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통령실이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한 것과 관련, 언론 단체들이 10일 긴급성명을 통해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방송기자연합회 등 7개 언론 현업단체는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면서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언론자유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수준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의 폭거는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증까지 박탈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사판”이라고 꼬집었다.
언론 7단체는 “이번 사안은 진영을 뛰어넘어 언론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물론 사용자 단체를 포함한 언론계 전체의 공동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늘 MBC를 겨눈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용인한다면 내일 그 칼 끝은 언론계 전체를 겨눌 것이며, 피흘려 쌓아온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릴 것이다.”
언론 7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이번 취재제한 조치에 책임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즉각 파면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에는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동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전대미문의 언론탄압”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군사 독재 시대에도 찾기 힘든 전대미문의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MBC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할 당시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던 것을 보도한 바 있다”면서 “이번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가 당시 보도에 대한 앙갚음인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앞으로 언론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려면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헌법적이고 폭력적인 취재 제한 조치에 대해 대통령은 즉시 취소하고,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내외신 기자들, “강한 유감” “깊은 우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기자단(아래 출입기자단)이 특별총회를 거쳐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 것.
특히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 때문”이고,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출입기자단은 MBC에 대한 조치가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언론 취재에 대한 제약은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기자단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며 일방적 통보로 이뤄지는 모든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한겨레신문]은 10일 “본사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며, “민항기를 이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취재,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경향신문]도 ‘입장’ 자료를 통해 “(대통령실)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이라며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고 민항기를 이용해 윤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등을 취재하고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도 성명을 통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왜곡”으로 간주한 보도를 이유로 해당 매체에 제한조치를 내린 것은 내외신 모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추후 사태의 전개를 지켜볼 것이며, 언론 보도의 논조나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미디어에 동일한 접근 원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 매킨지 [BBC] 기자도 이날 트윗을 통해 “한국 대통령이 MBC 기자들의 해외순방 동행을 거부했다”면서 “MBC는 (지난 9월 21일) 그의 ‘말실수’(hot mic)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