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장원삼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대표가 제10차 SM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사진제공-외교부]

한국과 미국이 10일 올해 적용될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문안에 가서명했다. 야권은 “졸속 협상”이라고 지적했고, 시민단체는 “재협상”을 요구했다. 

10일 오후 지난해 10차례 협상을 담당했던 한국 측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2시 30분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총액은 1조 389억원, 유효 기간은 1년이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약 9,600억원) 대비 8.2% 인상됐다. 앞선 4차례(제6차(2005년) -8.9%, 제7차(2007년) 6.6%, 제8차(2009년) 2.5%, 제9차(2014년) 5.8%)에 비해 많이 오른 셈이다. 

10일 외교부는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여건을 제공하고 동맹 강화에 기여하는 한편, 우리 국회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분담금이 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미측은 우리의 동맹기여도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위상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폭 증액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기여도 △우리의 재정 부담 능력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019년도 국방예산 증가율(8.2%)을 반영한 수준에서 합의하였다”고 알렸다.

미국이 한국 측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 신설하려던 ‘작전지원 항목’은 협의 과정에서 철회시켰다. 

집행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 조치도 일부 담았다.   

군사건설 분야에서 △예외적 현금지원 철폐 △집행실적에 따라 설계·감리비 현금지원 비율(군사건설 배정액의 12%) 축소 등으로 현물지원 체제를 강화하고, △군수지원 미집행 지원분의 자동 이월을 제한하고 △군사건설과 군수지원 분야 사업 선정 및 집행 때 한국 측 권한을 강화했다. 

외교부는 “이번 협의에서 한·미 양국은 과거와 달리 「특별협정」 뿐만 아니라 집행 세부 사항을 담은 「이행약정」 문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의하였”다며, “국회와 국민에 대한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특별협정」과 「이행약정」을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가서명된 협정문은 법제처 검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비준절차로 넘어간다.   

대외정책 관련 대체로 현 정부.여당과 보조를 맞춰왔던 민주평화당은 “결론부터 보면 이번 협상은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한 협상이었다”고 10일 지적했다. 

“정부는 1조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협상을 하였으나 1조를 넘겨 1조 389억원으로 가서명을 하였다.이는 지난해보다 8.2%가 인상된 금액이다. 유효기간도 종전 5년에서 불과 1년으로 단축되어 내년에 적용할 협정을 위해 곧바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보수 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난항을 거듭했던 관계로 2차 북미정상회담 전 타결 등은 다행이나, 그간의 전말을 살필 때 한국의 협상력이 크게 발휘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금액에 집중하면서 유효기간 5년을 잃어버렸고, 결국 1년 후 다시 협상해야 한다면 금액의 효과도 크지 않은 결과다. 한미동맹의 안정성 면에서 5년 유효기간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를 놓친 것은 분명한 실책인데 1년 후 갱신이 계속된다면 실리적으로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추산이 나온다.”

진보 야당인 정의당은 “애초 미국의 터무니없는 분담금 인상 요구에 10억 달러 미만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지켰다”면서도 “8.2% 인상과 해마다 소모적인 분담금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갑질이 노골화된 아쉬운 타결”이라고 했다.

방위비분담협정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반전평화단체 ‘평화와통일을 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서명 중단”과 “재협상”을 요구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한 해 세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정부에서 방위비분담금이 훨씬 높게 증가한 것은 대북 적대적 성격의 주한미군 주둔을 더욱 굳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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