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피고 일본기업의 배상이 아닌 우리 기업들의 출연금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배상하는 방식일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강제동원 해결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워싱턴 「KF-CSIS 한미경제안보포럼」기조연설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강제동원 해결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워싱턴 「KF-CSIS 한미경제안보포럼」기조연설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 박진 장관은 6일 이른바 ‘3자 변제’ 형식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산하 재단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받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의 출연금을 받아 배상하는 방안이다.

일본 정부와 배상 판결을 받은 피고기업(미쓰비시, 일본제철)들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완료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배상을 거부해 왔고, 결국 이번 배상에 참여하지 않아 대법원의 판결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측은 우리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경단련;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한국 유학생 장학금과 청소년 교류 등을 지원하는 민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호응조치’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법원이 판결한 강제동원 배상과는 관계가 없는 ‘호응’일 뿐이다.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도 가해기업들은 실시하지 않고 일본 정부가 “새로운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기존 한일간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식이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취한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는 것을 전제로 조율이 진행 중이라는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성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5일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길에 “이번에 현안 문제가 잘 매듭이 지어지면 양측 간에 좀 포괄적인 관계 증진과 더 나아가서 한·미·일 관계로의 발전 등을 위해 다양한, 구체적인 이슈가 부상할 것 같다”며 “그를 위해서는 역시 고위당국자들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측 정상이 만나서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직후에 챙겨야 할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다뤄나가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박진 장관의 강제동원 해결 방안 발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3월 중 일본을 방문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4월께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옵저버 자격으로 초청받는 일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덮어둔 채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덮어둔 채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해 일방적 양보를 담은 강제동원 해법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돈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5일 통화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사법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망국 해법”이라고 강력 성토했다.

이어 “당사자는 이미 이 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해법안을 납득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과 함께 잘못된 윤석열 정부의 역사 퇴행을 막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월 12일 외교부가 주최한 국회 강제동원 토론회를 마치고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과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이 피해자측과 시민사회단체측 입장을 밝혔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지난 1월 12일 외교부가 주최한 국회 강제동원 토론회를 마치고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과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이 피해자측과 시민사회단체측 입장을 밝혔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피해자들의 수 십년의 인권회복을 위한 투쟁을 짓밟고 누구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이냐”고 묻고 “우리 사법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영환 실장은 “지난 1월 12일 국회에서 외교부가 발표하면서 외교적 노력을 더 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으니까 윤석열 정권이 외교적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에 이은 외교적 참사”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법적으로 진정한 사죄 배상을 원하는 피해자 분들의 뜻을 따라서 시민사회와 함께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6일 입장 발표와 6일 저녁 서울시청광장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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