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어려워질수록 그 반전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 있다. 바깥나들이도 마다하고 고적한 교외에 기거하면서 세상을 관조하듯 말이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관구장을 역임한 윤종일 신부.

윤 신부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 기거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강론을 한다.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아 통일뉴스가 윤 신부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 인터뷰를 가졌다.

윤 신부는 6.15선언을 “평화와 통일의 길잡이(GPS)”로 규정하고, 최근 남북의 혼란방지를 위해 그 해법을 6.15선언에서 찾자고 제안했다. 즉 “남과 북은 지금 (6.15선언) 1항인 통일원칙에 대한 이해차이와 2항인 통일방안의 미완성으로 혼란과 교착상태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할 수 없듯이 “평화와 통일의 길을 안내해줄 나침판인 통일방안”을 준비해야 하며, 그 “통일방안을 마련해야만 항시적이고 반복적인 교착상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신부는 구체적으로 “6.15선언을 완성시킬 남북공동의 통일방안연구위원회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제시하면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통일방안연구위원회를 설치하면 “이곳은 민족공조를 이루는 장소이며 동포애를 나누는 해방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신부는 이러한 남북 간 근본문제에 대한 해결과 함께 현안인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의 행동과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6.15정신에 역행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윤 신부와의 인터뷰는 이메일과 통화 등 수차례의 비대면 접촉을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서 망중한에 있는 윤종일 신부. 윤 신부와의 인터뷰는 이메일과 통화 등 수차례의 비대면 접촉을 통해 진행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통일뉴스: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새삼스럽지만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윤종일 신부: 6.15공동선언은 평화와 통일의 길잡이(GPS)입니다.

우리는 6.15공동선언(이하 6.15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 첫걸음은 10.4선언과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6.15선언의 기초위에서 후속선언들의 목표와 내용들이 작성되었습니다. 이로써 6.15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6.15선언의 원칙과 방안위에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면 후속선언들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6.15선언의 내용을 연구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6.15선언의 내용이 확립되지 않으면 내외적 여러 요인으로 후속선언들의 실천은 어려울 것입니다.

□ 6.15공동선언을 평화와 통일의 ‘길잡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그런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있습니까?

■ 길잡이는 길의 방향과 목표를 정확하게 알려주어 여행자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줍니다. 길잡이는 여행자가 위험한 상황을 만나거나 길을 잃고 방황하게 하지 않습니다. 6.15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이러한 길잡이의 역할을 해줍니다.

6.15선언은 내용이 간단하지만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칙과 방안과 사업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과 북은 자주의 원칙으로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성 안에서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 발전시키고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상호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6.15선언은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자세와 방법과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적 원칙아래서 미완인 통일방안을 제대로 마련하면 번영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신뢰아래서 평화와 통일의 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4선언과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은 6.15선언의 내용을 확대발전시킨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길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20년 전 6.15선언이 발표되자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환영을 했습니다. 한반도에 곧바로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의 기운이 솟구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 우리는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교착상태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일차적인 원인은 비핵화에 대한 북미사이의 견해차이고 이차적인 원인은 6.15선언에 대한 남북사이의 이해차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비핵화와 남북문제를 분리하여 대응하는 지혜를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자의 견해 차이는 우리가 관여할 길이 거의 없으므로 최소화의 원칙을 취하면 좋을 것입니다.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고 관여하면 할수록 양측으로부터 비난받고 운신의 폭을 좁히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많습니다. 양측이 원할 때 심부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후자의 견해 차이는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6.15선언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때 출발지로 돌아와서 다시 출발하여 목적지로 향합니다. 이와 같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6.15정신으로 다시 와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6.15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일 것입니다.

남과 북은 지금 1항인 통일원칙에 대한 이해차이와 2항인 통일방안의 미완성으로 혼란과 교착상태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목적지로 안내할 길잡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자신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청사진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나아가 당사국들을 중재할 수 없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원칙과 방안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고 외부요인에 의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는 장님이 장님을 인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어렵다고 근본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성의 문제와 맞서야 합니다. 어려운 이념적 차이를 민족의 가치로 극복해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의 길을 안내해줄 나침판인 통일방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방안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여 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통일방안을 마련해야만 항시적이고 반복적인 교착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하지만 6.15선언이 발표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또 최근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그 생명력이 다하지 않았냐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6.15선언의 과제를 이행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6.15선언을 완성시킬 남북공동의 통일방안연구위원회의 필요성이 요구됩니다. 남과 북은 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평화와 통일의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하며 남과 북이 하나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자체가 한국전쟁의 상처와 이념갈등을 치유하며 교착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남북의 당국자들은 통일방안연구위원회의 연구에 대해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외부의 압력을 철저히 막아주어야 합니다. 이곳은 민족공조를 이루는 장소이며 동포애를 나누는 해방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합의된 평화와 통일방안은 남북의 최고의결기관에서 의결하고 최고지도자들의 추인을 통해 완결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이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 이 청사진은 어떤 정치군사외교적인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 최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인 가운데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문제가 돼 북측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 조치한데 이어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도 예측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단절 상태’를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상태’로 역진하거나, 나아가 6.15선언 이전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밀려옵니다.

■ 우리는 남북관계의 교착상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북전단 살포로 또 다른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반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한반도 평화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6.15선언 이전 대결상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반북단체는 남북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대북전단 살포로 북측의 최고지도자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무뢰한으로 비난하는 이들의 행동을 전체인민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측은 대형전단 살포를 코로나전염의 위험성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방어하기 위해 국경 전체의 문을 닫아걸고 있는 북측으로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측은 이번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의 여러 공동선언들의 내용을 위반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이번 사건을 개인의 행동과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6.15정신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 남북관계의 장·단기간 문제에 대한 해결과 관련해 통일방안 마련과 전단 살포 중지를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 저의 능력을 뛰어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행동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먼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통일방안연구위원회를 설치하여 통일방안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관련 유튜브 참조: ‘6.15정신으로 평화를 이룹시다’)

그리고 반북단체들에게 권유하고 싶습니다. 강원도 인제의 접경지역에 있는 <한국DMZ 평화생명동산>에 가서 우리민족을 살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해보고 개인의 행동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유튜브 참조: [두물머리 대화2]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여는 한국DMZ평화생명동산)

□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새로운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상황이 더 어렵게 꼬이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신부님이 지적하신 “남과 북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어렵다고 근본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남과 북의 정치지도자들이 꼭 새겼으면 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해 모두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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