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품목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해 지원의 본래 취지에 맞는 것으로 할 생각이다."
북측이 지난 10일 적십자채널로 답신 통지문을 보내 '수해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이 되는 쪽으로 협의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류 장관은 "우리의 대북 정책이 수확의 계절인 이 가을에 작은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해지원 협의가 잘 진전돼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본은 북한과 원만히 협의해서 수해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수해 및 태풍피해에 대한 긴급구호 필요성, 품목이 이용 가능한지와 조달지원 가능한지 등의 차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난제는 북측이 10일 장재언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 통지문에서 적시한 '품목과 수량'이다.
지난해 8월초 남측은 생필품과 의약품 중심으로 수해지원을 제의했으며, 북측은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요청한 바 있다. 결국, 남측이 영유아용 영양식과 라면 등 50억원 규모의 수해지원을 최종 제의했으나 북이 수용하지 않았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품목과 수량 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간 협의를 통해서 정해질 것"이며 "현재 수해지원 위한 내부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서면교환을 통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남측은 대면접촉도 추진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거듭해서 '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해복구용 중장비는 핵실험 갱도 굴착에 쓰일 수 있는데다, 쌀은 군량미 전용가능성도 있고 1만톤 이상의 쌀지원은 인도지원이 아니다'는 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외유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해서 정리해줘야 할 문제로 보인다. 현재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14일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일부 당국자들이 수해지원이 가능한 여론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일부 언론에 요청하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조문 불허를 이유로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도 않겠다'던 북측이 남측의 제의 1주일 만에 일단 수용하는 태도로 나온데 대해, 정부는 '국면전환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해 피해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원도 필요하다는 측면도 약간 섞였다는 것이다.
북측이 반드시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 아니라서 품목.수량 협의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한 대북전문가도 "남측이 지난해처럼 빡빡하게 굴면 받지 않겠다는 선택적 수용"이라고 북측의 답신을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단 호응하고 나온 것은 수해피해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남측 제의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는 국제구호단체 JTS(이사장 법륜)의 밀가루 500t 대북수해지원 신청을 오늘자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JTS측은 물자를 북경지역인 단둥에 옮겼으며, 평안남도 안주와 성천 지역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밀가루 3,000t을 반출하려다 연기했던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측은 북측과의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