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벗겨 「삶」을 잇는다...

 

〇... 산 에는 나무가 없다. 마구 베어내는 「파괴」의 힘 앞에 쥐꼬리만한 조림사업이 무색할 노릇이다.

〇... 무실방면으로부터 해일아름드리 통나무가 십여 트럭씩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에 비하면 반입량은 절반도 못 된다는 현장감독의 말이다.

〇... 이른 새벽부터 나무껍질을 벗기기 위해 아낙네들이 모여든다. 삶의 방도가 막연해진 아낙네들은 나무껍질이라도 벗겨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〇... 한사람이 삼십환을 내면 힘자라는 대로 벗겨갈 수 있다. 돈 몇 십환도 대견하지만 「몇 십리 둘레 산에는 나무가 없다」는 육십이 넘은 어느 노파의 푸념 - 「낫」을 움직이는 손등에는 모진 세파를 아로 새긴 듯 귀열이 자욱하다.

 
(글⋅사진=영동역서 이상원 기자 발)

거울

거울 [민족일보 이미지]
거울 [민족일보 이미지]

거울


껍질을 벗겨 「삶」을 잇는다...

 

〇... 山 에는 나무가 없다. 마구 베어내는 「破壞」의 힘 앞에 쥐꼬리만 한 造林事業이 無色할 노릇이다.

〇... 茂失方面으로부터 海日아름드리 통나무가 十餘트럭씩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昨年에 比하면 搬入量은 折半도 못된다는 現場監督의 말이다.

〇... 이른 새벽부터 나무껍질을 벗기기 爲해 아낙네들이 모여든다. 삶의 方途가 漠然해진 아낙네들은 나무껍질이라도 벗겨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〇... 한사람이 三十圜을 내면 힘자라는 대로 벗겨갈 수 있다. 돈 몇 十圜도 대견하지만 「몇 十里 둘레 山에는 나무가 없다」는 六十이 넘은 어느 老婆의 푸념 - 「낫」을 움직이는 손등에는 모진 世波를 아로 새긴 듯 龜裂이 자욱하다.


(글⋅寫眞=永同驛서 李相원 記者 發)

[민족일보] 1961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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