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FTA저지 졸속타결 저지 각계인사 1000인 긴급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3월말 미국 TPA 시한을 앞두고, 한미FTA '끝장타결'을 위한 한미장관급회담이 26일 시작된 가운데, 이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870인 비상시국회의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FTA 졸속타결 저지 각계인사 1000인 긴급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16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한미FTA범국본 오종렬 공동대표는 "어제 병원에 실려 갔는데, 병원에 누워있어도 그냥 있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심정을 밝히며 "타결하고 체결한다고 했을 때 전 민중이 벌떡 일어서서 나라를 찾는 일에 나서도록 한번만 더 힘을 쓰자"고 호소했다.

▲ '나라 망치는 한미FTA'.[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오충일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주요 정치인들이 한미FTA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두고 "지난 1년의 투쟁이 의회 절반을 흔들어 놨다. 이미 절반의 승리는 왔다"며 "이 며칠 남은 마지막 투쟁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 퇴진을 경고하기도 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피눈물로 싸워서 얻은 자유를 가지고 노무현씨가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그런다"며 "이것은 아니지 않나. 한미FTA 반대하는 운동은 나라를 팔아먹는 이들을 끌어내리는 운동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거꾸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사지에 몰아넣는 한미FTA타결을 강요한다면 대통령의 면허를 중지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한미FTA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적극 결합하겠다는 각계의 발언도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 안병옥 사무총장은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못한데 사죄하는 마음"이라며 "많은 단체와 함께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기환 사무총장이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 "타결을 애걸하여 국익을 팔아 넘기려는 것이 아니라면, 협상중단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가"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7시 시청 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 촛불문화제' 가 열린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또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이 낭독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띄우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미FTA협상이 불공정협상, 주권을 훼손하는 위헌적 협상, 비민주적 협상이라고 규정하고 "한미FTA를 졸속 타결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도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고 또한 노무현 대통령 본인에게도 엄청난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긴급선언은 지난 3월 8일 870인 비상시국회의 참가자에 더불어, 강신석 5.18기념재단이사장,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 열린우리당 김근태,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제종길, 한나라당 권오을, 홍문표 의원 등 170명이 추가로 동참해, 총 1040명의 각계인사가 참여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각계인사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통상독재 반대한다. 한미FTA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낮 12시경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 중 10여명의 각계인사가 청와대 앞 단식농성 중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격려방문에 나섰다.


<한미FTA 졸속 타결 저지 각계인사 1,000인 긴급 선언>
한미FTA 협상 졸속타결 즉각 중단하라!


망국 협상인 한미FTA 협상이 최종국면에 도달하였다. 어제(3월 26일) 전투경찰의 철통같은 경비 속에 서울 하이야트 호텔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바티야 USTR 부대표 사이의 장관급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 협상은 미 행정부에 위임된 무역촉진권한(TPA) 협상만료 시한인 3월 말을 앞두고 ‘끝장 협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끝내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8일 한미FTA 졸속 협상의 중단을 요구했던 ‘비상시국회의’ 참가자들은 한미FTA 협상이 마지막 고빗길에 이르게 된 현 상황에서, 다시금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우리의 의견을 내외에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한미FTA 협상은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이미 불공정.불균형 협상, 국민주권과 서민 생존권을 뿌리채 위협하는 망국적 협상으로 전락하였다. 한미FTA 협상을 통해 한국 측이 기대한다고 표방했던 이익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 측이 기대이익으로 가장 강조하여 내세웠던 ‘무역구제’ 부문은 애초에 15개 항목을 요구하였지만, 12월 제5차 협상에 이르러서는 ‘제로잉 금지’ 등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중요한 사항은 거의 포기하였고, 7차 협상에서 비합산 조치 등 나머지 주요요구사항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현재는 법적 구속력 없는 ‘위원회 설치’와 같은 국민기만용 요구만 남은 상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기대이익으로 내세웠던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규정은 의미있는 협상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빌트인 방식’이라는 기만적 용어를 동원하여 협상실패를 호도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직 비자 쿼터도 협상 대상에서 사라졌고, 심지어 자동차 분야는 미국의 강도 높은 역공세로 이익은커녕 도리어 한국 자동차 시장의 대대적 개방과 자동차 관련 세제 등 제도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최대의 혜택산업이 될 것이라는 섬유부문에서도 얀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인정)규정의 대폭완화가 난망해 짐에 따라 ‘속빈 강정’이 되어버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의 요구는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타결에 연연하는 한국정부의 약점을 미국은 십분 활용하고 있다. 농업․자동차․쇠고기․의약품․투자자-국가소송제․비위반제소제도․방송시청각․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부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부문만 하더라도 미국 측은 자동차 세제 개편, 미국식 표준채택 등 한국 측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밀어부치고 있고, 또한 쇠고기 분야에서 광우병 위험이 높은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으며, 심지어 쌀도 협상의 대상으로 하자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주권의 경계를 허물고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와 비위반제소의 경우 한국의 공공정책과 사회경제정책의 공공성을 뿌리채 뽑아버릴 것이며, 농업시장 개방은 한국 농업과 농촌을 절멸의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다. 방송시청각 시장의 개방은 문화적 다양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며 쇠고기와 의약품 시장의 개방은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타결을 애걸하여 국익을 팔아넘기려는 것이 아니라면, 협상중단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가?

한미FTA 협상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대통령과 일부 통상.경제 관료들만 협상내용을 전유하면서 밀실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고, 그 결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기본적인 정보공개와 최소한의 토론, 각계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무지와 태만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보수 언론은 ‘한미동맹’ 운운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또 우리는 한중 마늘협상 당시 이면합의를 자행하여 국민을 기만했던 한덕수씨가 국무총리로 지명된 사실과, 4대 선결조건을 대가없이 내주고 협상을 시작한 김현종씨가 막판 협상의 책임자라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만일 국민을 기만하는 밀실합의가 진행된다면 이에 관여한 자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결코 벗을 수 없는 역사적 오명과 심판의 대상이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또한 작년 하반기 이후 정부가 보여준 행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수십억의 국민 혈세를 퍼부어 가며 온통 한미FTA 찬성광고로 도배를 해대면서 농민들이 십시일반 나락을 모아 만든 광고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한미FTA 반대진영의 모든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탄압을 자행하였다. 이것이 ‘참여’정부의 실체인가? 반대 여론을 봉쇄하는 정부의 태도나, 상경버스를 경찰차로 포위하여 출발하지 못하게 하고 또 시위 봉쇄를 위해 전경버스로 집회장을 원천봉쇄하는가 하면 무정차로 지하철역을 통과시키는 모습에서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전율을 느낀다.

현재 한미FTA 협상은 민주주의와 국민적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고, 우리 국민의 눈물과 분노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판단한다면, 한미FTA 협상은 진작에 중단되었어야 마땅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3월27일

한미FTA 졸속 타결 저지 각계인사 1000인 긴급선언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