계속됐지만, 이 사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것은 12월에서 1월 초까지 널린 축제기간과 겨울휴가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의 농간이었다. 보수언론, 특히 방송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게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어디나 언론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우리가 절감하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2000부터 2006년까지 멕시코 대통령을 지낸 비센테 폭스 케사다란 인물이 2015년 3월 17일 유가족들을 향해 “자녀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받아들여라”라고 말하면서 다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전직 대통령이 몇 명 있지 않은가. 참으로 세상사가 어찌 이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

3월 18일, 실종 학생 가족들이 유엔을 방문하여 사건 해결에 관심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3월 26일에는 사건 6개월을 맞아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가 열렸고, 5월 26일에도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 우버 택시 문제로 택시기사들까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멕시코의 정국 혼란은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멕시코시티에 있을 때(6월 10일 전후)에도 정국 불안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멕시코시티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중무장한 경찰들은 교원노조의 농성뿐만 아니라, 학생실종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에도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 발표뿐만 아니라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실종 학생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실종학생의 부모뿐만 아니라 멕시코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정부, 경찰, 갱단, 마약조직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은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민의 안전을 보고하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국가기관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근본을 파헤치는 사건 수사보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기에 급급한 경찰과 검찰, 책임 회피에 골몰하는 대통령과 정치권, 국민의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이 사건은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 권력집단의 행태가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 야간 촛불항의 집회. [사진-임영태]

 

▲ 학생실종 사건 항의 집회 모습. [사진-임영태]

 

▲ 가두 행진 중인 학생실종 사건 항의 집회. [사진-임영태]

범죄영화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나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만든 이 사건의 발단을 보게 되면 더욱 놀랍다. 학생 실종사건은 전 이괄라 시장인 호세 벨라스케스가 그의 부인인 피네다 비야의 저녁 파티 연설이 방해받을까봐 경찰에 학생들의 시위 진압 명령을 내린 데서 시작되었다. 지시를 받은 지역 경찰이 범죄조직에 학생들의 처리를 하청했던 것. 그 뒤 복면을 하고 나타난 범죄조직원들의 총격으로 6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고, 43명의 학생들이 납치, 행방불명되었던 것.

학생들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사건 해결에 앞장서야 할 시장은 느긋하게 파티를 즐기면서 저녁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갱영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이괄라 시장 부인이 전부터 범죄조직과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형제 중 일부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경쟁 조직에 의해 살해되었고, 본인 역시 마약 카르텔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던 상황.

게레로 주는 전반적으로 낙후된 도시가 많고,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폐쇄된 지역의 ‘작은 사회가 가질 수 있는 나쁜 전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지방 경찰들의 부패상은 말 그대로 막장 수준. 이런 곳에서는 마약 카르텔과 지역 경찰, 지역 정부의 유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이 카르텔의 유혹이나 협박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정직한 경찰이 이들을 진압하려다 카르텔에 의해 살해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야 말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곳이다.

▲ 사건이 일어난 게레로 주. [사진-임영태]

사건 뒤 벨라스케스는 잠적하여 시장직을 자동으로 상실했고, 후임으로 차베스 피네다가 선출되었다. 11월 4일,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전 이괄라 시장 부부가 멕시코시티의 한 지역에서 연방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또한 10월 23일에는 게레로 주지사 앙헬 아기레 리베로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그도 부정부패가 드러나면서 민심을 잃었고 실종 학생들에 대한 수색이 지연되면서 책임론이 확대되었던 것. 그 뒤 오르테가 마르티네스가 임시 주지사로 선출되었지만, 그도 적극적인 사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역시 범죄조직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 이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전 이괄라 시장 부부. 아무리 치안 부재의 상황이라지만 어떻게 21세기 백주대낮에 공권력과 범죄조직이 결탁해 시위하는 학생에게 총질을 하고 그들을 납치,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단 말인가? 멕시코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사진-임영태]

 

▲ 멕시코의 마약왕 구스만. [사진-임영태]

 

▲ 최근 구스만의 탈옥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집단과 경찰, 관리의 결탁은 멕시코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사진-임영태]

멕시코는 왜 이렇게 망가졌나?

학생 실종 사건을 두고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집권당인 제도혁명당의 지지율은 급속히 떨어졌다. 그 결과 2015년 6월 중간선거에서 제도혁명당(PRI)은 일부 의석을 잃었다. 득표율도 30%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제도혁명당은 연립정당과 함께 과반을 넘어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야당이 국민에게 대안세력으로 각인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중도좌파 정당인 민주혁명당(PRD)은 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또 우파 정당인 국민행동당(PAN)은 자멸적인 행동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학생실종사건의 발단이 된 이괄라 시장은 민주혁명당 소속이었고, 엉뚱한 소리를 한 전직 대통령 비센테 폭스 케사다는 국민행동당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 외의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전국적인 조직력을 갖추지 못해 제도혁명당(PRI)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치 한국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충격적인 것은 43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멕시코의 심각한 정치, 사회적 난맥상이다. 그동안 멕시코의 부패관리들과 범죄 집단의 결탁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멕시코의 마약왕 구스만의 탈옥사건만 보아도 그걸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돈이면 어떤 범죄행위도 가능한 사회가 멕시코인 것이다.

국민의 인권보호와 생명․안전권의 확보라는 점에서 보면 학생 실종사건이 구스만의 탈옥사건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다. 백주대낮에 자기 마누라 파티 방해한다고 경찰에 시위진압 명령을 내린 시장, 그걸 폭력집단에 하청 준 경찰, 그리고 막장 학살극을 벌인 범죄 집단, 그리고 사건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치가. 이들은 한 저울에 놓고 달아도 누가 낫고 못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형편없는 인간들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멕시코가 정말이지 상상 그 이상으로 ‘총체적으로’ 망가진 사회라는 걸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경찰과 폭력집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살해 사건으로써 국가 범죄의 일종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대응은 지극히 미온적이었고, 책임회피로 일관하며 불똥이 튀는 걸 피하기에 급급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방 정부와 지역 정치권까지 마약 카르텔과 연결된 정황이 숨김없이 드러났음에도 그걸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이런 와중에 전직 대통령과 현직 검찰총장, 현직 대통령 딸과 영부인 등 일부 인사들의 지각없는 발언과 처신으로 파문이 확산되었고 사회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시티-케레타로 고속철도 관련 비리 등 그동안 감춰져 있던 온갖 불법 비리들까지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하였다. 우리가 혁명기념관 앞에서 보았던 CNTE 조합원들의 장기농성과 교육 개혁을 둘러싼 갈등도 멕시코의 사회불안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까? 도대체 멕시코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러시아 혁명과 함께 20세기 최대의 사회혁명을 이루어낸 이 나라가. 하기는 20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던 러시아도 그렇게 엉망으로 망가졌지만 말이다. 혁명기념관 앞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개탄을 금치 못했다.

▲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실종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수사과정에서 보인 경찰과 검찰, 정치권력의 무능과 무책임, 부패는 멕시코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심각한 장애물이다. 니에토 정부의 행태는 멕시코 혁명의 요구를 제도화했다는 ‘제도혁명당’의 이름 무색케 만들고 있다.  [사진-임영태]

 

▲ 혁명기념관 입구. [사진-임영태]

 

▲ 혁명기념관 앞의 천막 농성현장. 멕시코 사회는 지금 지역경찰과 범죄조직에 의한 학생 살해사건, 마약 카르텔의 기승과 부패공무원의 결탁, 교육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으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임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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