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대한항공(KAL)858기 폭파범으로 알려진 김현희(46)씨가 "2003년 친북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상은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며 국정원과 방송사들이 공모한 'KAL기 폭파사건 조작.음모설'을 제기한 편지가 25일 공개됐다.

인터넷 '조갑제닷컴'에 게재된 이 편지는 김씨가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김씨는 참여정부 때 국정원과 공영방송사들이 공모해 KAL기 폭파사건의 조작.음모설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편지 전문 보기]

김씨는 "국정원이 KAL기 조작의혹 사태를 기획 공작하고 음모를 꾸민 배경에는 참여정부의 정치이념과 연관이 많은 것 같았다"고 참여정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친북 정부는 KAL기 사건으로 16년간 족쇄를 차고 있는 북한에 대하여 그 족쇄를 풀어주고 관계 개선을 하는 동시에, 국내 정치세력 구도를 변화시키는 데는 과거사들 중 해당 사건은 KAL기 사건이 가장 좋은 소재거리라고 여겨졌나 보다"고 주장했다.

이어 "KAL기 사건의 모든 수사정보 자료들을 움켜쥐고 있는 국정원이 자신들의 정체는 꼭꼭 숨긴채, 안기부 수사결과 발표문을 재구성하여 진실게임을 펼치는 기발한 기획공작을 꾸몄다고 본다"며 "이 공작 음모는 인적·물적 규모면에서나 사태를 전개하는 조직들의 형태 측면에서 볼 때, 단순한 기존의 의혹제기 차원이 아니라 대규모적이고 체계적인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KAL기 폭파사건 조작에 국정원이 방송사들과 공모했으며, "저를 아무런 힘이 없는 여자라고 살해협박까지 하며 계속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그들의 정치 이념에 의거한 정책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며 "그래서 국정원은 자의든 타의든 반미·친북 이념주의자들과 음성적으로 연대하여 KAL기 사건 음모론을 증폭시키는 기획사업을 추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4용지 18매 분량의 장문의 글로 'KAL기 폭파사건 조작.음모설'을 상세히 제기한 김씨는 끝으로 "앞으로 제가 부정한 국가기관과 공영기관, 시민종교 단체들과 맞서 투쟁해야만 할 운명에 처해질 것 같다"면서 "친북성향의 정부가 물러가고 실용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저 혼자 그들을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입니다. 인내하면서 살아온 5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편지를 공개한 이동복 대표는 "좌파 정권 10년 동안에 이 나라의 정권기관과 TV.방송 매체를 장악한 친북.좌파 세력들은 국가기관과 TV.방송매체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김현희와 그의 가족에게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며 "김현희로 하여금 더 이상 이 나라의 좌파 세력으로부터 이 같은 부당한 인권탄압을 당하지 않을뿐더러 그 동안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정의(正義)를 회복시켜 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데 동참해 주도록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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