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6)

교통지옥

 
다시없는 지상저승

기력없는 행정을 본 떠

 
걷자니 흙탕 튀겨 짜증

차타자니 짐짝 신세

 

〇...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지만 교통사정은 저승처럼 괴롭다.

5백여 명의 교통순경이 길에 깔려서 눈을 부릅뜨고 있으나 도통 나아질 줄을 모른다.

혁명후 질서는 더 엉망이어서 하루 평균 즉결재판부에 회부되는 수만 3백건, 많은 날에는 7백 건으로 상승한다.

기력 없는 이 세상 바람을 타고 운전사들도 점점 고약해져만 가고 있다. 순경이 정차명령을 내려도 그대로 내빼기가 예사이고 걸리면 돈을 던져주면 그만이라는 배짱들이다.

교통위반 때에 던지는 액면은 혁명전의 두세 곱절로 올랐다고 어느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공공연히 소리쳤다.

「물가가 오르는데 그거라고 안 오를 수가 없잖아요? 망할 놈의 세상...」 그는 뇌까렸다.

 

〇... 시내에는 「버스」 6백 대가 움직이고 있다. 그밖에 천여 대의 합승차, 근 2천 대의 일반택시, 70대의 시외합승, 2천여 대의 화물자동차, 그밖에 자가용, 군용차, 관용차가 서로 얽혀서 좁은 길을 법석대고 있다. 게다가 길 복판을 뚫고 달리는 175대의 전차 -

소음과 먼지 구덩이 속에 저마다 앞지르려고 야단들이다. 사람을 깔고 ?물을 ?기록해서 행인은 사람이하의 괄시를 받고 「버스」나 합승은 사람들을 짐짝처럼 실어도 어떤 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예사다.

지구위에서 이처럼 난장판인 교통지옥을 이루는 나라는 없다고 들린다.

비단 차가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면적에 비해 이보다 차가 많은 나라는 얼마든지 있어도 질서는 질서대로 지킨다.

그러나 이 나라는 썩은 독재치하 때보다 더 교통사정은 문란해져가고만 있다.

서울시가 집계한 차량 수는 자유당 때와 지금이 똑같다. 단 한대의 차이도 없다. 하지만 그때보다 사정은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

- 행정의 무능과 병행해서...

 

<△ 사진=도로시장(도로시장)을 이룬 속을 뚫고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아현동 마루턱에서)>

세상 (6)

세상 (6) [민족일보 이미지]
세상 (6) [민족일보 이미지]

世上 (6)

交通地獄

 

다시없는 地上저승

氣力없는 行政을 본 떠


걷자니 흙탕 튀겨 짜증

車타자니 짐짝 身勢

 

〇...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지만 교통사정은 저승처럼 괴롭다.

五백여명의 교통순경이 길에 깔려서 눈을 부릅뜨고 있으나 도통 나아질 줄을 모른다.

혁명 후 질서는 더 엉망이어서 하루 평균 즉결재판부에 회부되는 수만 三백건, 많은 날에는 七백건으로 상승한다.

기력 없는 이 세상 바람을 타고 운전사들도 점점 고약해져만 가고 있다. 순경이 정차명령을 내려도 그대로 내빼기가 예사이고 걸리면 돈을 던져주면 그만이라는 배짱들이다.

교통위반 때에 던지는 액면은 혁명전의 두세 곱절로 올랐다고 어느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공공연히 소리쳤다.

「물가가 오르는데 그거라고 안 오를 수가 없잖아요? 망할 놈의 세상...」 그는 뇌까렿다.

 

〇... 시내에는 「버스」 六백대가 움직이고 있다. 그밖에 一천여대의 합승차, 근 二천대의 일반택시, 七십대의 시외합승, 二천여대의 화물자동차, 그밖에 자가용, 군용차, 관용차가 서로 얽혀서 좁은 길을 법석대고 있다. 게다가 길 복판을 뚫고 달리는 一백七십五대의 전차 -

소음과 먼지 구덩이 속에 저마다 앞지르려고 야단들이다. 사람을 깔고 ?물을 ?기록해서 행인은 사람이하의 괄시를 받고 「버스」나 합승은 사람들을 짐짝처럼 실어도 어떤 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예사다.

지구위에서 이처럼 난장판인 교통지옥을 이루는 나라는 없다고 들린다.

비단 차가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면적에 비해 이보다 차가 많은 나라는 얼마든지 있어도 질서는 질서대로 지킨다.

그러나 이 나라는 썩은 독재치하 때보다 더 교통사정은 문란해져가고만 있다.

서울시가 집계한 차량 수는 자유당 때와 지금이 똑같다. 단 한대의 차이도 없다. 하지만 그때보다 사정은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

 - 행정의 무능과 병행해서...

 

<△ 사진=도로시장(道路市長)을 이룬 속을 뚫고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阿峴洞 마루턱에서)>

[민족일보] 1961년 5월 10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