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국민연대는 5일 용산기지 부근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기지에 대한 전면적인 내부 오염 조사와 정화, SOFA 환경조항 개정 등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달 29일 외교부와 환경부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주한미군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 환경조사 자료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18일부터 2월 23일까지 진행된 2차조사와 지난해 8월 4일부터 25일까지 3차 시료채취 분석 결과, 용산기지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환경기준치의 672배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용산기지 오염원에 대한 2, 3차 조사결과 공개를 이끌어낸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용산기지 반환대책위)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국민연대'(SOFA개정 국민연대)는 5일 오전 용산기지 부근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전면적인 내부 오염조사와 정화, SOFA 환경조항 개정 등을 촉구했다.

또 지난 10월부터 용산기지 담장을 따라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를 알린 '2017 환경평화 용산행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면서 이전을 앞둔 용산기지의 오염 정화 책임이 주한미군에게 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고, 나아가 용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계기로 전국의 미군기지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국회토론회 등을 개최해 앞으로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공동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수치만 적혀있는 반쪽자리 정보공개라며 "용산기지 내부의 심각한 유류 오염이 확인된 만큼 조속히 공식입장과 정화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미군은 64년간 용산기지를 사용해 온 만큼 내부 오염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한국 국내법 기준에 맞춰 정화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에 공개한 2, 3차 조사결과는 녹사평역 인근 용산기지 내외부 200미터 지점에 한정하여 지하수 조사만 실시한 한계가 있다면서 용산기지 내부 전체에 대한 토양지하수 요염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실효성없는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해 미군기지 내부 환경오염 자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주한미군은 국내 환경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희 용산미군기지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대표는 "2015년 5월 용산기지 내부 오염에 대해 첫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기지내부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나 기준치의 672배가 넘는 벤젠이 왜 나오는지, 그것이 2007년 녹사평역에서 발견되었던 오염 지하수의 원인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사고였는지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규명된 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용산기지 바깥을 정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조사결과  캠프 킴 주변에서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독성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900배를 넘겨 계속 검출되는 이유는 아직 알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캠프 킴 내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용산기지가 올해 말, 내년초에 반환된다고 하지만 아직 기름범벅인 땅일 뿐이다.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한미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하루 빨리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준치의 672배가 넘는 벤젠이 검출된 것은 작년인데, 지금까지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도대체 무슨 조치를 취했느냐. 그렇게 방치하는 동안 용산기지 주변 주민들의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개탄하면서 "환경부는 오염 실태 조사결과가 공개가 된 만큼 미국에 당당하게 '지금 당장 정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인 권정호 변호사는 "주한미군측이 용산기지 내부에 대한 2,3차 조사결과 공개를 거부하다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정보공개에 합의해 준 대신에 정화비용을 한국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해결하기로 한 이면합의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부평 캠프 마켓, 용산기지 등 향후 반환될 모든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을 미국은 1원도 내지 않고 전부 한국 국민들의 혈세로 부담하겠다는 것으로써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해가 바뀌기 전에 환경부, 외교부, 국방부가 미국 측에 SOFA합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여 △기지 내부의 전면적인 오염조사와 정화 비용 △독소적인 한미 SOFA 환경조항개정 등을 즉각 의제로 삼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FA조항 중 '한국의 환경법령을 존중한다'고 되어 있는 실효적이지 않은 합의의사록의 규정은 '한국의 환경보존법 등 환경관련 법령 기준에 따라 조치한다'는 강제 의무조항으로 바꾸어야 하며, '인간 건강에 대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KISE, 키세)에 대해서만 미국이 환경오염 보상을 한다는 '특별양해각서의 독소적인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ISE' 기준을 따르면, 캠프 마켓이나 용산기지 등 한국에 반환될 어떤 미군기지의 환경오염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미국이 책임질 일이 없게 된다면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미군기지내에서 시각한 오염사고가 발생해도 한미 당국의 합의가 없으면 한국 공무원이 기지내로 들어갈 수 없는 부속문서의 조항도 전면 개정해 기지 내부 오염조사는 중대한 기밀이 아닌 이상 무조건 공개하고 조사와 함께 국민들이 바로 알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대책위 공동대표인 최나영 민중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전국의 미군기지가 얼마나 치명적인 독성물질들로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무책임하게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행동을 벌여나가겠다"며, 부평 캠프 마켓과 용산기지 뿐만 아니라 전국의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오는 9일과 23일 오후 남영역에서 삼각지 녹사평역으로 용산기지 담벼락을 따라 걷는 '2017 환경평화 용산행진'을 진행한다. 30일 오후 2시에는 올해 마지막 45차 용산행진이 진행된다. 

 

기자회견문(전문)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1군 발암물질 벤젠이 기준치 최대 672배 검출
한미당국은 용산 기지 전면 조사하고, 정화 방안을 마련하라!
실효성 없는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하라!

 
지난 11월 29일,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공개하였다. 해당 자료는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정보공개소송(2017누57051) 중이었으며 1,2심 재판부의 정보공개 판결 이후 환경부는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할 상황이었다. 과거에도 미군기지 환경오염정보에 대해 사법부는 거듭 공개 판결을 내렸지만, 정부는 주한미군 측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3심까지 상고를 고집해왔다.

최근 한 달 새,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주한미군 측과 협의를 통해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이어 용산 기지까지 내부오염원 정보를 공개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을 위해 오염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정보를 확인하기까지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지역주민들은 오랫동안 반복해서 수차례 정보공개 소송과 미군기지 감시활동, 직접행동을 해왔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의 유류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용산 기지 내 1차 조사 결과에서 14개 관정 중 7개 관정에서 오염이 확인되었으며, 벤젠이 허용기준치(0.015mg/L)의 최대 162배(2.440mg/L)를 초과했었다. 이번 2,3차 조사에서도 조사 관정의 절반 이상에서 오염 수치가 초과되었으며, 벤젠은 1차보다 훨씬 고농도로 검출되었다. 각각 기준치의 550배, 671배에 달한다. 기준치를 언급하는 게 무의미한 수치이다. 

벤젠은 흡입, 경구 등 모든 경로의 노출에서 발암성을 갖는 1군 발암물질이다. 혈액암, 백혈병 등을 일으키며 생식독성과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벤젠뿐만 아니라 인체 유해한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항목도 국내 허용 기준치를 훌쩍 넘겼다. 기지 외부 관측정 B34, B35 관정의 경우, 서울시의 모니터링 결과와 동일하게 한미 합동조사에서도 벤젠 최고농도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한미SOFA합동위원회에서 발표한 이번 용산 기지 내부 지하수 자료에는 객관적인 수치만 존재한다. 3차 조사(2016.8) 이후 15개월이 지났지만 그동안의 조사 결과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 한미 당국의 입장과 정화 계획이 담긴 조치방안 등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애초에 용산 기지를 조사하게 된 경위는 2001년 녹사평역 유류유출사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녹사평역 유류유출 사고 당시 주한미군은 유류오염원 중 휘발유는 미군이 관리하는 유류저장시설에서 유출된 것이 맞지만, 등유는 부인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사고 지점을 조사한 결과 검출된 유류가 주한미군만 사용하는 등유(JP-8)인 것이 밝혀져 국가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즉, 명백하게 오염원은 용산 기지 내부에 있었고 현재도 그러하다. 이번 조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서울시는 14년째 기지 외곽에서 효과도 없는 지하수 정화 작업을 반복해서 진행 중이다. 여전히 기준치 수백 배를 웃도는 유류오염물질이 검출된다. 한미 합동조사에서도 용산 기지 내부 오염이 드러났지만, 어떤 입장과 조치방안도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은 무엇 때문인가.
 
반환을 앞둔 용산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는 지역 주민들 나아가 향후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면, 공원 이용자들의 건강,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군기지 오염문제에 대해 공공연한 비밀로 쉬쉬하다, 오염된 채 돌려받아 한국 정부가 정화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사전 예방의 원칙과 오염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연대네트워크인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와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는 이번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정보 공개를 계기로 한미당국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용산 기지 내부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와 한미당국의 입장, 계획을 즉각 공개하라. 이번 자료는 수치만 적혀있는 반쪽짜리 정보공개이다. 용산 기지 내부의 심각한 유류오염이 확인된 만큼 조속히 공식입장과 정화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둘째. 용산 미군기지 내부 전체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 조사를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녹사평역 인근 용산 기지 내외부 200m 지점에 한정하여 지하수 조사만 실시하였다. 지난 4월, 시민사회단체에서 미국 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통해서도 무려 84건의 유류유출사고가 용산 기지 전역에서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기지 전체에 대한 오염 조사가 필요하다.
 
셋째. 오염자 부담의 원칙의 예외는 없다. 64년간 사용한 용산 기지 내부오염원의 책임은 미군 측에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 국내법 기준에 맞춰 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라.
 
넷째. 실효성 없는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자료는 '공개'를 원칙으로 바뀌어야 한다. 주한미군이 국내 환경법을 '준수'하고, 기지 내 환경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접근, 조사, 검증 요구가 즉각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
 
 
2017년 12월 5일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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