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관련 발표를 보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길이 멈췄다. 통일부는 20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위해 북측에 방북허용을 촉구하려 했지만, 발표를 보류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이날 오전 발표된 글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계부처와 협의가 종료되지 않아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방북 관련 발표를 보류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지난 12일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부 가동하는 상황을 확인하고자 방북을 신청했고, 이에 통일부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해,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가 있던 것. 북한으로부터 '신변안전보장' 동의서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방북이 어려워 통일부가 방북 허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날 오전 180도 바뀌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은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입에 올릴 자격도 명분도 없다'는 기명 글을 통해, "그 누구도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군사통제구역인 개성공업지구에 들여보낼 자격도 명분도 체면도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하기 전에 개성공업지구를 폐쇄시킨 박근혜 역적패당의 범죄적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남측 기업들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공업지구 폐쇄로 산생된 피해보상이나 잘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거듭 관계기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둘러댔지만, "북한의 대외매체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런 상황도 하나 더 붙인다"고 <우리민족끼리>의 글에 영향을 받았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통일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다 끝냈다. 신변안전보장 동의서가 없으니, 북한이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우리민족끼리>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 방북을 두고 통일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19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예고했지만, 비공식 매체의 글에 화들짝 놀라 발표를 보류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민족끼리>의 어떠한 글에도 대응하지 않던 통일부였기에, 결국 개성공단을 두고 통일부가 북한에 쫄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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