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일 신부는 5일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의 비전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평창올림픽 성공이 계속적인 남북대화로 이어져 남북교류와 평화번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평창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진 평화의 메아리가 강릉과 금강산을 넘어 나진과 하산에 울려 퍼지도록 기도합시다.”

원로 신부의 절절한 기도가 고요한 양평 수도원에 퍼져나갔다. 930일 동안 ‘4대강 반대 생명평화 미사’를 드리며 4대강 개발사업으로부터 팔당댐 인근 한강 상류를 지켜냈던 이들의 기도이기에 그 의미도 각별하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관구장을 역임한 윤종일 신부는 5일 두물머리 인근에 자리한 수도원에서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의 비전을 밝혔다.

윤 신부는 “평창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이 끝나는 즈음에 다시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맞서 북측도 당연히 핵미사일 무력시위를 재개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힘들게 극복한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올림픽 정신인 ‘세계평화와 인류애’의 이름으로 북미간의 군사대결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하자”며 “평창동계올림픽의 해인 이번 1년 동안 한미군사훈련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의 상호 ‘잠정 유예’를 ‘1년 유예’로 연장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올림픽 평화기간을 1년으로 연장할 경우 안정적 환경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이다.

윤 신부는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군사긴장의 완화가 북미간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자”면서 “평창에서 꽃핀 평화가 유엔의 제재를 극복하여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시했다.

“남과 북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시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경제교역의 장이 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경제발전과 안보체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윤 신부는 “평창올림픽과 공화국 창건 70돌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그러면 평창과 나진에 울려 퍼질 평화의 메아리가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민족을 비추는 서광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매달 정기적으로 평화프로그램과 함께 평화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윤종일 신부는 지난해 9월 25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반전반핵 한반도 평화 미사’를 시발로 매주 광화문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가톨릭 남녀 수도자들은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윤종일 신부는 앞서, 지난해 9월부터 남녀 가톨릭 수도자들과 함께 ‘반전반핵 한반도 평화 미사’를 광화문에서 매주 봉헌했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내년에 실시되는 키리졸브 한미군사훈련과 북측의 핵미사일 발사의 잠정유예를 중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강론(전문)>

“주님, 평창의 메아리가 강릉과 금강산을 넘어 나진과 하산에 울려 퍼지게 하소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작년 10월 한반도 평화미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고 평창올림픽 성공은 한반도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라고 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올 한 해 동안 한미군사훈련과 핵미사일 발사 유예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동안 한반도는 북미간의 군사대결로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유엔 총회는 평창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하였고 남측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하였습니다. 미국은 이를 수용하였고, 나아가 상원과 하원이 함께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이에 북측은 공화국 창건 70돌과 평창동계올림픽의 민족적 대사를 성대히 치르고 한반도에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자고 화답하며 전격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며칠 후면 동계올림픽의 함성이 평창에 우렁차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 올림픽을 통한 평화의 메아리가 한반도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전 세계인이 모이는 이때,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한반도 평화를 더욱 공고히 다집시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올림픽 평화분위기로 반전시킨 상황을 잘 관리하여 한반도에 평화적 환경을 만들어 나갑시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바람과 기도지향과는 달리 지금 한반도에 대결지향적인 현상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이 끝나는 즈음에 다시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북측도 당연히 핵미사일 무력시위를 재개하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힘들게 극복한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와 수단을 다시 가질 수 없으므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땅에 더 이상 핵전쟁의 공포가 드리워지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북미군사대결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한반도는 제2의 한국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는 핵과 미사일의 가공할 무기로 초토화되고, 우리 자신과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 땅의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과학무기의 발전으로 전쟁의 공포와 죄악성은 무한히 커졌다. 도시 전체나 광범위한 지역을 그 주민들과 함께 무차별 전멸시키려는 전쟁행위는 모두 다 하느님과 인간자신을 거역하는 범죄이므로 단호히 단죄하기를 주저치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일이 장래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전 세계의 주교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국가원수들과 군사지도자들에게 그들이 하느님과 전 인류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막중한 책임을 언제나 명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현대세계의 사목헌장 80)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유엔 핵무기금지협약협상에 맞춰 전달한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단지 핵 억지력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국제사회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전향적인 전략을 선택하고, 국가안보와 세계안보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을 피하고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해야 합니다.”

역사와 경험으로 볼 때, 전쟁은 인간을 야만인이 되게 합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생존본능이 이성을 마비시켜 인간을 짐승처럼 되게 합니다. 전쟁은 정당방위의 이름으로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고 자연을 파괴하게 만듭니다.

현대의 핵전쟁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살육하고 자연을 파괴합니다. 장거리 대량살상무기인 핵과 미사일은 발사명령과 보튼 하나로 수많은 인간을 살육하고 자연을 파괴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파괴자는 참혹한 파괴현장을 목격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파괴의 참혹한 결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교회는 이와 같은 전쟁의 잔혹성과 야만성을 단호히 단죄하며 거부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올림픽 정신인 <세계평화와 인류애>의 이름으로 북미간의 군사대결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합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의 해인 이번 1년 동안 한미군사훈련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도록 촉구합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긴장의 완화가 북미간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또한 평창올림픽 성공이 계속적인 남북대화로 이어져 남북교류와 평화번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평창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진 평화의 메아리가 강릉과 금강산을 넘어 나진과 하산에 울려 퍼지도록 기도합시다. 평창에서의 체육과 문화축제가 나진과 하산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도합시다. 평창에서 꽃핀 평화가 유엔의 제재를 극복하여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남과 북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시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경제교역의 장이 될 것입니다.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와 석탄이 파이프라인과 철도를 통해 각국으로 전달되는 물류의 장이 될 것입니다. 남북과 러시아와 중국이 에너지 교역을 통하여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경제구역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시도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경제발전과 안보체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남과 북의 형제자매 여러분, 평창올림픽과 공화국 창건 70돌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그러면 평창과 나진에 울려 퍼질 평화의 메아리가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민족을 비추는 서광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