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가족회와 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서 ‘제34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가졌다.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가족회와 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서 ‘제34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가졌다.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제 가슴을 열어보면 아마 시커멓게 탔을 겁니다. 문 소리만, 바스락 소리만 나도 정말로 이 사람이 오는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절대로 아직도 죽었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KAL) 858편이 실종될 당시 1남 1녀의 자녀를 둔 36살이었던 고 김용진 씨의 미망인 이수옥 씨는 “너무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저는 수천 번 제 집에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며 끝내 눈물을 비쳤다.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서 ‘제34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갖고 34년간 앓아온 가슴앓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고 김용진 씨의 미망인 이수옥 씨가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 김용진 씨의 미망인 이수옥 씨가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상규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대 신부(맨 오른쪽)는 34주기 추모제를 그 동안의 삶의 아픔과 고통, 고인에 대한 기억,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따.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상규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대 신부(맨 오른쪽)는 34주기 추모제를 그 동안의 삶의 아픔과 고통, 고인에 대한 기억,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따.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수옥 씨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놓고 제 나이 36살 때 진짜 사랑을 알고, 가정을 알 때, 그 무렵에 그렇게 가셨는데 지금 34년 동안 제가 70되도록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어디에 있는지, 정말 떨어져 있는지, 그거를 찾고 싶은 게 제 소망”이라고 미얀마 해저 수색을 촉구했다.

박명규 DC10기 기장의 딸이자 차옥정 전 가족회 회장의 딸인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은 “엄마는 포기를 안 하고 할 수 있는 진짜 기상천외한 일을 다 하셨더라”며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엄마에게 소식을 전했을 때 기뻐할 수 있는 순간 이내에 이 비행기를 찾고 진상규명도 해서 빨리 목표를 이루”기를 소망했다.

지난해 1월 대구MBC가 미얀마 안다만 해저에 가라앉아있는 KAL858기 추정 물체를 촬영, 보도한 지도 한참 지났지만 미얀마에서 군부가 등장하는 등 정정불안이 계속돼, 현지 수색 예산까지 책정됐지만 현지조사는 아직까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KAL858기 유족들은 지난 10월 13일 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 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 이 사건의 재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 유족들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사진은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헌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유족들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사진은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헌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전화통화에서 “미얀마 측에 수색을 건기에 해야 되기 때문에 건기 중에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협조를 계속 요청은 하고 있는데, 지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최종 승인이 안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통상 11-4월이 건기, 5-10월이 우기이며, 우기에는 해상작업이 어려운 조건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미얀마 군 정부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수색이 미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초반부터 이 건은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고 설명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미얀마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임옥순 가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옥순 가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옥순 가족회 회장은 “얼마 전에 이 정치공작의 기획자이자 실행자인 전두환과 노태우는 죽음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며 “반드시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를 당선시켜야 함으로써 이 KAL858기 사건을 1987년 11월 29일 선거일 보름 앞두고 기획하고 실행한 정치공작 사건이었다”고 규탄했다.

임옥순 회장은 “우리 KAL858기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 정치공작의 진상규명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힐 것을 천명한다”고 밝히고 “참석해주고 격려해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올린다”고 인사했다.

진상규명위 소속 채희준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상규명위 소속 채희준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상규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대 신부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 미루어질수록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스런 마음은 더 커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의 아픔에 공감해 달라”고 각별히 주문했다.

진상규명위 소속 채희준 변호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가족분들이 더욱더 중심을 잡아주시고, 외부의 여러 활동가들이 함께해 주셔서 미얀마에 작은 유품이라도 찾을 수 있는 진전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오들 또다시 11월 29일을 맞이해서 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깊은 경의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제34주기 추모제 마지막 순서는 단체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제34주기 추모제 마지막 순서는 단체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정대 신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는 가족들의 심정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박은경 유족회 부회장이 미얀마 현지조사 관련 경과보고를,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둘째 누나 허재용 씨가 연대사를 했고, 헌화와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전날(28일)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한 ‘KAL858기 사건 34주기 추모제’가 ‘희생자 유해를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를 제목으로 서울 중구 정동길 민주노총 15층 교육관에서 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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