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2)/ 기아(棄兒)

 

싸늘한 세파(世波)에 버려진 싹들

금년(今年)들어 252명

그 설움 그 안타까움

 

 

〇... 5일은 어린이날 - 「가정과 사회의 참된 애정으로 키워야 한다」는 어린이 헌장이 무색하게 서울 거리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기아 수는 금년 들어 253명, 하루 평균 두 명 꼴이 넘는 아기들이 부잣집 문간이나 공중변소에 내동당이쳐졌다. 그들의 어버이는 왜 자기의 피를 나눈 귀여운 생명을 따뜻한 품속에서 키우지 못하고 싸늘한 세파 속에 내던져 버리는 것일까!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이 사회의 슬픈 생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창녀(娼女)는 바람이 나서 알뜰한 「처녀」의 자리에서 윤락된 것은 아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길이 없어 생명보다 귀중하다는 정조를 개고기보다 헐값으로 팔지 않을 수 없었다.

창녀의 몸일망정 엄격한 자연의 섭리에서 예외일 수는 없이 아비의 얼굴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아기를 낳게 된 것이었다. 남들은 그처럼 애지중지하고 끔찍하게 여기는 「아기」였으나, 욕된 삶을 씹는 창녀들에겐 차라리 귀찮고 저주스럽기까지 하는 「영업방해물」일 수밖에 없었다. 혼자 몸도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서 아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괴로움에 가슴이 산산이 조각난 「어머니 창녀」는 아기에게 사람의 정(情)이 옮아가기 전에 부잣집 문전에라도 버려 행여나 그 아기 혼자서라도 잘 살게 되기를 비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기구한 운명의 어린 생명은 「기아」라는 낙인이 찍혀 마치 임자 없는 고양이 새끼모양 서울시청 사회과를 거쳐 외국인 양자회로도 가고 재수 좋으면 어떤 집 귀염둥이 양자로도 가게 된다.

그 많은 「기아」들 속에는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일년내 농사를 지어도 석 달이 못가 먹을 것이 떨어지는 절량농민들 - 허리끈을 졸라매다 못해 지겟벌이 날품팔이를 하러 서울로 도회지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도회지라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쌀밥」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빌딩」 그늘을 지쳐 헤매다 못해 마누라는 식모살이로 비교적 손쉬운 일터를 얻어가고 남편은 남은 식구들을 데리고 다리 밑을 찾는다.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먹을 것을 찾아 가족들이 서로 헤어질 경우 등에 업힌 어린 생명은 「딱한 짐」이 된다. 이래서 그 어린이는 부잣집 문전에 던져지고 기아가 되고 만다. 

이밖에도 기아를 만드는 원인은 많다. 그중에도 철부지 젊은 남녀가 함부로 불사른 「정열」의 부산물이나, 할 일없는 유한 남녀의 불장난이 저질러 놓은 패륜의 열매 - 불량 유부녀의 굴레 벗은 말처럼 분방한 욕정의 찌꺼기 따위가 대표적인 것이리라!              


(사진 =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에도 서울시청에서는 버려진 어린 것들을 네명이나 보호했다.)

세상 (2)/ 기아(棄兒)

세상 (2)/ 기아(棄兒)  [민족일보 이미지]
세상 (2)/ 기아(棄兒)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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