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오전 10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민주주의수호공안탄압저지를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공안기구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국정원, 기무사, 보안수사대 등의 무단 사찰, 패킷 감청, 불법 채증, 사건 조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며 공안기구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안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경기인천연합 전 사무국장은 지난 5월, 대대적인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과 관련해 국정원이 이메일,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는 물론 휴대전화 위치추적, 계좌내역 추적 등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사생활까지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홍 전 사무국장은 "사건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모든 것을 모두 압수수색했다. 가족들 재산관계까지도 파헤쳐서 압박, 공포.협박용으로 저를 통제하려고 했다"며 "2003년부터 제가 생활했던 모든 것, 평화와 통일 운동을 한 것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지인들,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파헤치고 있었구나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사무국장은 또 "초등학교 논술교사로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데, 컴퓨터 압수수색 자료 중에는 아이들이 가르치는 논술자료가 있었고 돌려달라고 했지만, 국정원이 이적표현물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논술자료는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한 뉴스 스크랩을 그대로 실은 것인데 이것을 초등학생에게 불법집회에 대해서 정당하다고 인식시키고, 그 목적에 대해서 국가 존립과 안정을 위해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압수된 자료로 전혀 연관될 수 없음에도 연관지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수사방향을 그렇게 만들어갔다"며 "'범민련과 관련이 없는 자료들이 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이며, 왜 대남 적화노선에 따른 것이냐'고 하자, '그것은 범민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고 코웃음을 쳤다.
문경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권한대행은 국정원이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한다고 의혹이 인 '패킷 감청'에 대해 불법행위임을 강조하면서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상황이고,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도.감청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 '전화기를 쓰지 말자,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농담도 나온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전인 6일 오전,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권호영 사회주의노동자네트워크 활동가는 "잡지와 매체를 통해서 사회주의 사상활동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해 왔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는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걸고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라며 사상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촉구했다.
최석희 기무사 민간인불법사찰피해자대책위 대표는 "기무사의 사찰은 개인의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조직적인 사찰"이라고 보고 "기무사 민간인 사찰은 몇몇 정보장교의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기무사에서 조직적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서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민간인 감시시스템을 갖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하인준 건국대 총학생회장도 일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공안기관이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대회에 참석한 증언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밝혀진 각 공안기구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자 문책과 법적 제재가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국정원-기무사-보안수사대 등 공안기구의 불법행위 재발방지와 더불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박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국정감사 기간인데 각 공안기구에 대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모습을 비추지 않은 상황"이라며 " 정부 차원의 공안정국이고, 기무사 사찰 같은 경우에는 불법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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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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