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 중 하나인 ‘경술국치일’이다. 경술국치일을 맞아서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으로 질문 두어 가지 드리겠다. 우선, 오늘 한·미·일 해상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꼭 이런 날 일본과 합동 훈련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29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출입기자가 이같이 개탄했다. ‘경술국치일’이란 113년 전 무도한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불법적으로 강탈한 날을 말한다.

이에 대해,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는 오늘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면서 “이번 훈련은 최근 북한이 주장한 우주발사체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되었다”고 대답했다.

29일 브리핑하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29일 브리핑하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평소 정무적 판단을 아주 잘하시는 우리 군과 국방부가 왜 유독 이런 분야에서는 정무적 판단을 안 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일 간의 훈련은 훈련의 목적과 필요성 등을 검토해서 한·미·일 간의 일정과 시기·장소 등을 협의해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실시한다”고 피해갔다.

‘군과 국방부가 평소 정무적 판단을 아주 잘 한다’는 사례로는 ‘육사 교정과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거론됐다. 전 대변인은 “육사는 자체적으로 종합발전계획을 검토하는 것”이고 “(국방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사의) 재정비 계획이 완전히 결론이 나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방향이 설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분만 옮길지 또는 다섯 분이 다 옮겨지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범도 장군이 육사 명예졸업생인 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하규 대변인은 “그런 증서를 받은 게 오늘 기사에 나온 것을 저도 봤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이 화살을 피하려 애썼지만 육사 교정과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전날(8.28) 밤 국방부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가 그 증거다.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을 명시했다.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이름도 바꾸려 한다는 보도에 대해, 29일 장도영 팀장은 “해군의 의견, 또 전례 이런 것들을 토대로 해서 만약에 검토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하겠다 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말씀”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검토됐다는데 올해 3월 이종섭 국방장관이 홍범도함에 승선한 것은 뭐냐’는 지적에 대해, 전하규 대변인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는 “장관께서 현장에 가시는 일정에 따라서 그 ‘홍범도함’ 장병들을 격려하고 하시는 거고, 지금 이 논란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홍범도함 장병들은 또 지금 현재 필요한 임무를 열심히 잘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지금까지 홍범도 장군 문제와 관련해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적이 없다. 오늘 국무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힌 바가 없다”고 강변했다. 육사와 국방부 뒤에 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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