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올해 1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담은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본문 81쪽, 부록 포함 370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핵과 미사일 관련 내용이 예년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9월6일 안보리에서 승인된 이후 6개 언어로 번역돼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인터넷 상으로 누구나 열람하거나 다운받을 수 있다. [바로 가기]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2018년과 2022년 비교 사진.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2018년과 2022년 비교 사진.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전문가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핵실험 준비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등을 인공위성 사진을 동원해 상세히 묘사했다.

또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 2021년 7월 이후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계속 배출되는 등 5MW 원자로가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20년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 핵‧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과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선언했지만, 하노이 북미 협상이 결렬된 뒤 핵시험과 ICBM 발사를 단행했고,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 법령화를 마무리지어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올해 4.25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올해 4.25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1~7월 총 16차례에 걸쳐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연료와 운반시스템 다양화, 엔진 효율개선 등 ‘기술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제재결의 위반 사항으로 가장 빈번히 지적한 ‘해상 환적’과 최근 들어 중요하게 등장한 ‘가상화폐 탈취’도 이번 보고서에서 사례를 들어 상세히 적시했다.

'회원국'이 제공한 북한의 해커 림송 프로필.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회원국'이 제공한 북한의 해커 림송 프로필.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가상화폐 회사와 거래소를 겨냥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더 정교해졌고, 훔친 돈을 추적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면서 “수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자산의 절도로 이어진 2022년 2차례 주요 해킹 사건 중 최소한 1건은 북한 활동가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월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 암호화폐 해킹 사건으로 알려진 이더리움 기반 ‘로닌 네트워크’ 해킹은 피해액이 총 6억2500만 달러(약 8,900억원)로 추산되며,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새로운 제재 회피 수법으로 불법 해상 환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북한이 새로운 제재 회피 수법으로 불법 해상 환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불법 해상 환적의 구체적 사례들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있다.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불법 해상 환적의 구체적 사례들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있다. [갈무리 사진 - 대북제재위 보고서]

보고서는 ‘선박 환적’으로 정유제품 불법 수입과 북한산 석탄의 불법 수출이 계속됐고, 특히 정유제품은 불법 수입이 연간 상한선 50만 배럴을 초과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시해 눈길을 끌했다.

한 회원국은 올해 1∼4월 북한 유조선 16척이 27차례에 걸쳐 정유제품을 북한 남포 석유시설로 실어 나르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제공했는데, 이 분량만도 45만8,898배럴로 추정된다는 것.

선박 간 해상 환적은 유조선 대신 화물선을 개조해 정유제품 밀수에 활용하는 등의 ‘새로운 제재 회피 수법’이 나타났고, 석탄 불법 수출 루트도 중국 영해 여러 곳으로 다양화된 것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중국 측은 전문가패널의 질의에 “중국 당국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어떠한 활동이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유엔 제재가 의도치 않게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했다. 안보리 제재 결의는 인도주의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대북제재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718(2006), 1874(2009), 2627(2022) 등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시,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북한은 제재결의들을 전면 배격하고 있어 현지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채 주로 미국 등의 회원국들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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