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정치경제대표들의 통일의 빈번한 내왕과 우리의 의혹

=미국중심의 정치⋅군사⋅경제「블럭」화 공작의 일환이다.=

 

국민일반의 회의적인 눈초리도 아랑곳없이 한⋅일간 협상기운은 급각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관계대표자들의 내왕⋅접촉 또한 빈번하여지고 있다. 지난 6일 내한한 일본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방한사절단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경제계 중진들로 망라된 일본경제사절단 약 20명 일행이 금월 중으로 내한하리라고 한다. 이들 일본사절단들이 단순한 시찰이나 관광을 목적 삼아 입국한 것 아님은 동 사절단들의 내한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라든가 한⋅일관계 대변인들의 언동으로 미루어 보아도 명백하다.

일본국회의원들과 동행하여 온 일본외무성 이관국장은 말하기를 「한⋅일국교정상화 이전이라도 양국가경제협조는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하였으며 일본 민간자본의 도입을 위하여 양국의 관계법규를 조정할 필요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불원 내한하게 될 일본경제사절단으로 말하자면 지난번 내한예정이었으나 국내일반여론의 반대기세에 눌려 부득이 내한을 중지 않을 수 없었던 바 있었는데, 이제 일본국회의원들의 「무저항적」인 입국성공에 따라 이들 역시 아무런 반대여론에 부딪힘이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지적한 바대로 일본 대표단들의 내한에 대하여 반대도 않으며 그렇다고 환영할 수도 없음을 밝힌바 있다.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비록 그들이 한⋅일 친선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위인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실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서 해로울 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승만은 국민의 대일적개감정을 이용해서 유독 일본에 대하여서만 쇄국정책을 써왔었으나, 결과적으로 일본의 대한인식을 그르치게만 하였을 뿐 한국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만 하였다.

그러므로 일본의 대한인식을 바로 잡기 위하여서도 일본의 지도층들이 많이 내한하여서 한국민의 대일감정의 기본요소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직접 체득함과 아울러 앞으로 어떠한 기초위에서 한⋅일 국교정상화가 모색되어야 하겠는가를 명간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위호하리라는 생각으로 해서 일본대표들의 내한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반면 우리로서 「환영」을 보유하는 이유는 단순치 않다. 한⋅일관계당국자들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르러 갑자기 활발하여진 한⋅일간 협상⋅접촉의 이면에는 미국이 중개자적 위치에서 시종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더욱이 미국의 한⋅일관계 긴밀화를 위한 「거중조정」노력의 배경에는 한⋅일 친선 그것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일 및 동북아 제국들과의 정치, 군사, 경제 「블럭」화 공작이 숨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은 일찍이 미국의 동서냉전에 대비하는 정⋅전략의 일환으로서 일본으로 하여금 「아세아의 공장으로 키우는 동시에 미국권익을 지키는 헌병」으로 만들겠다는 미국고등정책의 기본구상 속에서 안출되어 나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거액에 달하는 대한차관재원이 기실은 대미채무 가운데 일부를 전환시킨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의 대한원조부담의 일부를 거들고 경제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 까지는 용혹무괴라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거의 자동적으로 파생될 것이 예상되는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해서 한국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노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자는 없다. 혹자는 말하기를 오늘날 선진자본제국의 후진국에 대한 경제적 진출은 왕시의 그것과는 달리 식민주의도 아니오. 따라서 내정간섭이나 주권침해의 우려는 수반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중남미제국이나 아아 중근동제국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 자립이 없는 고장에 진정한 정치적 자립이 없다는 산 교훈 그대로 아무리 「선의」의 경제협조로써 시작되었다하더라도 차관이나 민간자본도입에는 주는 측과 받는 측에 대차관계가 생기게 되고 나아가서는 채권국과 채무국으로서의 주종적 관계가 생기게 되므로 종국적으로는 식민주의와 비교해서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본대표단들의 빈번한 내왕, 접촉 뒤에는 우리 경제의 예속을 심화시키기 위한 불길한 그림자가 붙어 다니는 것 같아서 불안과 의혹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사설/ 일본의 정치경제대표들의 통일의 빈번한 내왕과 우리의 의혹

사설/ 일본의 정치경제대표들의 통일의 빈번한 내왕과 우리의 의혹 [민족일보 이미지]
사설/ 일본의 정치경제대표들의 통일의 빈번한 내왕과 우리의 의혹 [민족일보 이미지]

社說

 

日本의 政治經濟代表들의 統一의 頻繁한 來往과 우리의 疑惑

=美國中心의 政治⋅軍事⋅經濟「블럭」化 工作의 一環이다.=

 


國民一般의 懷疑的인 눈초리도 아랑곳없이 韓⋅日間 協商氣運은 急角度로 進展을 보이고 있으며, 關係代表者들의 來往⋅接觸 또한 頻繁하여지고 있다. 지난 六日 來韓한 日本國會議員들로 構成된 訪韓使節團에 이어 이번에는 日本經濟界 重鎭들로 網羅된 日本經濟使節團 約二十名 一行이 今月中으로 來韓하리라고 한다.

이들 日本使節團들이 單純한 視察이나 觀光을 目的 삼아 入國한것 아님은 同 使節團들의 來韓에 이르기까지의 經緯라든가 韓⋅日關係 代辯人들의 言動으로 미루어 보아도 明白하다.

日本國會議員들과 同行하여 온 日本外務省 伊關局長은 말하기를 「韓⋅日國交正常化 以前이라도 兩國家經濟協調는 充分히 可能하다」라고 하였으며 日本 民間資本의 導入을 위하여 兩國의 關係法規를 調整할 必要性까지 示唆하고 있다.

不遠來韓하게될 日本經濟使節團으로 말하자면 지난번 來韓豫定이었으나 國內一般輿論의 反對氣勢에 눌려 不得己 來韓을 中止않을 수 없었던 바 있었는데, 이제 日本國會議員들의 「無抵抗的」인 入國成功에 따라 이들 역시 아무런 反對輿論에 부딪힘이 없이 入國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指摘한 바대로 日本 代表團들의 來韓에 對하여 反對도 않으며 그렇다고 歡迎할 수도 없음을 밝힌바 있다. 反對하지 않는 理由는 비록 그들이 韓⋅日 親善을 眞正으로 바라고 있는 爲人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實情을 있는 그대로 보여서 害로울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過去 李承晩은 國民의 對日敵愾感情을 利用해서 惟獨 日本에 對하여서만 鎖國政策을 써왔었으나, 結果的으로 日本의 對韓認識을 그르치게만 하였을 뿐 韓國을 國際的으로 더욱 孤立시키기만 하였다. 

그러므로 日本의 對韓認識을 바로 잡기 위하여서도 日本의 指導層들이 많이 來韓하여서 韓國民의 對日感情의 基本要素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直接體得함과 아울러 앞으로 어떠한 基礎위에서 韓⋅日 國交正常化가 摸索되어야 하겠는가를 銘肝하는 機會를 가져보는 것이 爲好하리라는 생각으로 해서 日本代表들의 來韓을 拒否할 必要는 없다고 본다.

반면 우리로서 「歡迎」을 保留하는 理由는 單純치 않다. 韓⋅日關係當局者들의 公式的인 否認에도 不拘하고 最近에 이르러 갑자기 活潑하여진 韓⋅日間 協商⋅接觸의 裏面에는 美國이 仲介者的 位置에서 始終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는 事實을 잊을 수 없다. 더욱이 美國의 韓⋅日關係緊密化를 위한 「居中調停」努力의 背景에는 韓⋅日親善 그것보다는 美國을 中心으로 한 韓⋅日 및 東北亞 諸國들과의 政治, 軍事, 經濟 「블럭」化 工作이 숨어 있음을 看過할 수 없다.

이것은 일찍이 美國의 東西冷戰에 對備하는 政⋅戰略의 一環으로서 日本으로 하여금 「亞細亞의 工場으로 키우는 同時에 美國權益을 지키는 憲兵」으로 만들겠다는 美國高等政策의 基本構想 속에서 案出되어 나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日本의 巨額에 達하는 對韓借款財源이 其實은 對美債務가운데 一部를 轉換시킨 것이라는 事實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日本은 美國의 對韓援助負擔의 一部를 거들고 經濟的으로 韓國에 進出하는 것 까지는 容或無怪라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거의 自動的으로 派生될 것이 豫想되는 政治的 影響力을 바탕으로 해서 韓國에 對한 支配力 强化를 노리지 않으리라고 壯談할 者는 없다.

或者는 말하기를 오늘날 先進資本諸國의 後進國에 對한 經濟的 進出은 往時의 그것과는 달리 植民主義도 아니오. 따라서 內政干涉이나 主權侵害의 憂慮는 隨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中南美諸國이나 亞阿 中近東諸國에서 볼 수 있듯이 經濟的 自立이 없는 고장에 眞正한 政治的 自立이 없다는 산 敎訓 그대로 아무리 「善意」의 經濟協調로써 시작되었다하더라도 借款이나 民間資本導入에는 주는 側과 받는 側에 貸借關係가 생기게 되고 나아가서는 債權國과 債務國으로서의 主從的 關係가 생기게 되므로 終局的으로는 植民主義와 比較해서 本質的으로 다를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觀點에서 볼 때 日本代表團들의 頻繁한 來往, 接觸뒤에는 우리 經濟의 隸屬을 深化시키기 위한 不吉한 그림자가 붙어 다니는 것 같아서 不安과 疑惑을 아니 느낄 수 없다.

[민족일보] 1961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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