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남북 당국간 개성 접촉에서 북측이 통지문을 통해 개성공단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이유는 예상했던 대로 우리 정부의 6.15공동선언 부정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통일뉴스>가 독자적으로 확인한 북측 통지문은 앞머리에서 "지금 조선반도 정세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반공화국 대결책동과 모략소동으로 하여 일촉즉발의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특히 현 남측 당국은 우리의 평화적인 인공지구위성 발사를 악의에 차서 걸고 끌다 못해 국제적인 제재놀음에 앞장서서 날뛰고 있으며, 우리가 이미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명백히 밝힌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전면참가를 떠들며 북남관계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적시했다.

북측 통지문 전문을 입수한 <연합뉴스>도 “개성공단 사업에 성의를 다해온 것은 그것이 6.15 공동선언의 상징이며 ‘우리민족끼리’ 이념의 소중한 산물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남측 당국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까지 심히 중상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로선 부득불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측 통지문은 "우리가 군사적으로 예민한 분계연선의 개성공업지구를 철거 이설비도 안되는 헐값으로 남측에 내주고 우리 근로자들의 노임을 낮게 정하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준 것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우리민족끼리 화해하고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려는 애국애족의 일념에서 출발한 것이었다"고 적시해 6.15공동선언을 강조했다.

또한 통지문은 “현 남측 당국이 북남선언들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부정하고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북남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파탄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더욱이 남측 당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우리를 반대하는 노략 기지로 삼고 있는데 대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개성공업지구를 우리를 반대하는 노략 기지로 삼고 있는데 대해 유의’한다는 표현은 북측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사건과 연관지어 볼 수도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통지문은 “남측 당국의 무분별한 행위로 말미암아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의 상징으로 온 겨레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며 좋게 발전해온 개성공업지구사업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존재자체가 위태롭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또한 통지문에서 개성공단 특혜조치 전면 재검토의 또 다른 경제적 배경을 제시했다.

통지문은 “지금 남측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에서 한 해 수억 달러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 우리는 근 4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노동력의 대가로 3천만 달러(연간) 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 우리 만이 손해를 보면서 언제까지나 기존의 계약에 구속돼 있을 수 없으므로 땅값도 올리고 노동력 값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단은 1단계 하부구조 건설이 끝나고 여기에 100여개의 기업들이 들어와 가동하고 있으며 건설중에 있거나 건설을 예약한 기업들도 많은 조건에서 이제는 현실에 부합되게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됐다”고 북측의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은 대체로 북한 근로자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노동집약형 업체들로 북측은 그간 지속적으로 기술집약형 업체들의 입주를 희망해왔다. 더구나 남측이 약속한 근로자 기숙사 건설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북측 근로자를 개성공단에 보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통지문은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개성공업지구 사업만은 계속 유지되도록 온갖 노력을 다한 반면에 현 남측 당국은 우리의 진심에 대해 돈에 목이 매어 공업지구를 폐지 못하고 있는 듯이 왜곡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통지문은 또한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위기에 처한 개성공업지구사업을 구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의 표시”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북측의 입장은 일각에서 개성공단을 사실상 고사시켜 폐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과는 달리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다만 “남측이 이번 통지에 대해 또 다시 얼토당토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북측이 금주 중에라도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측 통지문 내용이 밝혀지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북측이 ‘폐쇄’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북측은 지난 21일 개성공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실에서 가진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성공업지구 사업과 관련한 기존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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