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을 방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애국'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숫자는 9천여 명에 달합니다.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이제 답해야 할 때입니다.

<통일뉴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나비기금>이 마련한 '베트남 나비평화기행'(2~8일)에 함께합니다. 촛불혁명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베트남 방문. 한국군에 의해 피해입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 한국군이 저지른 집단 성폭행 범죄 피해자인 응우옌티흐엉 씨의 딸 응우옌티낌 씨가 2일 베트남 호찌민 시의 한 찻집에서 증언하고 있다. 이날 증언에는 낌 씨의 딸이 함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엄마는 전쟁 때 미군기지에서 청소와 밥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미군기지에는 한국군도 있었다. 어느 날 청소 뒷정리를 하는데 한국군 한 명이 다가와 주스를 마시라고 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한국군에게 윤간을 당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어느 날, 미군기지에서 일을 하던 응우옌티흐엉 씨는 20살이었다. 그 날은 평소와 같았다. 청소 뒷정리를 하는데 미군기지에 있던 한국군이 와서 주스를 건넸다. 받아 마셨다가 혼절했다. 깨어나니 옷은 벗겨져 있었다. 한국군이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뒤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한베평화재단이 마련한 '2017 나비기금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평화기행' 참가자 38명은 지난 2일 베트남 호찌민 시의 한 찻집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집단 성폭행 범죄 피해자인 응우옌티흐엉 씨의 딸 응우옌티낌 씨(48세)를 만났다.

응우옌티낌 씨의 아버지는 한국군이다. 하지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집단 성폭행 범죄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다. 자신의 이름 '낌(Kim)'이 한국인의 아이, '라이따이한'임을 증명할 뿐이다.

▲ 응우옌티낌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어머니 응우옌티흐헝 씨의 삶은 비참했다고 딸은 전했다. 한국군이 자행한 집단 성폭행 범죄의 피해는 낙인으로 찍혔고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했다. "엄마는 혼자 나를 키우려고 갖은 고생을 했다. 거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 당시 내 기억으로 엄마는 깡마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일을 해도 우리는 왜그리 가난했는지 모르겠다"고 응우옌티낌 씨는 눈물을 흘렸다.

딸 응우옌티낌 씨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라이따이한'이라는 이름으로 가난에 허덕여야 했던 것. "어려서 라이따이한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친구들이 놀려댔다. '우리는 미국하고 싸웠는데, 쟤는 따이한이야'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너무 치욕스러웠다."

결국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라지만,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둠의 연속이었다. 미국과 싸운 전쟁에서 한국군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그 딸은 '매국노'로 치부당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 나도 한편으로는 한국의 딸이다. 내 안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전쟁에서 버려진 한국인이다. 더 이상 라이따이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우리 엄마는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 이제 한국 정부가 우리의 삶에 위안을 달라. 엄마의 생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로 최소 5천 명, 많게는 3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당시 미군은 자신들이 낳은 아이는 모두 데리고 갔지만, 한국은 외면했다.

▲ 응우옌티낌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내 안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항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라이따이한'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매국노'라고 치부당하고 있지만, 정작 아버지의 나라 한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쟁의 결과라고 당연스레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한국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희생양이다. 수천 수만의 응우옌티낌이 아직 베트남에 버려져 있다.

"베트남과 한국이 가까워지는데 내가 과거일로 책임지라고 하는 식의 큰 요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도 한국사람이라는 것, 한국사람들이 여기에 라이따이한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라이따이한이라고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라서 나도 좀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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