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5)

시들은 건설「붐」

 

자금 없이 손도 못 대

혁명전엔 한 해 만여 호 지었건만

건축의 망치 멈춘 지 오래

 

〇... 「외국 사람 보는 눈에 야만한 나라로 비칠 것이니...」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간선도로의 눈에 비치는 곳만은 「문명된 나라로 부끄럽지 않은 현대식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곧잘 서둘러 댔다. 이(이승만)씨의 이러한 담화 한마디로 서울시내만도 수많은 곳에 이른바 「문명된 건물」들이 세워졌다. 사변으로 쑥밭이 된 서울거리와 그밖에도 여러 도시의 폐허는 이렇게 하여 요란한 망치소리가 울렸다.


〇... 털어 놓고 이야기가 4.19전에 제법 그럴듯한 규모로 집을 짓던 것은 이(이)정권의 사랑을 겉으로나 그늘에서 적지 않게 받는 사람만 이었다. 그들에게만 자금이 돌았던 것이고 그들에게만 관헌의 그 복잡한 「허가」 수속들이 까다롭게 굴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4.19통에 무사할리는 없었다. 수많은 건축공사장에 4.19와 더불어 가마니 조각을 덮어 버린 것은 이런 곡절 때문이 아닐까


〇... 92년(단기 4292년) 한해만도 신축⋅개축⋅증축⋅대수선까지 통틀어 전국에서 1만1천7백2십9동의 건물이 새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93년엔 그 보다 2천7백동 가량 준 9천6호가 겨우 새롭게 등장했을 뿐이다. 이것은 당국의 「건축허가」상황에 나타난 실태다.


〇... 혁명 있은 지 어느덧 일 년 - 이제는 더 기운차게 실속 있는 살림을 꾸밀 때가 왔다. 4.19이후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미처 꾸며지지 않고 있는 건물들에 다시금 줄기찬 활소(활소)를 불어 넣을 때도 오지 않았는가. 멎었던 망치 소리도 다시 한 번 누리에 울려야 한다. 그러나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는 힘이 없는 가난한 시민들은 비바람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집을 아무렇게나 짓기 때문에 무허가 판잣집만 늘어가고 있다.


〇... 혁명이 몰고 온 선물이, 제이공화국의 자랑이 거리의 「빌딩」을 줄이거나 건축 작업장의 마치 소리를 멈추게 하는 것일 수는 없다. 건축가 김(김시정)씨는 이러한 현상이 4.19후의 더욱 쪼들어든 백성의 살림살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금이 말라붙었다는 것이다. 말라붙고 졸아붙은 백성의 살림을 펴줄 사람 - 그것은 혁명으로 꽃상을 차려 받은 사람에게 지워진 책임이 아닐까!

 

△ 사진=공사를 중단한 채 팽개쳐 둔 집(상)과 변두리에 늘어가는 판잣집들

세상 (5)/ 시들은 건설「붐」

세상 (5)/ 시들은 건설「붐」 [민족일보 이미지]
세상 (5)/ 시들은 건설「붐」 [민족일보 이미지]

世上 (5)

시들은 建設「붐」

 

資金없이 손도 못대

革命前엔 한 해 萬餘戶지었건만

建築의 망치 멈춘 지 오래

 

〇... 「외국 사람 보는 눈에 야만한 나라로 비칠 것이니...」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간선도로의 눈에 비치는 곳만은 「문명된 나라로 부끄럽지 않은 현대식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곧잘 서둘러 댔다. 이(李承晩)씨의 이러한 담화 한마디로 서울시내만도 수많은 곳에 이른바 「문명된 건물」들이 세워졌다.

사변으로 쑥밭이 된 서울거리와 그밖에도 여러 도시의 폐허는 이렇게 하여 요란한 망치소리가 울렸다.


〇... 털어 놓고 이야기가 四⋅一九전에 제법 그럴듯한 규모로 집을 짓던 것은 이(李)정권의 사랑을 겉으로나 그늘에서 적지 않게 받는 사람만 이었다.

그들에게만 자금이 돌았던 것이고 그들에게만 관헌의 그 복잡한 「허가」 수속들이 까다롭게 굴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四⋅一九통에 무사할리는 없었다. 수많은 건축공사장에 四⋅一九와 더불어 가마니 조각을 덮어 버린 것은 이런 곡절 때문이 아닐까


〇... 九二년 한해만도 신축⋅개축⋅증축⋅대수선까지 통틀어 전국에서 一만一천七백二십九동의 건물이 새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九三년엔 그 보다 二천七백동 가량 준 九천六호가 겨우 새롭게 등장했을 뿐이다. 이것은 당국의 「건축허가」상황에 나타난 실태다.

 
〇... 혁명 있은 지 어느덧 一년 - 이제는 더 기운차게 실속 있는 살림을 꾸밀 때가 왔다. 四⋅一九이후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미처 꾸며지지 않고 있는 건물들에 다시금 줄기찬 활소(活素)를 불어 넣을 때도 오지 않았는가. 멎었던 망치 소리도 다시 한 번 누리에 울려야 한다. 그러나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는 힘이 없는 가난한 시민들은 비바람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집을 아무렇게나 짓기 때문에 무허가 판잣집만 늘어가고 있다.

 
〇... 혁명이 몰고 온 선물이, 제二공화국의 자랑이 거리의 「빌딩」을 줄이거나 건축 작업장의 마치 소리를 멈추게 하는 것일 수는 없다. 건축가 김(金時鼎)씨는 이러한 현상이 四⋅一九후의 더욱 쪼들어든 백성의 살림살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금이 말라붙었다는 것이다. 말라붙고 졸아붙은 백성의 살림을 펴줄 사람 - 그것은 혁명으로 꽃상을 차려 받은 사람에게 지워진 책임이 아닐까!

 
△ 사진=공사를 중단한 채 팽개쳐 둔 집(上)과 변두리에 늘어가는 판잣집들

[민족일보] 1961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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