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금지선 넘어 협상 의도적 방해

“이것은 좀 심하다.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었다... 칼릴 알하이야라는 협상책임자를 암살했기 때문에 이것은 협상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 마음대로 안 되니까 이제 무력을 썼다고 봐야 될 것 같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10일 전화취재에 응한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교수는 이스라엘이 9일 하마스 협상단 지도부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를 폭격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했고,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2년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카타르 공격은 처음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니아 연구교수는 이스라엘이 9일 하마스 협상단 지도부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를 폭격한 것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 강연 모습. [사진 - 조천현]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교수는 이스라엘이 9일 하마스 협상단 지도부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를 폭격한 것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 강연 모습. [사진 - 조천현]

성일광 교수는 “카타르가 중재도 하고 있지만 미국의 우방국이고 이스라엘하고도 관계가 나쁜 국가도 아니다”며 “카타르 주권을 무시한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고 모욕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카타르를 공격한 게 그냥 카타르 하나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걸프 국가들에 대한 정도를 넘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과 아랍연맹(AL)도 규탄 성명을 냈다.

우리 정부는 10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동 공격으로 역내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중동 평화를 위한 카타르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조속한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10일 성명을 발표, “반복적으로 전쟁 범죄를 자행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고 “이스라엘의 이러한 통제 불능한 무모함에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며 “팔레스타인 영토를 영구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절멸시켜 지도상에서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불법 행위의 일환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이스라엘 대한 포괄적 무기금수조치 결의안을 발의하고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즉각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인정 입장을 표명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 무기금수조치 취하고, 대이스라엘 독자 제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어 협상중인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 카타르를 공습한데 대해 성 교수는 “최근에 나온 소식은 하마스는 60일짜리 휴전에 이미 동의를 했는데, 인질이 계속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질 부분 석방’ 협상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략을 바꿨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것을 인정해 줬다”고 설명했다.

중동지역의 ‘군사강국’으로 부상한 이스라엘이 ‘팍스 헤브라이카(Pax Hebraica)’를 추구하고 있다는 <르 몽드> 칼럼리스트 질 패리스(Gilles Paris)의 개념화에 동의한 것. ‘팍스 헤브라이카’는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티시’, ‘팍스 아메리카나’와 궤를 같이하는 개념으로, 중동지역에 한정시킨 것만 차이점이다.

달라진 중동, 달라진 이스라엘의 지위

성일광 교수는 지난 7월 8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전과 다른 중동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성일광 교수는 지난 7월 8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전과 다른 중동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성일광 교수는 이미 지난 7월 8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전과 다른 중동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강연하며, 달라진 중동, 달라진 이스라엘의 지위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성 교수는 강연에서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전격 공습한 데 대해 “이란까지 이스라엘이 무너뜨렸기 때문에 이스라엘만큼 군사 강국이 또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제 사실상 튀르키에를 제외하고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건드릴 국가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 이후 ‘달라진 중동’을 △이스라엘 군사강국 △힘 빠진 이란 △트럼프 이스라엘-이란 전쟁 참전 등으로 꼽았다.

그는 먼저, “지금 이스라엘 안보 전략이 완전히 변했다”며 “2023년 10월 7일 이후부터 이스라엘은 영토가 주위에 있는 국가들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없애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가자 인근 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 마을을 공격해 이스라엘 주민 1,200여 명이 사망한 것이 계기였다는 것.

더구나 “지금 사실은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지만 레바논, 시리아도 지금 매일 작전하고 있다”며 “작전이 완전히 바뀌었다. 옛날에 이러지 못했다”고 말하고 “이제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 그게 지금 바뀐 중동이다”고 규정했다.

과거에는 이스라엘이 반격을 두려워해 주변 아랍국가들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 안보위협 세력으로 가장 가까운 쪽에 하마스부터, 시리아, 헤즈볼라, 레바논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리아도 친서방 정권으로 바뀌었고, 레바논도 미국이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시키면 경제 지원을 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그는 특히 ‘힘 빠진 이란’에 주목했다. 이란의 ‘대리 조직’이랄 수 있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등이 모두 무너졌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헤즈볼라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없을 만큼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무너뜨린 것을 비롯해 “과거 이란의 ‘저항의 축’이 거의 다 지금 무너졌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이란의 방공망이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란은 1979년부터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 이후로부터 새로운 전투기를 거의 서방서 산 게 없다”고. 또한 “이스라엘은 작년에 이미 길을 닦아놨다. 10월달에 방공막을 다 부셨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아무것도 도와준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방공망이 파괴됐지만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러시아가 도움을 주지 않아 이스라엘이 마음놓고 이란을 폭격했고, 이 틈을 타 미국도 이례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직접 폭격한 것이라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한 행동은 용서받을 수가 없다”

이란의 저항연대(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이라크, 에멘)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이전과 다른 상황이다. [자료 제공 - 성일광 교수]
이란의 저항연대(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이라크, 에멘)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이전과 다른 상황이다. [자료 제공 - 성일광 교수]

물론, 이란도 미사일과 핵개발에 힘을 쏟았다. “이란의 미사일 역량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이며, “이란이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은 것은 핵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제적 압박 속에 이란은 지난 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성 교수는 달라진 이스라엘의 안보전략을 △전통적 억지 전략에서 공세적 예방 억지, △선제공격, △조기 경보 전략 강화, △여러 전선에서 동시 다발 전쟁 수행 능력 강화, △역내 영향력과 헤게모니 강화(레바논, 시리아), △장기전 대비, △자력과 동맹 의존 균형으로 요약했다.

성 교수는 “이스라엘이 죽인 민간인 숫자는 너무 많다”며 “이스라엘이 아무리 본인들이 피해자라고 얘기를 해도 피해자가 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한 행동은 용서받을 수가 없다”고 비판하고 “이스라엘은 절대적으로 강자, 모든 면에서 강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스라엘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 죄를 조금이라도 용서를 받으려면 빨리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주고 ‘두 국가’ 해법안으로 가야 된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란 승리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그는 “이스라엘이 지금 뭐 거의 경제가 폭망했다. 이스라엘 이제 망한다. 일주일만 더 했으면 이스라엘이 아작이 났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중심을 잡아서 딱 객관적인 상식선에서 보면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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