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대표는 지난달 30일자로 이 편지를 공개하며 “어제 대한항공 폭파범인 김현희씨의 남편 정모씨를 만났다. 그는 나에게 서류봉투를 하나 전해주었다”며 “김씨가 자필로 쓴 편지였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편지에서 김현희 씨는 “저는 지난 참여정부에서 KAL기 사건 의혹제기와 관련하여 출판, 방송, 소송, 시위, 세미나, 기자회견, 과거사위 조사 등등의 일련의 사태들을 사건의 장본인으로서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지 못함을 알았다”며 “그들은 저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진작 자신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저는 그들이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의식화된 진리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이 문제제기한 신동진 KAL858기사건 시민대책위 신동진 사무국장의 국정원 발전위 조사관 임용에 대해 국정원 전 간부가 조갑제 대표에게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의혹을 조사하도록 하여 결백함을 증명하면 더 좋지 않은가’라는 취지로 신 국장을 조사관으로 채용했다고 해명한데 대해 “정말 변명하는 데도 어느 정도이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 씨는 첫 번째 편지에서 “‘대책위’는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의 후광을 업고 KAL기 사건을 진상규명하라고 외치면서도 사실은 조작 의혹 부풀리기를 하는 여러 단체가 모여서 결성된 정치성향의 시민단체”라며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를 쓴 신동진은 ‘KAL 가족회’, ‘대책위’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다가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관으로 3년간 채용, 근무하였는데 이 사실이 국정원과 ‘대책위’의 관계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동진 씨는 이미 28일 <통일뉴스>에 “나와 국정원이 미리 짜고 했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내가 국정원 조사관으로 가게 된 과정은 가족회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루어진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며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고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김 씨는 또한 이번 편지에서 “그러면 국정원 수사국장 등이, 의혹을 제기한 책을 쓰고 출판했다 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서현필과 전형배를 민, 형사로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며 “그런 주장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피고인들(주-서현필, 전형배)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첫 번째 편지에서 KAL858기 사건을 소재로 소설 ‘배후’를 쓴 서현우(본명 서현필) 작가와 이 책을 출판한 전형배 창해출판사 대표에 대한 국정원 측의 고소사건 역시 ‘너무도 계획적인 사건’이라며 국정원과 서 작가, 전 대표의 ‘연계’ 하에 KAL858기 사건의 의혹을 부풀리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서 작가가 28일 <통일뉴스>에 “유독 나만 고소당해 고통을 받았는데 나를 국정원의 전위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오도도 이런 오도가 어디 있느냐”며 “현재까지 조사과정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질문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이념의 문제라든가 신구정권의 권력투쟁의 행위로 환원시키려는 일종의 정치공세로서 비열한 행위이다”고 반박했다.
국정원과의 연계는커녕 국정원의 고소사건으로 고통을 당한 서현우 작가가 오죽하면 ‘차라리 나를 기소하라’는 공개기고를 했겠는가. “그런 주장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피고인들(주-서현필, 전형배)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라는 김 씨 말마따나 서 작가와 전 대표는 너무 억울해하고 있다.
김 씨는 나아가 “그들은 만 5년이라는 긴긴 소송과정을 거쳐 지금 2심 재판을 받고 있고, 오는 12월12일 2심 선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며 “국정원은 그들에게 특별보상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김 씨의 의도와는 달리 유감스럽게도 아마 그래야 도리에 맞을 것이다.
김 씨는 또한 “국정원과 방송3사 등은 저의 호소문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며 “국정원과 방송3사 등은 조만간 공식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김 씨는 첫 번째 편지에서 국정원과 방송3사가 ‘공모’해 자신을 ‘추방’했고, 방송3사는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KAL858 관련 의혹 프로그램을 제작, 반영하는 ‘편파방송’을 통해 ‘김현희와 안기부 죽이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김성호 국정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씨의 오해로 인해 사안이 왜곡돼 전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갑제 대표는 “이동복 선생에게 보낸 김현희씨의 편지가 원문으로 공개되자 몇몇 언론은 ‘필체가 김씨의 과거 것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김현희씨와 관련된 사안은 무엇이든지 트집을 잡아 그가 북한공작원이 아니라는 의심을 퍼뜨리려 하는 사람들에게 이 두 번째 편지는 좀 실망스러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 대표는 김 씨가 두 번째 편지를 보내온 사실이 필체 의혹을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편지가 공개된데 대해 “원문이 공개된 지 며칠 뒤 김현희씨가 이(동복) 선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호소문을 공개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번 두 번째 편지가 김 씨의 마지막 공개활동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 번째 편지가 장문의 편지였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글이었고, 김 씨의 현실인식에 대한 균형감각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시켜주는 글로 평가된다.
국정원 발전위의 재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던 KAL858기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본격 입장 표명에 나섬으로써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 움직임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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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