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측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11시 고양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회담 전반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임종석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내일 오전 9시 30분 경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며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장으로 도보 이동해 9시 40분 경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사이, 판문점 광장에 도착, 이곳에서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을 갖는다.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두 정상은 양측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환영식을 마치게 된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는 순간이고,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고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 의장대 사열을 받는 것도 처음이다. 포성이 멎은 판문점에 평화의 풍악이 울려퍼지는 상징성도 있다.

임 실장에 따르면, 양 정상은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나눈 뒤 2층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여 10시 30분부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오전 정상회담 종료 후 양측은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는다. 북측은 군사분계선 넘어 북쪽으로 돌아갔다가 오후 일정을 위해 다시 내려온다.
오후에도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정상회담을 모두 마치게 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임종석 실장은 “합의내용의 수준에 따라 형식과 장소를 결정하도록 협의했다”고만 밝혔다.
남북정상 합의문은 ‘판문점 공동선언’ 명칭으로 양 정상이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명으로 그칠지 평화의집 앞마당이나 실내에서 발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기본 내용을 포괄하고 평화정착과 비핵화 등 새로운 내용을 담아 ‘남북기본합의’ 수준으로 간략하게 작성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김정은 막판 합의가 주목된다.
임종석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핵심의제에 집중된 회담”이라며 “북한의 핵과 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를 한다는 것은 1990년대 초, 그리고 2000년대 초에 이루어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점이 이번 회담을 어렵게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특히 “지난 특사단 평양 방문에서 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을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 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며,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정상 사이에 공감을 이룰 수 있을지, 이 역시 참모들이 결정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밝히고 “결국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합의문 발표 이후 6시 30분부터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만찬이 평화의 집 3층 식당에서 열리고 환송행사가 이어진다. 양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봄’ 주제의 영상을 감상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방남 여부에 대해 임 실장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오후에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북측 공식수행단은 9명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철, 최휘,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임 실장은 “만찬에는 약 25명 내외의 김정은 위원장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핵심 참모진이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측 공식수행원도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정책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장관에 더해 정경두 합참의장을 추가해 7명이 됐다.
임 실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 수행단에 군의 핵심 책임자와 외교라인이 들어있다. 우리로서는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북측 역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남북 정상회담으로 따로 떼서 보지 않고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에 다양하게 진행될 국제사회의 협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군의 핵심책임자들이 참석한 것은 역시 이번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 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들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군 책임자를 포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외에도 오후 본회담 전에 남북 정상이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기념식수’를 진행한다. 임 실장은 “양 정상은 65년 동안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게 된다”고 밝혔다.
기념식수 장소는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이고 기념식수목은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로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생 소나무다.
소나무 식수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 후에 김정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재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주게 된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 라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명이 포함된다.
공동식수를 마치고 나면 군사 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양 정상이 친교 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이 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 감독위가 이용하기 위해 만든 다리로 이번에 확장공사를 했다.
(추가, 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