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30번째 촛불문화제가 최대 인파 20만명이 결집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시청 앞 도로까지 1㎞가 넘는 태평로 일대를 20만여(주최측 추산) 시민들이 점령했다. 이는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이다.

6일 오후 6시55분, 서울시청 옆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30번째 촛불문화제 “될 때까지 모여라! 가자 6.10으로”에 이어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태평로 일대에는 촛불문화제가 시작하기 전부터 5일에 시작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에 돌입한 시민들을 비롯해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에서부터 등산을 마치고 온 어르신들까지 5만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촛불문화제 1시간 전부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시민들의 안전과 촛불문화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속하게 ‘자리정리’에 나섰다. 시청광장 외부를 둘러싸고 있던 경찰의 관광버스 차량 5대가 주최 측의 요청으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의 ‘자리정리’가 한결 수월해졌다.

▲ 주최측도 놀랄만큼의 인파가 몰려들어 자리정리를 진행하고서야 촛불문화제가 시작될 수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오후 8시 무렵, 참가한 시민들의 대열은 한국프레스센터를 넘어서 세종로 사거리까지 불어났고, 최대 20만여 명에 이르는 거대한 촛불물결이 태평로 일대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6일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예고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태평로 중간지점인 프레스센터 약간 못미치는 곳에 야광 서치라이트를 설치하고 마이크 차량을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현재 20만을 넘어 3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이는 광우병 문제를 넘어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30번째 촛불문화제는 이른바 ‘국민엠티’에 이은 ‘국민축제’로 거듭났다. ‘대전 시민 참가단’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는 중년 남성은 "대전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카이스트 대학생들과 함께 40여 명이 올라오게 되었다"면서 “촛불문화제가 국민적 지지와 호응 속에서 잘 치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의 ‘출석체크’에서 가장 많은 촛불을 든 것은 30대였다. 공휴일인 현충일인 데에다 평일에 참가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였다.

30대 직장인인 김 모씨는 “평일에는 마음이 있어도 자주 참여하지 못해 늘 미안했다”면서 “모처럼 쉬는 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는데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자유발언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한 주부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시민들의 자율발언대는 20만 명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진행됐다.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상기(44)씨는 7살 난 아들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섰다. 한 씨는 쉰 목소리로 “아들을 데려오는 2시간을 빼고 한숨도 자지 않고 계속 있었는데 피곤하지가 않다”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미친 쥐가 미친 소, 미친 교육, 미친 대운하, 미친 0교시, 미친 민영화 등 미친 짓만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쥐를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부자가 마지막에 보여준 애교스런(?) 몸짓은 참가한 시민들에게 많은 환호를 받았다. 한 씨가 “이명박”이라고 하자, 아들은 손가락을 한 쪽으로 꺾으며 “OUT"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이 크게 웃기도 했다.

또 ‘경상도 아지매’의 거침없는 입담 역시 시민들에게 인기였다.

김춘복(42) 주부는 억양이 거센 경상도 사투리로 “할 말 써 갖고 왔심더, 갑니다”라며 대통령에게 쓴 긴 장문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김 씨는 “니 혹시 뉴스 안 보나, 니 자존심도 없나”, “길거리에서 외국인 지나가면 부끄러버 고개를 못들겠데이”, “국민들 갖고 과학 실험하나, 니 과학 좋아하제?” 등 솔직한 화법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쏘아부쳤다.

김 씨는 “나와봐라, 맞짱 함 떠보자”면서 “맞짱하면 품위 없으니까 ‘나오세요’하면 나올래?”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어 여섯 글자가 말하고 내려가겠다고 한 ‘경상도 아지매’는 “명박아, 방 빼라!”고 외쳐 촛불문화제는 일순간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촛불문화제의 배후세력이라고 지목한 전교조의 정진화 위원장은 지난 24일, ‘전국교사대회’에서 모금한 1800만원 중 800만원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정 위원장은 “24시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미친 교육이 어디까지 가야하냐”면서 “억지로 하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선교사의 신분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모금액 나머지는 온 나라 대행진을 통해 교육의 현실을 알리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 쇠고기 수입 문제부터 시작해 정부의 모든 정책이 도마에 올라 촛불문화제는 '이명박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에 시민들은 집중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침해감시단 공동변호인단의 원민경 변호사는 지난 1일 새벽 경찰의 과잉 진압에 심하게 다친 서울대 음대 여학생이 쓴 자필편지를 차분하게 읽었다.

원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군홧발 학생’이라고 알려진 이 학생이 “경찰에게 심하게 머리가 차여 큰 부상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도 함께 겪고 있다”고 밝혔다.

원 변호사가 낭독한 자필편지에는 “직접 폭행한 전경을 사법처리한다고 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 “전경과 나를 가해자와 피해 당사자로 세워놓고 그 뒤에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진압명령자를 빼버리는 것은 나에 대한 2차 가해이다”고 적혀있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한 이후부터 시민들의 ‘촛불’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연신 “강기갑”을 외치며, 단식 9일 째인 강 의원을 환영했다.

강 의원은 “미 대사가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망언을 할 수 있냐”면서 “실천하는 양심, 촛불의 함성을 들어보라고 외치자”고 힘을 북돋았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면서 “지방으로 (촛불을) 옮겨가기 위해 지역으로 내려 가겠다”고 전국적인 촛불문화제 홍보에 앞장설 것을 20만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 보수단체가 차지했던 서울시청앞 광장도 발디딜 틈 없이 꽉찼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30번째 촛불문화제에는 손병휘, 안치환 등 대중가수들이 참여해 시민들의 촛불을 응원했다. 가수 안치환 씨는 직접 작사한 노래를 통해 ‘광우병’과 ‘민영화’, ‘대운하’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 양평에 온 성우 이병조(46)씨는 시민들이 “재협상을 실시하자”고 외칠 때마다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이래도 소통의 부재를 말하십니까”, “우리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의 멘트를 직접 낭송해 시민들과 함께 짧은 CF를 만들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20만여 시민들은 남대문으로 향하는 촛불대행진에 동참했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촛불대행진은 서울시내 곳곳을 행진하면서 시민대열에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킬 것이고, 청와대로 향할 것이다”고 밝혔다.

'72시간 릴레이 공동행동' 이틀째인 오늘 밤도 촛불은 밤새도록 타오를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방침과 청와대 비서진의 전원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이틀째를 맞은 '72시간 릴레이 공동행동'에 20만 인파가 호응함으로써 향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소녀들이 전경오빠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일부 10대, 20대 초반 여성 참가자들은 닭장차라고 불리는 전경버스의 철망에 사탕과 초콜릿을 꽂아두거나 직접 나서 꽃을 전달하고 있다.

자신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초콜릿과 사탕을 전경버스에 꽂고 있는 네티즌들은 “서로 힘들고 고생하는데 먹고 힘내라는 의미로 꽂아둔다”며 “마음이 있어도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전경들을 위로하고 또 사탕과 초콜릿을 먹으면 화도 덜 내고 덜 폭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대학교 4학년생인 김단우 씨는 아침 일찍 서울에 도착, 양재동에 가 자비로 흰장미 200송이를 구매해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에 나와 전경들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 전경버스 바리케이트 사이로 전경들에게 흰장미를 건네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그는 “80년대에도 광주에서 군인들에게 꽃을 건네며 폭력진압을 막았다고 들었다”며 “현충일을 맞아 애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흰장미를 전한다면서 평화적으로 오늘 집회를 끝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꽃을 나눠주는 이들이 있었는데 꽃을 주면 밟아버린다고 얘기를 들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직접 줘보니 꽃을 받은 전경들이 의외로 수줍어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고.

흰장미가 존경, 감사, 희망의 꽃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는 김 씨는 “국민들에게 아직도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평화롭게 꽃을 건네는 문화가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경버스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전경들을 향해 환호성을 보내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전경들은 몰래 화답의 인사를 전하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유모차부대 대열 정비

▲ 촛불집회의 새로운 상징 유모차 부대.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그동안 유모차를 몰고 삼삼오오 모이던 아줌마 아저씨 부대들이 깃발아래 모였다.
유모차부대는 3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했으나 그동안 깃발이 없어 함께 모이기 어려웠다는 반응에 이날은 깃발을 가지고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다음까페 유모차부대는 2주전 만들어졌는데 벌써 700여명의 회원이 모이고 이날 행사에만 300여명의 회원 50여대의 유모차가 집결했다. 깃발을 보고 계속 유모차들이 집결중이다.

이들은 아고라 등 네티즌들과 함께 유모차를 이끌고 함께 행진에 참가해 행사 참가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회원은 “아이가 면역력이 약하고 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다”며 “다 우리 아이의 일이라는 생각에 모이게 됐다”고 밝혔다.

○ 미술인도 시청으로

▲ 서울시청 앞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미술인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서울시청 건물 앞에는 미대생을 비롯, 미술인 2인이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거리에서 직접 그림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벽에 붙여놔 지나던 행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거리를 지나던 이들은 작품이 쉽고 재미있다며 사진을 찍고 있다.

폭력동영상을 보고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는 이들은 “미술인으로 실천하고 싶어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만난 사이로 이틀 전부터 비가 오지 않을 때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들은 이날 하루 ‘쥐새끼’ 이명박과 광우병 소가 조우하는 ‘천지창조’, ‘전경과 우리는 한민족 서로 싸우지 맙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작품 등을 완성했다.

▲ 수난당하는 '명바기'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시청 광장 앞에는 이명박을 형상화한 그림이 바닥에 그려져 있다.

행사 참가자들은 잘 그렸다 감탄을 하면서도 통쾌한 듯 얼굴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 어디까지 기발할 수 있는가?

▲ 촛불집회에는 기발한 구호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대생들이 자신이 적은 구호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70, 80년대에는 불조심, 혼분식 장려 등 수도 없이 많은 각종 포스터와 표어를 제출하라는 숙제가 많았다. 당시 학교에선 표어하면 10자 내외로 간결하게 만들라는 주입식 교육이 있었다. 이런 기성세대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창의적인 구호가 얼마나 기발한지 감탄에 감탄을 마지않고 있다.

‘100일 넘었다. 헤어지자 커플링도 필요없다’ ‘우리집은 양초공장, 나도 배후세력’-개념찬 언니들. ‘우리집 고양이가 배고프대’ ‘소도 쥐도 다 미쳤다’ ‘똥으로 색칠하기 싫다-미대생’ ‘야 쫌 횽아 일좀 하자-전국백수연합’ ‘고양이 푼자 조심해라’ ‘쥐새끼는 시궁창으로’ ‘난 이정권 반댈세’ ‘쥐새끼는 잡아야 제 맛’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쫌!’ 등.

참신한 아이디어에 다시 한 번 놀라며 도대체 우리 네티즌들의 구호가 어디까지 기발할 수 있을 지 궁금할 따름.

한편 인권단체연석회의 측은 “일부 참가자들이 이명박 병신 울라송을 부르기도 하는데 병신은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말로 같이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AIDS보다도 더 나쁜 광우병이라는 말도 AIDS는 단지 병의 하나인데 AIDS에 걸린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관광버스 대절한 성동경찰서 야유회

▲ 관광버스로 야유회 나온 성동경찰서?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서울시내 모든 전경버스가 시청으로 집결한 가운데 성동경찰서가 고속버스를 대절해 광화문으로 야유회(?)를 나왔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보물 제2호 보신각종을 비롯, 사적 124호 덕수궁, 세종로의 이순신동상, 이명박 대통령의 야심작 청계천, 최고의 보수언론 조선일보, 동아일보 건물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라 야유회 장소로는 제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TV보다 재밌다는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촛불집회 현장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청와대를 사수하려는 경찰들의 노력에 광화문 사거리는 물론 주변의 작은 샛길들까지 이중 삼중으로 전경버스 바리케이트를 치는 바람에 버스가 모자라 대절버스까지 동원해 길을 막고 있는 것.

이의 일환으로 성동경찰서가 부른 관광버스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전경버스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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