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윤종일 신부는 [통일뉴스]와의 연말 서면인터뷰를 통해 남북, 북미관계의 교착 원인을 짚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 윤종일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윤종일 신부는 [통일뉴스]와의 연말 서면인터뷰를 통해 남북, 북미관계의 교착 원인을 짚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 윤종일 신부]

“저는 비핵화(CVID)를 출발에 두는 북미대화는 반복적인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프로세스는 긴장과 대화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답답했던 올해를 결산하며 ‘두물머리 이장’ 윤종일 신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두물머리 이장’ 애칭은 윤 신부가 3년간 4대강사업 저지투쟁을 성공으로 이끌며 지역 농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작위인 셈이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관구장을 역임한 윤종일 신부는 [통일뉴스]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교착 원인을 “북미대화는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대화를 하고, 남북대화는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말과 행동방식’에 주목하고 “만남-대화-이해-용서-화해의 과정을 거쳐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며 “명칭을 화해프로세스로 바꾸고 화해의 과정을 실천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당면한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화해세력이 단결하여 민족대결세력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면서 “새 정부는 자기역할이 제한된 비핵화 보다 실현가능한 화해프로세스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선언 2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점에 주목을 돌렸다.

다음은 윤종일 신부와의 연말 서면인터뷰 내용이다.

윤종일 신부는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프로세스 보다는 화해프로세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윤종일 신부]
윤종일 신부는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프로세스 보다는 화해프로세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윤종일 신부]

□ 통일뉴스 : 신부님은 ‘두물머리 이장’이라는 애칭을 갖고 계신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 윤종일 신부 : 4대강사업 저지투쟁 때, 얻은 관직(?)입니다. 4대강사업 저지 천주교 연대가 두물머리에서 3년간 유기농업과 한강을 보존하는 투쟁을 했습니다. 그때 유기농민들이 붙여준 애칭입니다.

□ 신부님은 두물머리 정신으로 통일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두물머리는 태백산에서 시작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시작한 북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곳입니다. 남북의 두 물길이 하나로 만나는 이곳은 뭇 생명들이 우글거리고 평화로운 광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두물머리 정신을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정신을 강조하면서, 생명과 평화의 열쇠로 화해와 통일의 문을 열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올해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이 이루어진지 30년이 됩니다. 그런데 여전히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여러 정치․군사적인 요인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교착상태의 원인을 대화방식에서 찾고 싶습니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은 ‘선 평화 후 통일’과 ‘비핵화 평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노선위에서, 북미대화는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대화를 하고, 남북대화는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며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화방식이 교착상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진행방식, 즉 입구-과정-출구의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북미대화는 비핵화(CVID)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핵화는 북미대화의 출구에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북미가 대화하는 이유이고 대화를 통해 도달해야할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남북대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화의 노선이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적 사유에 따르면, 평화는 궁극적 가치이고 최종목표입니다. 여러 과정을 통해 도달해야할 목표입니다. 평화는 대화와 이해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통해 도달하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평화프로세스는 평화를 통일에 앞에 둠으로써 대화진행이 어렵고 교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적으로도 통일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평화가 불가능하고 군사적 긴장을 가져옵니다.

이와 같은 철학적 인식에 따라, 저는 비핵화(CVID)를 출발에 두는 북미대화는 반복적인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프로세스는 긴장과 대화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회칙 ‘모든 형제자매들(Fratelli Tutti)’을 발표한 지난 10월 윤종일 신부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회칙 ‘모든 형제자매들(Fratelli Tutti)’을 발표한 지난 10월 윤종일 신부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그렇다면 이런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까?

■ 저는 가장 보편적인 인식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대화에서도 그렇습니다. 북미대화는 전제조건(CVID)이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남북대화는 ‘선 통일 후 평화’로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핵무기는 전쟁무기가 아니라 협상무기입니다. 왜냐하면 핵무기는 서로에게 가공할 공포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포의 균형은 전쟁이 아니라 협상을 강제하고 일방주의가 아니라 상호주의를 요구합니다.

저는 북측의 핵무기 개발이 공포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김일성 주석과 그의 동지들은 항일 빨치산 활동에서 핵무기의 위력을 체험했습니다. 막강한 일본군대가 핵무기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중에 맥아더의 핵무기 사용의 위협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한국전쟁 후에도 그들은 미국의 핵공격의 공포에 떨었습니다.

저는 이런 공포가 북측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병영국가와 선군정치를 하게 했다고 봅니다. 한국전쟁 후 그들은 전국토를 요새화하고 핵무기 개발에 집착했습니다. 마침내 핵무기를 완성하고 공포의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그들에게 일방적이고 전제조건이 따르는 대화는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해줍니다.

그러므로 이제 북미대화는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대화의 방식을 따라야 교착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방식, 즉 ‘정-반-합’의 변증법적 방식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발전적 과정을 통해 완성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대화방식이 지금까지의 대화현장에서 있어왔다고 봅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말과 행동방식’이 그것입니다.

저는 남북대화가 교착상태를 극복하려면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철학적 인식론에 따르면, 평화는 궁극적 가치이며 목표입니다. 그런데 평화프로세스는 ‘선 평화 후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를 과정에 두는 인식론적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류는 과정에서 실천해야할 화해의 정책을 소홀히 하게 합니다.

한반도 평화는 비핵화만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한국전쟁과 70년의 갈등과 반목은 화해의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만남-대화-이해-용서-화해의 과정을 거쳐 평화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교류와 협력, 연대와 연합, 연방과 통일의 과정을 거쳐 한반도 평화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명칭을 화해프로세스로 바꾸고 화해의 과정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윤종일 신부는 공개 강론을 통해 화해와 통일을 위한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윤종일 신부는 공개 강론을 통해 화해와 통일을 위한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진행시켰으면 좋겠습니까?

■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화해세력이 단결하여 민족대결세력을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새 정부는 자기역할이 제한된 비핵화 보다 실현가능한 화해프로세스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이중에서도 6.15 공동선언 2항의 실천방안을 찾았으면 합니다.

저는 남북대화의 최종목표가 민족화해와 통일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목표로 가는 지도와 나침판이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내외적 여러 요인으로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에 종속되고 교착상태에 빠집니다.

통일과 평화에 대한 이정표가 있어야 제재와 압박을 뛰어넘으면서 민족대단결을 할 수 있습니다. 새 정부가 자기역할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화해프로세스를 펼쳐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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