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밤 광화문광장에 1백만 명이 모였다. [사진-조천현]
▲ 3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광화문 네거리는 촛불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 - 조천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12일 저녁 서울의 중심, 광화문 한 복판에 1백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손에 든 촛불은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1,500여 시민단체가 집결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과 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저녁 7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을 열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백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무대가 설치된 광화문 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뒤는 물론, 서대문, 시청, 종각, 경복궁역 일대가 가득찼다.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인 이날 서울 중심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밤 10시 현재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알려져 1백만 명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

첫 무대에 박근혜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성심여고 학생들이 올랐다. 선배 박근혜에게 후배들이 '퇴진'을 요구했다.

▲ 몇 시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은 환호를 연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영상을 보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박근혜는 퇴진하라' 손피켓과 촛불.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된 박근혜 선배님에게 보내는 말을 들어달라. 오늘 이곳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나왔겠느냐. 바로 우리 의사를 알리고 지금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제발 그 자리에서 내려와달라."

각계의 발언이 이어졌다. 일본군'위안부'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된 모든 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득했다. 

어린 아이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대학생, 청장년, 6~70대 노년층 등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들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조PD, 이승환 등 가수들의 공연에 이들은 촛불을 머리 위로 들고 환호하는 등 평화적인 집회를 만들었다.

▲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엄마, 왜 박근혜 퇴진하라고 하는거야?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을 너무 많이 했어. 너희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거야"
"아..그럼 박근혜 퇴진해야하는거구나. 박근혜 퇴진!"

6살난 딸의 물음에 엄마는 '박근혜 퇴진'의 이유를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아이는 "박근혜 퇴진하라"를 외쳤다. 한 중년부인은 문화공연에 촛불을 흔들고 춤을 추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한 무리의 남고등학생들은 세종문화회관 뒷편 공원에 모여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개사해 불렀고,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다른 남녀 고등학생은 직접 쓰레기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며 주변을 정리했다.

중앙 무대에 자리하지 못한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경복궁 앞에 모였다. 이들은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며, 경찰 측과 대치했다. 한 시민은 텐트를 들고와 밤샘농성에 돌입할 태세였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내자동사거리에 세워진 경찰차벽에 한 시민이 올라가자 시민들은 "내려오라"며 평화분위기를 만들었다. 경찰과의 대치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주최측 방송차량은 시민들에게 뒤로 물러설 것을 당부했다.

▲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길인 내자동사거리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경복궁 동십자각에 모인 시민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내자동사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가자 청와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에 앞서 시민들은 시청광장 민중총궐기대회 후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경찰은 최소한의 교통소통 확보를 이유로 내자동사거리 앞 율곡로 남쪽으로 행진을 제한했지만, 주최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경복궁역 앞 내자동사거리까지 행진이 가능해졌다.

시민들은 너나할 것없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으며, 중고생들은 4.19혁명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거리를 누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0시 25분 제3차 범국민행동 행사 종료를 선언하고, 19일과 26일 4차와 5차 범국민행동을 예고했다. 광화문과 경복궁역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자유발언 형식으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외에 제주 5천명, 부산 3만 5천명, 광주 1만명, 대구 4천명 등 지역 10여개 지역에 6만여 명이 모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워싱턴 DC를 비롯해 10개국 30여 도시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재외동포의 집회가 열렸다. 

▲ 가수 이승환이 무대에 올라 '하야하라'를 외쳤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남고등학생들이 세종문화회관 뒷편 공원에서 '민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백만 명 이상이 모인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규모이다. 2002년 6월 '효순-미선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이 있었지만, 이번 촛불집회 인파를 넘지 못했다. 2008년 당시 주최측 추산은 70만 여 명이었다. 집회 자체의 규모로도 1987년 6월항쟁 외에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다. 

1960년 4.19혁명 당시 10만 여 명이 광화문에 모이자 이승만 대통령이 1주일 만에 하야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1백만 여 명이 넘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추가,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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