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넷'은 16일 오전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에서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한 기무사 불법사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기무사 요원이라고 밝힌 신원불상의 인사가 일본에서 문화예술 단체를 사찰하다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인권단체연석회의,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80여개 단체가 꾸린 '민주넷'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라는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스스로 기무사 요원이라고 밝힌 사람의 불법적 사찰활동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재일 조선인 학교인 '고베조선고급학교'의 창립 6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에 출연하기 위해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던 신원불상의 A씨가 '우리나라' 단원들에게 붙잡혔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당시 현장을 '우리나라' 단원들이 촬영한 동영상도 공개됐다. 동영상과 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일본 간사이 공항에 입국하는 단원들을 촬영하다 우리나라 단원들에게 적발됐고 어디 소속이냐는 집중된 추궁에 자신을 '기무사'라고 밝혔다.

A씨의 가방에선 '3급 비밀' 문서도 발견됐다. 또한 문서의 첨부 형식으로 단원들의 신상과 항공 출국 정보, 공항 입출국장과 공연장 도면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강상구 대표는 '3급 비밀' 문서에 대해 "우리나라의 일본 공연활동과 위법성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등을 채증과 문서로 정리해서 상부에 보고하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민주넷'은 '3급 비밀' 문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문서가 어느 기관의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A씨의 확실한 신분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넷'은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문서의 양식과 내용이 정보기관의 것이라고 판단할 만하다"며 "'우리나라'는 이번과 같은 공연 출연 이외에도 재일동포 민족학교에 대한 격려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와 교류해 왔으며, 최근 밝혀진 기무사의 불법적 사찰활동의 대상이 민족학교 어린이들이게 책을 보내주는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아 A씨가 기무사 소속이라 규정할 만한 정황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번 사건과 관련된 국가기관은 정황상 국군 기무사로 추정 할만하다. '우리나라'는 군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문화예술인 단체다. 해외동포 민족학교 지원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가진 일본에서의 공연활동이 혹시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한 절차도 충분히 밟았다"며 "불법 행위의 주체와 책임기관은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완전히 밝혀야 한다. 정부는 A씨의 정확한 소속기관 및 부서, 사찰활동의 목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는 일본 간사이 공항에 입국하는 단원들을 촬영하다 우리나라 단원들에게 적발됐고, 집중 추궁에 자신을 '기무사'라고 밝혔다.(오른쪽 화면)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에 대해 국군기무사령부는 입장을 발표해 "국군기무사령부는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불법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2009년 8월 29일 전후에 어떠한 기무사 요원도 수사활동을 위해 일본에 체류한 사실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기무사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만약 귀하가 기자회견을 통해 계획된 불법사찰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강행 시에는 국군기무사령부 및 부대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므로, 향후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통해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3급 비밀 문서가 있어서 국가기관의 요원이거나 지시를 받은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본인이 기무사 소속이라고 하는 것이 현장에 있는 사람의 발언으로 영상에 채록되어 있다"며 "기무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관련성을 완벽히 해명했다고 볼 수 없다. 관련성에 의문이 없도록 기무사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 문서의 작성여부를 해명해야 한다. 다른 공안기관역시 자신의 문서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 강상구 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어 "만약 기무사라면 민간인 사찰의 문제가 있고, 다른 기관이라도 국가보안법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댄 남용의 문제가 있다"면서 "어느 기관이든 국제법상 외교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강상구 대표는 "국가기관이 이렇게 문화예술단체를 사찰하는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떤 기관인지, 왜 사찰 했는지를 낱낱이 밝혀줬으면 좋겠다. 충분한 사과를 요청하는 바이다"고 말했다.

1999년 결성된 '우리나라'는 평화.인권.통일.노동 등을 주제로 활동해 온 '민중음악' 팀이다. 현재까지 정규앨범 다섯장을 발매했으며 지난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수여하는 '민족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양과 금강산 등에서 열린 남북간 행사를 비롯해 2003년부터 재일동포들을 위한 순회공연을 진행해 오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광장 노제에서도 공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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