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미국 민주당 배럭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대선후보가 5일(한국시간)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현 정부에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과 결단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자간 협력체제 및 북한과의 직접 대화 등 외교적 '포용정책'을 내세운 '오바마 정부'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바마 당선이 전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며 "북미관계의 긴장,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고 6자회담 프로세스가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책실장도 "미 대선 결과는 부시의 일방주의의 참담한 실패를 반영한다"며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체제에서 호혜.평등한 관계 형성에 기초해서 9.19공동성명에 따른 동시행동의 원칙에 의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도 "미국 네오콘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성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북미 관계 개선은 상당부분 진전될 것이라고 본다. 또 6자회담, 다자안보, 한반도 평화체제 등이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북미관계의 개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낙관적인 전망을 펴냈지만, 남북 및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우려점을 짚어내면서 한국 정부의 '결단'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유영재 정책실장은 "(미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명박 정권이 기로에 서 있다. 대북적대정책을 계속 해야 할지, 국제정세 변화에 부응해 나갈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아닌가. 국제 정세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180도 전환해야 한다"고 '변화'의 시기임을 강조했다.

박정은 팀장은 "클린턴 정부 때 지한파들 외교관이 많았는데, 지금 바이든 부통령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한국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국 정부가 준비 안 됐다"며 "6자회담, 다자안보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또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는 상태에서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남북관계 역시 무언가 해야 한다는 내부의 압박이 있을 텐데, 이명박 정부가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지 세력의 집단적 의사에 반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며 "오히려 한국 내부에 반북우익 전문가 단체들이 더 많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북미관계가 나아지고, 한반도 평화를 얘기하게 되면 주한미군 문제가 나올 것이고, 감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텐데, 감축을 하게 될 경우 주둔비용에 대한 한국 측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아프간 파병 등 해외활동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환 집행위원장은 "(오바마 정부의 등장이)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큰 틀에서의 북미관계 측면에서 북한 인권 등 다른 문제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현 정부에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진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정세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양상, YS시절 양상인데, 현재 상태에서는 초기적인 재연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결단'을 강조하면서 "우선 6.15, 10.4선언에 대한 보다 분명한 언급, 대북지원,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민사회진영에 대해서도 "오바마 진영의 한반도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북핵 문제. 평화체제 등의 여론을 우리 민족의 이익에 유리하게 바꿔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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