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시작된 촛불이 거대한 파도로 변해 청와대를 덮치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공간과 청계광장 안에서만 일렁이는 잔물결이더니, 서울광장에서 거리로 흘러넘치면서 거대한 물결이 되어 버렸다. 촛불이 촛불을 불러모아 점점이 아름답던 불꽃들은 서울 거리를 물길 삼아 흐르면서 용솟음치며 커지는 파도가 되어 버렸다. 1천이 5천이 되고, 1만이 되고 5만이 되더니 어느 덧 10만을 넘어, 6일 현재 20만에 도달해 버렸다.

'고시철회 협상무효'에 국한됐던 구호도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함성으로 한층 수위가 올랐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즐겁다'는 것이다. 연인과 가족과 또래집단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와 노래, 놀이판을 펼치고 거리 곳곳에 작은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진 광화문 일대의 광경은 '저항이면서 축제'라는 이 거대한 행사 참가자 자신들의 '이름 붙이기'와도 잘 맞는다.

거리의 정치이자 길거리 축제인 셈이다. 저항과 축제의 공통점은 '해방'을 지향하는 것이다. 저항은 외적 구속으로부터, 축제는 내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또 이 '저항이자 축제'의 참가자가 해방을 만끽하려면 그 행사가 성공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저항과 축제가 즐거울 리 없다.

그래서일까? 2008년 6월 6일 밤 거리에 선 평범한 시민들의 밝은 얼굴, 경쾌한 음성에서 '승리'를 확인하고 예감하게 된다.

6일 밤 11시40분 현재, 광화문과 안국동 일대에는 몰아치는 촛불과 차벽을 앞세운 경찰간 몸싸움, 기싸움이 한창이다. 촛불의 파도는 때로 크게, 때로는 작게 방파제(경찰 저지선)를 향해 달려간다. 방파제 너머에는 청와대가 있고, 그곳에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이라는 촛불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파도로는 경찰의 '방파제'를 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은 오늘로 끝이 아니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의 이틀이 겨우 지났을 뿐이다. 평일에 비해 몇 배의 인원이 모이는 주말이 기다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던 '6월항쟁' 21주년이 다가온다.

머지않아 100만 촛불이 해일이 되어 몰아쳐간다면, 경찰은 과연 그 파고를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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