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이례적으로 공개된 '장성택 일당' 숙청에 대한 분분한 해석으로 인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이후 일련의 후속조치들이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아 2013년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정은 후계체제의 제도적 구축이 일단락됐다면 올해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구축 원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 2년 '유일영도체계 확립' 원년

북한은 12월 8일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적발해 숙청 결의 결정서를 채택하고, 나흘 후인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처형을 판결하면서 결정서 보도와 판결내용 등을 각각 하루 만에 상세히 소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전문가들은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비교적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은 "당의 강화 발전은 본질에 있어서 당 대열의 조직사상적 공고화이며 당이 의거하고 있는 대중적 지반의 공고화"라고 규정하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군민의 '일심단결'을 강조하면서 후속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당세포만 강하면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당이 흔들리지 않으며 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고 못해낼 일이 없다"는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향후 당세포 역할 강화 등 추가적인 조치들이 예상된다.

정치국 확대회의 이후 각지 당조직들에서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열의에 맞게 조직정치사업이 즉시 전개됐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 행사를 전후해 '인민군 장병들의 맹세모임', '성, 중앙기관들과 각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대학, 전문학교에서 충정을 맹세하는 결의편지 채택 모임', '직맹, 농근맹 등 근로단체 결의대회'가 잇달아 열려 '김 제1위원장을 단결과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고 결사옹위할 것'을 다짐했다.

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22주년을 맞아 김 제1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최룡해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을 대동하고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수길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렴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박정천 포병사령관 등 약진한 새 세대 지휘성원과 함께했다.

군의 세대교체가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당과 내각, 중앙기관은 물론 근로단체와 각급 기관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28일부터 '1만명 규모로 크게 조직'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전례 없이 큰 규모'로 '제4차 세포비서대회'를 개최했으며, 10월 22~23일에는 13년 만에 '인민군 제4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 대회'를 열어 '당을 조직사상적으로 강화'하고 '모든 중대를 당중앙을 결사옹위하는 최정예 혁명강군으로 강화발전'하는 결의를 다진 바 있다.

전쟁위기에서 평화공세로, 그리고 '교착'

2월 12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3차 지하 핵실험 이후 북한은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는 첫 입장을 줄곧 유지하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압박수단으로 핵을 활용했다.

이후 유엔의 제재조치와 미국의 군사적 압력 등이 병행적으로 취해졌지만 북한은 3월 5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와 2, 3차 대응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할 것 등을 선언하고 전화선 차단 조치까지 상황을 긴박하게 몰고 갔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인 5월 22일부터 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내보내면서 시작된 이른바 '대화공세'는 6월 16일 국방위원회 중대 담화문을 통해 미국에 '고위급 비핵화 회담'을 제의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기류에 힘입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한반도 전쟁위기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시 담화문에서 북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문제'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건설'문제를 포함한 '쌍방이 원하는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다.

물론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자신들의 핵보유는 계속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전승 60주년(7.27 정전협정)을 기념하는 7월을 전후해 적극적인 '평화공세'가 이어졌으며, 이 같은 '공세'는 8월 14일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9월 21일 북에서 '한·미 전쟁연습과 무력증강'과 '이석기 사건' 등을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남한에 통보하면서 진전을 멈추고 말았다.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의 핵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10월 4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해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호칭 없이 실명으로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후 남북관계는 별 다른 호전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은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수신인으로 해 '최고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 시, 가차 없이 보복행동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발송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항구적 전략,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

격랑의 와중에도 북한은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조성된 정세와 우리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에 맞게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하고 다음날 열린 '12기 7차 최고인민회의'에서 박봉주 내각총리를 파격적으로 발탁해 '병진노선'과 '내각 주도의 경제 정책'기조를 구체화했다.

이에 앞서 3월 18일에는 10년 만에 전국경공업대회를 개최하고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연설에 나서 '경공업전선은 농업전선과 함께 현 시기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화력을 집중해야 할 주타격 방향'이라며 이후 발표한 경제건설을 앞자리에 세운 병진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5월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올해에만 14개의 특수경제지대(경제개발구)를 설립했다.

또 지난 10월 16일에는 기존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키는 정령을 발표하면서 "내각과 해당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결정사항과 함께 민간급 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조선경제개발협회(대표 윤영석)는 지난 10월 16일 특수경제지대 개발과 관련한 평양국제토론회를 주최하며 활동을 시작해 외자 유치를 위한 상담회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개발 전략의 추진체계와 주체 등을 일부 수정하면서도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확정하고 내각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방향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으며, 특수경제지대 개발을 중심으로 외자유치에 몰두하고 있다.

'장성택 숙청' 당일에도 신의주-개성 철도와 도로 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경제개발을 위한 대외 행보에 거침이 없다는 평가이다.

두드러진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올해 북한 사회의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주민 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위락시설이 대폭 확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등판 개간 등 대규모 공사와 함께 새로 지어졌거나 짓고 있는 유원지, 승마장, 스키장을 비롯한 각종 위락시설은 올해 북한을 방문했던 외부 인사들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7.27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평양시내는 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평양 시내에 잔디가 지금 빈틈이 없다"며 "(김정은 1위원장) 집권 1년 동안 변화한 것을 보면 10년 변한 것만큼 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4년부터 운영되던 문수물놀이장을 '세계 1등급의 물놀이장'으로 개보수해 착공 9개월만인 지난 10월 15일 준공했으며, 앞으로 모란봉 기슭에 위치한 개선청년공원유희장과 릉라인민유원지, 문수물놀이장이 하나로 이어지게 돼 평양 한복판에 광대한 문화오락구역이 형성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은 평양시 교외의 넓은 부지에 과학자들을 위한 은하과학자거리를 조성하고 9월 11일 1천여 세대에 달하는 21개 호동의 다층살림집(아파트) 등을 준공해 '선군시대 주택지구 건설의 표준화, 본보기'라고 내세우고 이어서 10월 9일에는 평양의 룡흥네거리에 44층, 36층 규모의 쌍기둥 형태로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인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을 준공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 13일 "온 나라에 건설의 불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는 속에 전국 도처에 수만 세대의 현대적인 살림집들이 일떠섰"으며 "전국 각지에 수백 개의 공원, 유원지들이 꾸려져 조국산천이 아름답게 변모됐다"며 상보로 전한 바 있다.

이밖에 체육강국을 지향하는 북한에서 올 한해 체육시설의 건설도 이어졌다.

지난 6월 4일 '마식령속도' 창조를 호소하는 김 제1위원장의 호소문으로 관심을 끌었던 '마식령스키장'은 연내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며, 10월에는 평양시 교외의 미림지구에 종합적이고 현대적인 미림승마구락부가 62만 7천여㎡(약 19만평) 규모로 들어섰다.

지난 5월에는 20만여㎡의 부지면적을 가진 종합적인 체육봉사기지인 릉라인민체육공원과 축구선수 후비양성기지인 평양국제축구학교가 준공됐다.

북한 최대의 실내체육관인 평양체육관이 지난 10월 3일 종합체육관이자 대중 체육봉사기지로 개보수 됐으며, 청춘거리 체육촌과 양각도축구경기장이 개보수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